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들은 회의를 갖고 현재 1천만원이하 대출금의 연체로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사람에 한해 내년 3월까지 유예기간을 주고 기간내에 연체금을 결제하면 신용불량자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한편 신용카드부분은 현행 50만원에서 1백만원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으나 실무자들의 반발이 심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5백만원이하 연체금을 60일내에 결제하면 신용불량자 명단에서 해제해주도록 되어 있는데 결국 한도와 기한이 대폭 늘어났다. 금융계는 이번 사면이 확정될 경우 수혜 대상자가 약 40만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신용불량자 사면결정에 대해 일부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이번 사면은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며 "은행연합회에 보관되어 있는 자료를 백업해서라도 대처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계는 그간 정부가 일관되게 신용사회를 지향하는 정책을 표방해 왔고 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등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 노력해온 것이 이번 사면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또한 기존에 충실히 대출금을 결제하며 신용을 쌓아왔던 다른 신용대출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면서 만일 이런 사면이 반복된다면 결국 고객들의 모럴헤저드를 양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MF이후 부득이한 사정으로 신용불량자로 분류된 사람들을 구제해준다는 대원칙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아무런 대응조치 없이 이렇게 졸속으로 신용불량자들을 사면해주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오히려 시간을 두고 사면대상자들을 분류해 선별적으로 구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결국 다시 한번 정치논리에 따라 금융기관들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상욱 기자 suki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