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협에서는 최근 코스닥시장의 주가 혼란 `주범`이 벤처캐피털 회사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반면 업계에서는 이같은 증협의 `감정`이 등록 심사과정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불만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최근 증협의 등록 심사과정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코스닥 등록심사 신청을 했던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서류는 일단 두달의 심사기간 중 한달 반이 지나야 검토가 시작된다는 것이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의 전언. 물론 4백여 개社의 등록예비심사 신청이 밀려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의도적인 `태업`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한 부분이다.
특히 최근에 제일창투가 자진철회 형식으로 올해 코스닥등록을 포기하고 일정을 내년으로 늦춰잡는 과정에서 증협측의 회계처리에 토를 달면서 증협과의 감정싸움은 살얼음을 걷고 있다.
문제가 된 회사는 제일창투가 투자했던 대경화성. 기아 계열사로 있다 지난 97년에 현대로 넘어간 이 회사를 제일창투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영화회계법인은 `97회계연도에는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회복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감액손실을 인식하지 않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증협은 전액 손실을 반영해 8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던 제일창투가 지난 98년에는 사실상 적자일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증협 나름대로 등록심사의 잣대를 적용했겠지만 증협이 심사 외주를 주고 있는 것이 영화회계법인이라는 사실을 보면 한 회계법인이 이율배반적인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투자당시 대경화성은 대우, 코미트, 현재 코스닥에 등록된 신영기술투자등 5개사가 신디케이션으로 투자를 했던 곳. 대우창투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산동회계법인도 회복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려 투자원금 9억5천만원을 감액손실로 넣지 않았으며 대기산업의 안건회계법인, 대주회계법인등은 물론 심지어 현재 코스닥에 등록된 신영기술투자도 손실로 반영하지 않았다.
등록심사 중인 회사와 등록중인 회사의 회계기준이 다르게 적용된 셈이다.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등록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곳이 증협이라 제대로 항변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증협내부에서 벤처캐피털회사들은 `일반회사`이기 때문에 코스닥등록 자체가 문제므로 앞으로는 등록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증협 고위층 일부 의견이긴 하지만 코스닥시장 주가혼란의 `주범`인 벤처캐피털회사들만을 대상으로 주식 매각제한을 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제안까지 흘러나온다.
현재로서는 어느 쪽의 입장이 맞는 지 명확한 선을 긋기는 힘들지만 힘을 가진 강자로서 `감정`에 이끌려 벤처캐피털업계의 등록을 막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중지를 모으고 있다.
신익수 기자 soo@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