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운용에 들어간 채권시장안정기금으로 투자적격 등급의 채권시장은 가동되기 시작했으나 기금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투자부적격 즉 투기등급 채권(일명 정크본드)시장은 마비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금리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 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과 이로 인한 금리상승으로 대우를 정점으로 하는 기업구조조정은 물론 투신사 경영정상화로 대미를 장식할 금융 구조조정 등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추진돼온 경제개혁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우 무보증채권을 포함해 모두 2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투기등급 채권이 정상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하면 금리의 양극화현상이 해소되고 투신사의 환매자금 조달과 추가부실 방지로 금융시장의 심리적 불안이 제거되면서 전반적이 금리의 하향안정화가 이뤄지는 한편 중견.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지는 등의 다각적인 효과를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들은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하고 투기등급 채권에 대한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에서 투자자들을 유치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제시하는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정도의 수익률로는 투자자를 유치하기에 미흡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레이펀드, CBO 도입배경 =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연내에 마무리지으려는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금융시장 불안과 이로 인한 금리상승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투신사 수익증권이나 주식 이외에 다른 투자수단을 찾게되고 이로 인해 투신사 수익증권 환매가 가속화되고 주가가 하락, 대우 처리와 투신사 경영정상화를 가로막게 되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가 원활하게 처리되지 않을 경우 이미 구조조정을 거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다시 부실화되고 구조조정으로 전열을 가다듬은 기업들도 또다시 위기에 빠지는 등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다.
금리안정에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투기등급의 채권이었다. 투자적격등급의 채권은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기금이 투신사가 보유한 채권을 무제한 매입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불안심리가 수그러들고 유통수익률도 한풀 꺾이는 등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채권시장안정기금이 매입할 수 없는 투기등급의 채권은 대우사태로 촉발된 투신수익증권 환매사태 이후 사실상 유통시장이 마비돼 유동성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금리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투기등급으로 분류되는 중견.중소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자금난을 겪고 있다.
또 대우사태 이후 투신사 수익증권의 환매가 지속되면서 투신사들이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우량채권을 중점적으로 팔고 있기 때문에 신탁재산 전체가 정크본드펀드화할 우려가 일고 있어 이를 방지하고 유동화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기대효과 = 정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정크본드펀드가 예상외로 성공을 거뒀고 또 첨단 금융공학을 활용한 투자상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
고수익채권전용펀드(하이일드펀드)를 통해 투기등급 채권의 유통이 활성화되면 우선 그동안 투자적격채권과 투기등급으로 이원화되다시피했던 채권시장이 전체적으로 활성화되고 금리의 양극화현상도 漫撚?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또 이를 통해 금리의 전반적인 하향안정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와 투신문제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투기등급으로 분류됐던 중견.중소기업의 회사채들에 대한 수요기반이 확충됨에 따라 그동안 막혀있던 이들의 자금조달길도 트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더 큰 기대를 거는 부분은 투신사들이 보유한 신탁자산이 환매사태로 정크본드펀드화하는 현상을 방지하고 유동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우채의 손실분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투신사들의 경영정상화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투자자들에게는 저금리기조하에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수단을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다.
▲문제점과 전망 = 투신사 채권운용 관계자들은 현재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신권의 유동성을 개선해주고 이 시장이 활성화되면 중소기업의 회사채발행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마련된 것이기는 하지만 초기단계에서는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안정화되어 있다면 모르지만 현재 극도로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개인이나 법인이 이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단계이어서 이같은 펀드에 대한 투자가 갖는 위험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우사태 이후 투기등급에 대한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널리 확산돼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이와 함께 금감원에서는 연 16%정도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올해 BB+채권의 경우 12%정도의 수익률을 올리는데 그쳤던 것을 감안한면 16%는 C등급이하의 그야말로 정크채권만 가능한데 이는 거의 사채시장 수준이어서 시장 수익률이 재편되지 않는한 그만한 수익이 어려울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연 12∼13%의 수익률로는 이같은 고위험상품에 투자자들을 유인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이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 원금손실에 대해 투신.증권사가 일부 보전을 해주도록 돼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채권을 편입했다가 원금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채권운용자들이 져야하고 이 때문에 원활한 운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