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가 95%의 가이드라인은 합의된 상태지만 일부 ‘사정이 좋은’ 은행의 경우 이 수준을 넘는 편출입가격 산출이 가능하고 각행 시가평가위원회에서 서로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경우 형평성 시비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기관에 대해서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실물교부 원칙을 정한 상태지만 부득이할 경우 일반법인에 준해 현금 상환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고 이때 금융기관에 대해서까지 액면가 95% 의 가격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특정신탁의 경우 점포장 명의로 ‘원리금보장각서’를 써준 사례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 수립에도 부심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결국 주중반을 넘어선 현재까지 은행들의 눈치보기로 시가평가위원회 조차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며 한미, 하나은행이 지난 24일 처음으로 시가평가위원회를 개최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은행 신탁담당자는 이와 관련 “개인과 일반기업에 대해 95%의 편출입 가격을 책정하는 것에는 특별한 이견이 없지만 다른 은행의 동향 파악 없이 시가평가위원회서 이를 결정하는 데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털어 놨다.
이와 함께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다른 금융기관들이 예치한 자금의 편출시 적용해야 하는 가격산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실물교부가 원칙이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일반기업처럼 현금상환을 해줘야 하고 이때 가격을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는 것. 한 관계자는 “은행 대부분이 일반 기업과 같은 95%의 편출가격에는 반대하면서도 선뜻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물을 교부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실제로 최근 일부 보험사들은 은행에, 다른 계정으로의 편출이 아닌 실물교부를 희망하고 있지만 은행들이 쉽게 실물을 내주지 못하고 있다. 대우채권의 경우 이를 다른 금융기관에 실물로 내주면 채권이 분산되는 것인데 이것이 채권협약에 위배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몇몇 은행이 제일은행에 질의서를 보내 ‘채권협약 위반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유권해석’을 요구했으나 제일은행은 “운영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는 이유로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명확한 지침을 얻지 못한 채 허용된 대우채권 편출입은 이처럼 시작단계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은행 신탁을 일대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