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환매요청…미매각 따른 손실 불가피
대우사태의 영향으로 고객들의 환매가 잇따르면서 투신권이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올 상반기 공사채형 수익증권 판매에 열을 올렸던 일부 은행들도 법인고객의 환매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만기 도래한 펀드에서 이미 대우채권 만큼의 미매각이 발생 했으며 앞으로 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부터 수익증권 대행 판매에 나서기로 했던 하나, 한미 등 일부 은행들의 경우 판매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채권형 수익증권에 대한 고객들의 잇따른 환매와 이로 인한 증권-투신사들의 손실이 은행권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올초부터 주택, 한빛 등 대형은행들이 수수료 수입 확보차원에서 수익증권 판매에 주력, 최근까지 4조원 이상의 수익증권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나 투신사처럼 유동성 위기를 겪을 만큼의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고있지만 최근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지속돼 미매각 부담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수익증권 대행판매를 은행권 처음으로 시작했던 주택은행은 지난달말까지 2조원 안팎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최근 잇따른 환매요청으로 3천억원 가량의 자금이 빠져나갔으며 이 과정에서 투신사로부터 해지자금을 받지 못한 규모 만큼 미매각을 떠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한빛(약 1조원 판매), 국민( 7천억원), 외환( 4천5백억원)은행 역시 최근 환매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은행들은 미매각 없이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투신사들과의 계약 해지를 서두르고 있으나 투신사들의 유동성 악화가 심화됨에 따라 이를 통한 해지자금 확보에도 한계를 맞고 있다. 결국 은행들도 자체 유동성 지원에 따른 일정부분의 손실을 감수할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달말경부터 수익증권 판매에 착수하려 했던 일부 은행들의 계획이 줄줄이 유보되고 있다. 삼성, LG투신 등과 약정을 맺고 채권형 수익증권을 판매하려 했던 하나은행은 당초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고 전환형 또는 주식형 수익증권 대행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서려던 한미, 신한은행의 계획 역시 보류됐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