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채권을 대량으로 매수한 시점은 지난달 중순이후부터. 회사채 금리가 9.3~9.4% 선에서 고점을 이루던 시기에 일부 대형은행들을 중심으로 채권 매집에 열을 올렸다. 지난달 26일부터 한주 동안 은행권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총 1조1천1백48억원. 같은 기간 투신사들이 5천15억원을, 종금 및 신용금고가 1천5백17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후 다소 진정세를 보이던 채권 금리는 다시 오르기 시작해 지난 4일 현재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9.32%, 국고채 금리도 8.59%로 치솟았다. 투신권의 환매 우려로 수급상황이 악화된데다 대우 그룹 처리에 대한 해외채권단의 불신도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국고채 발행 재개 소식도 채권시장을 냉각시킨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난달 말 채권을 대량 매입한 일부 은행은 상당규모의 평가손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프라이머리 딜러 선정과정에서도 적지않은 손실을 입은 은행들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달말 일부 은행이 대량으로 채권을 매입한 것은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른 것이든지 아니면 금리 동향을 잘 못 전망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오를만큼 올랐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면 은행들의 자금운용에 미숙함만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대부분 금융당국의 통화정책에도 분명한 결함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처럼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금리까지 치솟게 되면 실물경제도 타격을 입게 되는데 그간 韓銀이 명확한 대책없이 ‘말잔치’만 되풀이 해왔다는 것. 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한은 총재가 밝힌 통화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불안 양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