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생이 지난달 신청한 담보처분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서울지방법원 판정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달 22일 이후로 연기됐기 때문. 법원은 우선 SK측으로부터 서면 답변서를 받았고 대생측에는 별도의 관련 자료를 오는 22일까지 제출토록 했다. 결국 법원의 판정은 빨라야 이달 말경 내려질 전망. 이에 대해 분쟁 관계자들은 SK측의 ‘시간벌기’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법원이 판정이 떨어지기 전에 ‘사태를 수습’하려는 계산일 것이라는 얘기다.
파생상품 투자손실을 둘러싼 JP모건과 SK증권 분쟁과 관련된 총 손실액은 약 5억달러 규모. 이중 대생의 투자원금 손실은 5백만달러. 총 손실규모의 1%에 불과한 대생의 투자손실이 1년여간 끌어온 분쟁의 발목을 잡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대생측은 자사가 주주로 참여한 파라곤펀드가 어드밴스드펀드에 직접 투자됐으므로 어드밴스드펀드에 잔여자산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확한 가치 산출은 어렵지만 루피화 절하로 투자대상이 된 루피화 채권값이 폭락한 후에도 이 채권에 대한 이자는 계속 지급됐기 때문에 6백만달러 이상의 자산가치는 인정 받을 수 있다는 분석. 이와 함께 파라곤 펀드가 당초 우선주 9백만달러와 보통주 2천만달러로 모집됐기 때문에 대생 역시 우선주주 권한이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증권과 대투측은 토털리턴스왑(TRS) 계약 당시 체결된 LOC(채무이행보증:JP모건과의 TRS 계약상 투자자산이 5천5백만달러 이하로 축소됐을 때 담보를 제공하거나 증자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는 것)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어드밴스드 펀드에 대생의 잔여자산이 있을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결국 SK증권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셈이다.
SK증권은 JP모건과의 분쟁에서 일관되게 LOC의 무효를 주장했으므로 뒤늦게 대생의 자산가치를 인정할 경우 LOC 무효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되는 것. JP모건측과의 분쟁에서도 핵심적인 사안이었던 만큼 이를 인정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법적 분쟁이 아닌 ‘제3의 대안’이 있을 법도 하지만 아직 SK측은 이에 대해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K측이 대생에 대해 어느 정도의 ‘피해 보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어쨌든 대생은 JP모건과 SK측이 합의를 이루더라도 별도의 소송을 청구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경영정상화 이행 계획 기한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SK증권은 다급한 상황에 몰려 있는 셈이다. SK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