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그동안 비교적 자중해왔던 대형사들이 본격적으로 보험료 할인 경쟁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자동차 손해율 상승 추세를 감안할 경우 업계 전체적으로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IMF 경제위기 이후 자동차보험 시장이 이처럼 과열된 데는 지난해말 각사들이 앞다퉈 도입한 자동차 보험료 분납제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더 없이 좋은 제도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경쟁 격화의 시발이라는 설명. 분납제는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외에도 보험료를 자동이체하기 때문에 납부기간 동안 고객을 잡아둘 수 있다는 매력이 크다.
이같은 장점은 실제로 내년 4월 시행 예정인 보험료 가격 자유화와 맞물려 고객을 일단 붙들어 두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이 올들어 자동차보험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것도 분납제의 시행 시차에서 오는 결과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동차보험 시장의 경쟁은 서서히 예전 악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전히 감독당국과 숨바꼭질을 하는 리베이트 문제로, 보험료 할인을 통한 고객 확보가 급격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손해보험 대리점 관계자는 "대한·쌍용·제일 등 중소형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은 접어두더라도 최근엔 상위사들까지 할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약 한달전부터는 삼성의 경우도 직급 영업조직이 약 17~18%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할인율을 액면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그렇다 하더라도 LG·동부·현대 등 대부분의 상위사들이 최근 들어 경쟁적으로 할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간접적이나마 확인할 수 있다.
본사에서 이같은 할인율을 실제 적용하는 지는 명확치 않다. 다만, 외야에서는 이들 직급 영업조직원들이 감봉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우려, 큰 폭의 할인률을 적용해서라도 물건 확보에 혈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본사에서 드라이브를 걸면 당연히 대리점 등 계약사의 경우 더욱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이에 따라 대리점 등에서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텔레마케팅을 활용, `수당 받아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상으로 텔레마케터에게 가는 수당은 보험료의 10%. 그러나 대리점이 독자적으로 텔레마케터를 모집할 경우 별도의 수당을 받게 된다. 텔레마케터는 일정 이상의 자격과 T/M 영업을 위한 기본 설비를 갖춰야 하지만, 이를 갖추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 따라서 악순환은 이어된다.
지난 3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67.2%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손해율 증가는 계속돼, 공식적인 집계는 아니지만, 5~6월에 70%를 넘겼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시장 여건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 심화가 가져 올 부작용은 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양상을 종합하면 분명 정도가 지나치다"고 털어 놓았다. 손해율 증가에 따라 각 손보사들은 최근 자보 인수지침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가 가격자유화를 앞둔 시점에서의 과열 경쟁을 잠재울 수 있을 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김병수 기자 bskim@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