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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운용사 18곳 “의무공개매수 정무위안, 본회의 처리 보류해야”

김희일 기자

heuyil@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9-29 19:11 최종수정 : 2026-09-29 19:56

“50%+1주가 문제 아니라 주주 간 매각기회 차별”…“지배주주 선행매수 배제해야”
합산 수탁고 87조원…“같은 가격·같은 비율로 매각 기회 보장해야”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위한 정무위원회 의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부족한 물량만 공개매수하는 구조가 일반주주와 지배주주 간 매각 기회를 차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의도 증권 자산운용가 모습. 사진=한국금융신문DB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위한 정무위원회 의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부족한 물량만 공개매수하는 구조가 일반주주와 지배주주 간 매각 기회를 차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의도 증권 자산운용가 모습. 사진=한국금융신문DB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위한 정무위원회 의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보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부족한 물량만 공개매수하는 구조가 일반주주와 지배주주 간 매각 기회를 차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합산 수탁고 87조원 규모의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이날 ‘의무공개매수제도 정무위안에 대한 국내외 자산운용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오는 10월 1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정무위안의 처리를 보류하고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 기업, M&A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개 논의를 거쳐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무위안은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인수자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취득한 뒤 50%+1주에 미달하는 수량을 일반주주 등을 대상으로 공개매수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참여 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권이 변경될 경우 일반주주에게도 지배주주와 동등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인수자금 부담과 M&A 위축 가능성을 고려해 정무위가 50%+1주 방식을 택한 판단은 존중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선행매수’다. 정무위안에서는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일 수 있다. 이후 50%+1주에 부족한 물량만 공개매수하면 된다. 공개매수 물량을 초과해 주주들이 응모할 경우 안분비례하는 방식도 후속 공개매수 물량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운용사들은 이 경우 지배주주는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반면 일반주주는 일부만 매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지배주주가 4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에서 인수자가 해당 지분 40%를 먼저 사들이면, 50%+1주를 채우기 위해 일반주주에게서 사들여야 할 물량은 10%+1주로 줄어든다. 일반주주가 보유주식 전량을 공개매수에 응모하더라도 각 주주는 보유주식의 약 6분의 1만 매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반면 인수자가 실제로 취득하는 물량 가운데 80%는 지배주주에게서 나오게 된다. 지배주주가 이미 과반 지분을 보유한 경우에는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추가 공개매수를 할 물량 자체가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운용사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시했다. 지배주주 역시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하고, 초과 응모가 발생할 경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비율로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지배주주가 40%, 일반주주가 60%를 보유한 상황에서 인수자가 50%+1주를 확보하려는 경우 모든 주주가 공개매수에 응모하면 지배주주로부터 약 20%, 일반주주로부터 약 30%를 매수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각 주주는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약 절반을 동일한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운용사들은 이 방식이 인수자의 총 매수 물량이나 가격을 늘리는 것이 아니어서 인수자금 부담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과거 국내 의무공개매수제도와 해외 사례를 들어 정무위안의 일반주주 보호 수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1997년 도입됐다가 1998년 폐지된 국내 의무공개매수제도 역시 50%+1주를 기준으로 한 부분매수 방식이었지만,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할 경우 원칙적으로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취득하도록 해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는 구조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당시에도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는 동일한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구조였다.

해외 제도 역시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장치를 두고 있다는 것이 운용사들의 주장이다.

일본은 부분매수를 허용하면서도 일정 지분을 넘는 취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개매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영국·EU·홍콩·싱가포르 등은 선행매수를 허용하는 대신 경영권 취득 이후 잔여주식 전체를 대상으로 매수 제안을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운용사들은 “해외 주요 제도는 부분매수와 선행매수 중 하나에 제한을 두거나 선행매수 이후 잔여주식 전체에 대한 매수 제안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정무위안은 지배주주 지분 선행매수와 부분매수를 동시에 허용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M&A 시장의 기존 관행과 비교해도 일반주주 보호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운용사들은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비즈니스온, 에코마케팅 등의 인수 사례를 거론하며 법적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도 일반주주에게 지배주주와 동일한 가격으로 폭넓은 매각 기회가 제공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무위안이 시행되면 인수자가 법에서 정한 최소 물량만 매수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설계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운용사들의 주장이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해온 일반주주 보호 정책과의 정합성 문제도 제기했다.

운용사들은 개정 상법의 주주 보호 취지와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 한국형 베어허그 제도 도입 논의 등을 거론하며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일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정책 방향과 정무위안의 선행매수 허용은 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배주주와 인수자가 장외에서 경영권 지분의 가격과 매각 물량을 먼저 정할 경우 기관투자자가 일반주주 보호를 위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운용사들은 국회에 정무위안의 본회의 처리를 우선 보류하고 공개 논의를 거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50%+1주라는 부분매수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지배주주 지분의 선행매수 배제 ▲지배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공개매수 참여 ▲초과 응모 시 동일한 안분비례 원칙 적용 등을 통해 주주 간 매각 기회를 동일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운용사들은 공동성명에서 “이는 사소한 조항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의 경영권 거래에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어떤 원칙으로 대우할지를 정하는 문제”라며 “약 30년 만에 다시 도입하는 제도인 만큼 본회의 처리 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도 설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동성명에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을 비롯해 라이프자산운용, 레인메이커자산운용, 머스트자산운용,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블래쉬자산운용, 슬기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칸서스자산운용, 캄투자일임, 쿼드자산운용, 타이거자산운용, 타임폴리오자산운용, 페트라자산운용, MY.ALPHA Management, Oasis Management 등 18곳이 참여했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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