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과연 인간이 욕망의 소산으로 빚어낸 회색 도시가 다시 자연과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생태 도시로 체질을 완전히 바꿀 수 있을까? 이 근본적이고 무거운 질문에 가장 선명하고 실증적인 해답을 제시하는 곳이 있다. 바로 네덜란드의 유서 깊은 역사 도시 위트레흐트(Utrecht)다.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자전거 전문 아카이브 채널 ‘Bicycle Dutch’의 운영자가 최근 공개한 17년간의 기록 회고록, ‘위트레흐트: 17년 간의 변화(Utrecht: Seventeen Years of Change)’는 경이로운 도시 대전환의 역사를 가감 없이 증명한다. 2009년부터 동일한 도시의 공간 구조와 교통 체계 변화를 기록해 온 이 방대한 영상 아카이브는, 위트레흐트가 어떻게 자동차 중심의 매연 가득한 도심에서 온실가스를 극적으로 감축하고 기후 위기를 정면 돌파했는지 그 구체적인 궤적을 보여준다. 본 칼럼에서는 위트레흐트의 17년 혁신 과정을 분석하고, 탄소중립과 기후재난의 기로에 선 한국의 도시계획 정책이 나아가야 할 이정표를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아스팔트의 종말과 수변·녹지의 복원: 탄소 흡수원과 기후 적응형 인프라 구축
20세기 후반, 전 세계의 수많은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위트레흐트 역시 자동차 중심의 도시계획이라는 시대적 오류를 범했다.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역사적인 도심 운하를 매립하여 고속화 도로와 주차장으로 둔갑시켰고, 보행자와 자연이 숨 쉴 공간은 온통 자동차에 내주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도시 온도를 높이는 열섬 현상을 부추겼고, 폭우 시 빗물이 스며들 땅을 없애 침수 피해를 키우는 자해적 행위가 되었다.하지만 위트레흐트시는 지난 17년 동안 이 파괴적인 흐름을 완전히 거꾸로 돌려세우는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 그 상징적인 사례가 바로 과거 도로로 변모했던 공간을 다시 원래의 물길로 되돌린 운하 복원 사업이다. 수십 년간 매연을 내뿜던 아스팔트 도로가 시원한 물길과 수변 공원으로 탈바꿈하면서 도시의 미관이 살아났을 뿐만 아니라, 도심 생태계의 자정 능력이 극적으로 회복되었다.
![[최민성의 미래 읽기] 회색 도시에서 초록의 생태 도시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17년이 건네는 탄소중립 시사점과 한국의 과제](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12010112005070c1c16452b018221117338.jpg&nmt=18)
여기에 지상에 난립하던 노상 주차 공간을 대폭 축소하고 대규모 지하 주차장을 확충함으로써, 지상 공간을 오롯이 시민과 자연의 품으로 돌려주었다. 아스팔트와 석재 포장이 걷힌 자리에는 가로수와 울창한 녹지, 그리고 야외 카페가 들어섰다. 이는 단순한 미관 개선 차원을 넘어선다. 토양의 투수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폭우 시 빗물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증발산 작용을 통해 도심 폭염을 상쇄하는 기후 적응형 도시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탄소 배출 감축과 방재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이다.
통과 교통 차단과 '자전거 거리': 무공해 이동성 혁명이 가져온 기적
위트레흐트의 탄소중립 전략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자동차를 무조건 억압하는 권위주의적 방식이 아니라, 도시의 교통 체계와 동선을 정교하게 재설계했다는 점이다. 시는 도심 전체에 차량 진입을 무조건 금지하는 대신, 도심을 관통하는 불필요한 통과 교통의 유입 경로를 원천 차단했다. 차량이 들어온 길로 다시 돌아나가도록 주거지 동선을 재편하자, 내부의 불필요한 차량 통행량이 거짓말처럼 급감했다.![[최민성의 미래 읽기] 회색 도시에서 초록의 생태 도시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17년이 건네는 탄소중립 시사점과 한국의 과제](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12010330041080c1c16452b018221117338.jpg&nmt=18)
![[최민성의 미래 읽기] 회색 도시에서 초록의 생태 도시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17년이 건네는 탄소중립 시사점과 한국의 과제](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60912010629015920c1c16452b018221117338.jpg&nmt=18)
매일 수많은 시민이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자전거와 도보를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하다. 위트레흐트의 공기는 세계 어느 선진 대도시보다 맑고 쾌적하며, 교통 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뿌리째 지워나가는 모범적인 탈탄소 도시의 표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도시·부동산 정책이 마주한 현실과 위트레흐트의 시사점
그렇다면 네덜란드의 중소 도시인 위트레흐트의 17년 기록은 오늘날 대한민국 도시 및 부동산 정책에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가?안타깝게도 한국의 대도시들과 신도시 개발 사업은 여전히 과거 산업화 시대의 망령인 '차량 중심, 아스팔트 위주'의 개발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넓은 차로와 지상 주차장, 그리고 자동차의 원활한 소통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도로 설계가 판을 치고 있다. 신도시나 택지개발 지구를 설계할 때도 친환경 자전거 전용 도로는 구색 맞추기에 그치고, 실질적인 모빌리티 전환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매년 우리 삶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아스팔트로 국토를 덮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인프라보다 자동차 전용 도로 확충에만 매몰되는 방식으로는 다가오는 기후 재난을 막을 수 없다. 위트레흐트의 사례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이 단순히 최첨단 기술의 도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바라보는 철학의 대전환과 꾸준한 실행력에 달려 있음을 웅변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공간 철학의 대전환
위트레흐트가 1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일관되게 지켜온 '사람과 자연 중심'의 철학은 우리에게 명확한 교훈을 준다. 도시의 변화는 하루아침에 마법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명확한 생태적 비전을 정립하고, 이를 수십 년간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정치적·행정적 결단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회색빛 콘크리트 정글은 생명이 숨 쉬는 초록의 생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글로벌 기후위기가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지금, 한국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도시부동산 전문가들은 깊이 자성해야 한다. 자동차의 편의를 위해 포장했던 아스팔트를 과감히 걷어내고, 그 빈자리를 시원한 물길과 울창한 숲, 그리고 자전거를 탄 시민들의 웃음소리로 채워나갈 때 비로소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소명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위트레흐트의 17년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의 길을 가리키는 가장 밝은 나침반이다.
최민성 칼럼니스트/델코리얼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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