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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개미 빚투 ‘위험한 질주’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8-13 14:39

자본시장硏 “개인 신용투자 10년새 5.5배”
신용투자 37조 시대…미국에 비해 2배속
ISA·연금 등 장기투자문화·체질개선 시급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개선과 글로벌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뜨겁게 달아오르자 ‘레버리지 투자’ 부담도 덩달아 커졌다. 특히 ‘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고위험 베팅 규모가 가팔라 투자시장의 우려를 키운다.

K-개미 빚투 ‘위험한 질주’

‘레버리지 중독’ 미국보다 2배 빨라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투자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 신용융자 잔고는 36.7조 원에 달했다. 2016년 6.7조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도 채안되는 동안 5.5배나 폭증한 규모다. 연평균 증가율이 19.6%에 육박한다.

국내 레버리지 투자 증가 속도는 미국보다도 훨씬 가파르다. 같은 기간에 미국 주식시장의 마진

거래(margin account) 잔고는 약 2.8배 증가했다. 국내 신용융자 증가 속도가 미국의 2배에 가까운 셈이다.

최근 레버리지 투자는 질적인 측면에서 과거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던2020~2021년에는 코스닥 중소형주에 빚투가 많았지만 최근엔 코스피 대형주 위주다. 대형주가 전체 신용융자의 78%(28.6조 원)를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등 수익률 변동성이 큰 특정 섹터에 개인 레버리지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ETF(상장지수펀드)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기초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의 순자산총액(AUM)은 39.4조 원에 달한다. 2016년 말과 비교하면 13.1배나 늘었다. 최근에는 지수뿐 아니라 변동성이 훨씬 큰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까지 가세해 투자 위험이 증폭된 상태다.

K-개미 빚투 ‘위험한 질주’

하락장에선 원금 증발 ‘순식간’

증시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투자가 상승장에서는 큰 수익을 주지만 하락장에서는 순식간에 원금을 증발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용융자의 경우 실질 레버리지 비율이 2배 안팎에 달해 주가가 30%만 하락해도 투자자의 실제 손실률은 67%에 육박한다. 45%가 하락하면 원금이 다 날아간다.

이자비용과 운용보수, 음(-)의 복리효과까지 더해지면 손실은 걷잡기 힘들다. 기초지수가 20% 상승한 뒤 20% 하락하면 지수 자체는 4% 손실에 그치지만, 2배 레버리지 ETF는 손실이 16%에 달하게 된다. 하락장에서 오래 보유하면 지수 변동에 따라 원금이 급속도로 깎여 나가는 구조인 셈이다.

개인 손실이 시장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도 우려를 모은다. 주가가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파는 ‘반대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 주가는 더 주저앉고 또다시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에 빠진다. 장 마감 무렵에 레버리지 ETF의 헤지 물량이 집중적되면 시장 변동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레버리지 투자가 급증하면서 미수거래와 CFD(차액결제거래)도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지난 6월 말 미수거래와 CFD 잔액은 각각 1.4조 원, 1.9조 원으로 2024년 말에 비해 60% 가량 늘었다. 이들 상품은 결제 주기가 짧고 일일 정산이 이뤄져 주가가 떨어질 때 즉각적인 반대매매가 실행되는 만큼 시장의 하방 압력을 높인다.

장기적 투자 체질 개선해야

자본시장연구원은 개인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진입규제 강화 등 다양한 대응책을 제안했다. 손실 감내 능력이 낮은 투자자에게 위험고지를 강화하고 마케팅을 자제하는 게 골자다.

금융당국도 이런 제안에 맞춰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개인투자 한도를 전체 투자금의 20% 이내로 제한하고 최소 자금규모를 설정한 것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특정 상품만 규제하면 다른 상품으로 수요가 쏠리며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일관된 규제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단일종목 ETF 투자가 막힐 경우 개미 투자자들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해외 3배 레버리지 ETF로 눈을 돌리거나 미수거래, CFD(차액결제거래) 등 더 위험이 큰 상품으로 몰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기나 연간 단위로 손실이 누적된 계좌를 선별해 레버리지 투자 비중을 관리하는 정교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홍콩처럼 시장이 급변할 때 레버리지 배율을 강제로 하향하는 등 ‘긴급조치권’ 도입을 검토할만한 카드로 제시했다. 신용융자 잔액과 ETF 규모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위험 수위에 도달할 때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장기적으로는 투자문화 자체를 ‘단기 한탕주의’에서 ‘장기 분산투자’로 바꿔야 한다는 진단이다. 일본의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를 참고해 한국판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와 개인연금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면서 주식 보유기간이 길수록 세금을 깎아주는 유인책도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소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는 생애주기 전반에 금융교육을 강화해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알리고 여유자금을 장기 분산투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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