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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하고, AI가 판단하고, 블록체인이 증명한다

장종회 기자

jhchang@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7-27 14:23

한-스페인 스마트팜 플랫폼 개발 착수
'피지컬 AI' 기반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

[한국금융신문 장종회 기자] 스페인이 물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중해성 가뭄에 대수층까지 고갈되면서 구조적 문제로 번졌다. 이런 스페인에서 새로운 실증이 시작된다. 나무가 스스로 보내는 '생체신호'를 읽는 기술이다. 가뭄 스트레스를 미리 예측하는 스마트팜 기술이 본격적인 실증에 들어간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주관하는 '2026년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에 한-스페인 컨소시엄 구성이 이뤄졌다. 한국 측은 알앤에스랩(주관연구개발기관)과 KAIST가 참여한다. 스페인 측은 에너지·IT기업 Magtel Operaciones(스페인 측 주관기관), ITERIAM, BrioAgro가 이름을 올렸다. 블록체인업체 소셜인프라테크의 기술인력도 함께 투입된다.

컨소시엄의 과제명은 'SF-Olive'다. 첨단 센싱과 블록체인, 엣지 인공지능 반도체를 기반으로 올리브 생산용 스마트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나무 자체의 데이터를 읽는다

기존 정밀농업은 간접 지표에 의존해왔다. 토양 수분이나 기상 데이터가 그것이다.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문제가 겉으로 드러났을 땐 이미 작황에 타격을 준 뒤였다. SF-Olive 플랫폼은 접근법 자체를 바꿨다. 올리브 나무의 줄기와 잎에서 나오는 전기 생체신호(Plant Electrical Biomarker)를 직접 잰다. 손톱보다 작은 초저전력 반도체가 이 일을 한다. 클라우드 연결도 필요 없다. 현장에서 100ms(0.1초) 안에 수분 스트레스를 예측하는 엣지 AI가 붙는다. 계측·처리된 데이터는 블록체인에 기록돼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센싱과 AI, 블록체인을 하나의 반도체(SoC)에 담은 셈이다.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식물의 스트레스를 사후가 아니라 사전에 잡는다. 간접 지표가 아니라 식물 자신의 신호로 포착한다. 수분이나 영양분 부족이 겉으로 드러나기 전에, 내부 상태를 보고 먼저 움직인다. 더 빠르고 더 정확하고 더 정밀한 대응이 가능해지는 이유다.

여기서 만들어진 데이터는 블록체인으로 인증된다. 유기농 인증이나 탄소배출권 인증, 수자원 절약 인센티브의 근거 자료로 쓰인다.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외부 기관도 검증할 수 있는 구조다. 신뢰가 처음부터 붙어 있는 셈이다.

이미지 제공:SF-Olive 한-스페인 컨소시엄

이미지 제공:SF-Olive 한-스페인 컨소시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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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오염' 블록체인 기술로 원천 차단

이 기술은 식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현실의 물리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는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팜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시스템이 수많은 엣지 센서와 단말 데이터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통제되지 않은 현장에 흩어진 센서 하나하나가 공격 지점이 될 수 있다. 데이터 위변조나 오염(Data Poisoning)이 생기면 AI는 그 사실도 모른 채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센서가 늘어날수록 이 위험도 함께 커진다.

연구진으로 참여하는 KAIST 제민규 교수(AI시스템학과 학과장)는 "피지컬 AI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결합하면 수집·처리되는 데이터의 무결성을 암호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며 “데이터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지컬 AI 환경은 수많은 엣지 센서와 단말이 분산된 형태다. 그래서 데이터 신뢰성 확보와 오염 방지가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과제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엣지 AI 단말이 모은 생체신호와 관수 권고 결과, 실제 용수 사용량은 해싱돼 블록체인에 실시간 기록된다. AI 판단의 근거 자체가 위변조 불가능하게 고정되는 셈이다. AI 예측과 실제 물 사용량은 스마트 컨트랙트가 자동으로 대조·검증한다.

이 덕분에 수개월 걸리던 농가 인센티브(보조금, 탄소크레딧) 정산이 수일로 줄어든다. 스페인·EU 유기농 인증(CAAE, CCPAE)과 CAP(공동농업정책) 에코스킴에 맞춘 이력 추적, 컴플라이언스 리포팅도 자동으로 제공된다.

제 교수는 "이번 SF-Olive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글로벌 '피지컬 AI 플랫폼 컨소시엄' 출범을 계획 중”이라며 “데이터 신뢰 확보와 관련해서는 블록체인 원천기술을 보유한 소셜인프라테크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AI 플랫폼에 신뢰를 부여하는 방법론에서 글로벌 표준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세계 표준을 겨냥하다

이번 과제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대규모 올리브 테스트베드 현장에서 먼저 실증을 거친다. 이후 포도·감귤 등 지중해성 유실수와 국내 고부가 시설원예 시장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컨소시엄의 목표는 뚜렷하다.

2033년까지 해외 설치 기반만으로 연간 약 240만㎥의 물을 아낀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96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CO₂ 감축량은 150~200톤에 이를 전망이다. 승용차 75~100대가 1년간 내뿜는 양과 맞먹는다.

요즘 AI 합성 데이터가 대량으로 퍼지고 있다. 데이터의 진본성 자체가 의심받는 시대다. 이런 때에 '나무가 말하고 AI가 판단하고 블록체인이 증명하는' 이번 실증이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신뢰할 수 있는 피지컬 AI의 글로벌 표준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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