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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명수’가 닦은 129년 저력…동화약품, 다음 100년은 [제약 명가의 2막 ①]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29 00:00

‘국민 소화제’ 활명수 굳건…압도적 OTC 장악력
공격적 M&A·글로벌 확장 통해 신사업 ‘가속’ 승부
낮은 ETC 비중 한계 깬다…개량·혁신 신약 상업화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역사를 개척해 온 1세대 제약 명가들이 변곡점을 맞이했다. 100년 안팎의 긴 업력을 자랑하는 동화약품과 유한양행 그리고 동아제약은 ‘활명수·안티푸라민·박카스’ 등 ‘국민 상비약’을 탄생시키며 흔들림 없는 입지를 지켜왔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지 않고 든든한 캐시카우를 발판 삼아 M&A,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신사업 투자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섰다.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3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동화약품 그래픽 = 제미나이

▲ 동화약품 그래픽 = 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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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1897년 ‘활명수’로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첫 장을 연 동화약품이 오너 4세 윤인호 대표의 주도 아래 해외 유통망 확장과 의료기기 기업 인수 등 공격적인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든든한 기반이 되는 일반의약품(OTC)을 발판 삼아 전문의약품(ETC)과 혁신신약 상업화로 새로운 100년 도약의 문을 열지 관심이 쏠린다.

129년 지탱한 든든한 OTC 캐시카우

28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현대 제약 산업은 동화약품의 129년 역사와 맞닿아 있다.

조선 말기인 1897년, 궁중 선전관으로 재직 중이던 민병호 선생이 궁중의 비방과 서양 의학을 접목해 국내 최초의 양약인 ‘활명수’를 세상에 내놓으며 국내 제약업의 막이 올랐다.

이후 그 아들 민강 선생과 힘을 합쳐 설립한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은 단순한 약국을 넘어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에 헌신하는 민족기업으로서의 사명을 다했다. 이어 1937년, 민족의식이 투철했던 기업인 보당 윤창식 선생이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근대적 제약 명가로서의 초석을 마련했다.

긴 세월 동화약품이 제약시장에 남긴 발자취는 독보적이다. 간판 제품이자 대한민국 액상소화제 시장의 강자인 ‘까스활명수’ 브랜드는 현재까지 90억 병 이상의 누적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이는 81억 명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인구가 각 한 병 이상씩 마시고도 남는 수량이다.

실제로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를 보면 까스활명수는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 1위를 차지, ‘국민이 가장 많이 찾는 약’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까스활명수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액상소화제 시장 점유율 70%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난해엔 8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종합 감기약 ‘판콜’과 상처 치료제 ‘후시딘’, 잇몸약 ‘잇치’ 등 국민 브랜드로 자리잡은 OTC 라인업은 매 분기 동화약품에 안정적인 자금을 수혈하는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만 보더라도 활명수류가 218억 원, 판콜류가 158억 원, 잇치류가 116억 원, 후시딘류는 55억 원의 매출을 각각 거둬들이며 시장 지배력을 과시했다.

다만, 동화약품의 OTC 시장 장악력은 역으로 새로운 혁신 동력을 발굴하는 데 있어 일종의 ‘성장 정체’라는 딜레마를 낳기도 했다. 동화약품의 전체 매출에서 OTC 비중이 61%에 달하는 데 비해 ETC는 약 20%로 낮은 상황이다. 이에 동화약품은 자칫 안주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타파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메디쎄이·중선파마’ 품다…신사업 확장

동화약품은 전통적인 제약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기기, 뷰티 등 새로운 영역으로 회사의 체질을 탈바꿈시키는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쇄신 행보는 대대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이다. 동화약품은 2020년 221억 원을 투자해 척추 임플란트 전문업체 ‘메디쎄이’를 품에 안았다.

인수 당시 187억 원이었던 메디쎄이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255억 원으로 뛰었고, 이 기간 영업이익도 24억 원에서 31억 원으로 꾸준히 늘며 알짜 자회사로 거듭났다. 현재 25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며 글로벌 매출 1000만 달러 고지를 밟은 메디쎄이는 코스닥 이전 상장까지 추진하며 기업가치 재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어 동화약품은 지난 2023년 8월 베트남시장을 정조준, 현지 약국 체인 ‘중선파마(TS Care)’의 지분 51%를 391억 원에 전격 인수했다. 1997년 설립된 중선파마는 의약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까지 아우르는 헬스앤뷰티(H&B) 유통 채널이다. 동화약품은 중선파마를 동남아시아 헬스케어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글로벌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글로벌시장 확대의 일환으로 동화약품은 지난 4월 중선파마 호치민 지사장으로 신용재 상무를 선임했다. 신용재 지사장은 2006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해 호텔신라 재무팀과 경영관리팀 등을 거쳤다. SK온에서는 해외투자관리와 글로벌 합작법인 경영을 맡았다. SK온과 중국 베이징자동차·EVE 에너지와의 합작법인에서 각각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하며 투자·재무·사업 전반을 총괄했다.

글로벌시장 공략 강화와 함께 국내시장에서는 전통적인 약국 채널의 한계를 넘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젊은 세대의 핵심 소비 채널로 굳어진 다이소에 지난 4월 건강기능식품을 입점시킨 데 이어, 지난달에는 퍼스트 케어 브랜드 ‘후시덤’과 큐립연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큐어 립’ 라인 2종(립 크림, 립마스크) 등을 입점시키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후시딘을 비롯한 과거 동화약품의 브랜드가 2030 세대의 일상 속 필수템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이 외에도 동화약품은 지난 2023년 건강케어 브랜드 ‘배러’를 론칭했고, 지난해에는 제주산 메밀과 보리를 콜드브루 방식으로 추출한 차 음료 ‘제주보메차’를 선보이는 등 제약사 특유의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OTC 의존도 낮춘다…신약 파이프라인 상업화 박차

사업 다각화와 더불어 동화약품이 그리는 ‘제2막’에는 ETC 역량 강화와 혁신 신약 상업화가 있다. 회사를 129년간 지탱해 온 OTC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기술력으로 만드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무기로 삼아 다음 100년을 준비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윤인호 동화약품 대표는 지난해 연구개발(R&D) 부문을 ‘연구부문’과 ‘개발부문’으로 분리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프로젝트의 속도감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

올 들어서는 장재원 전무를 연구개발본부장으로 발탁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텍을 두루 거치며 신약 개발 역량을 체득한 송우률 이사를 신임 연구부문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단순히 유망한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최종 품목허가와 상업화 단계까지 완주해 낼 수 있는 완성형 밸류체인을 가동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동화약품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시장 진입이 가능한 ‘개량신약’ 부문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복합 개량신약인 ‘DW6013’은 시장에 발매돼 처방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후속 제품인 당뇨 복합제 ‘DW6014’ 역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마치고 품목허가를 획득, 본격적인 출격을 기다리고 있다. 위식도역류질환 제네릭 약물 ‘DW6017’ 또한 임상 1상을 완료하고 품목허가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장기적인 성장을 견인할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개발도 순항 중이다. 특히 난치성 질환과 항암제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혁신신약 후보물질인 ‘DW1023’은 혈액암을 타깃으로 하는 차세대 표적항암제다.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후성유전 조절 인자인 EZH1과 EZH2를 동시에 억제하는 독창적인 기전이 강점으로, 현재 전임상 단계를 밟고 있다. 면역반응 조절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면역질환 치료제 ‘DW1024’는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진입했다.

이처럼 동화약품은 오너 4세 윤인호 대표의 지휘 아래 129년 역사의 기업 헤리티지 위에 젊은 리더십 특유의 속도감 있는 혁신을 덧입히고 있다. 국민의 소화를 책임지던 친근한 ‘국민 약방’의 이미지를 넘어,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을 공략하고 바이오 신약을 연구하는 기업으로의 도약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윤인호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제약사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새 사업 분야인 K-뷰티와 베트남 리테일 스토어, 생활건강의료기기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가치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며 "동화약품만의 차별화된 R&D 역량과 브랜드 헤리티지를 결합, 국내시장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는 헬스케어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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