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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서정진’ 지배구조 딜레마…멈춰 선 합병에 ‘애나그램’ 만지작 [셀트리온의 성장통 ③]

양현우 기자

yhw@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6-29 00:00

장남 0%대 지분과 조 단위 상속세…‘승계 해법’ 골몰
덩치 키우는 ‘애나그램’…우회 승계 핵심 창구로 부상
주주 반발에 중단된 계열사 합병…차기 리더십 ‘난제’

셀트리온이 창립 25주년을 맞아 거대한 변곡점에 섰다. 분기 매출 1조 원 돌파와 1조8000억 원 규모 자사주 소각 등 화려한 외형 성장과 함께 과감한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창사 이래 첫 노동조합 출범이라는 파고를 마주하게 된 것. 아울러 부진한 주가와 안갯속 승계 이슈까지, 셀트리온 앞에 놓인 과제가 적지 않다. 오너 중심의 벤처 신화에서 시스템 경영을 갖춘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해야 할까. 셀트리온의 현재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한국금융신문 양현우 기자] 98.13%와 0.001%. 창업주 서정진닫기서정진기사 모아보기 셀트리온 회장이 쥔 지주사(셀트리온홀딩스) 지분과 경영 전면에 나선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의 셀트리온 지분율이다. 서진석 대표의 경영보폭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지만, 지배구조의 시계는 여전히 서정진 회장에 머물러 있다. 상속세 부담과 소액주주의 반대로 멈춰 선 계열사 합병에 승계 창구로 주목받는 가족법인 ‘애나그램’까지 얽히며 서 회장의 지분을 넘겨주기 위한 거버넌스 개편의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덩치 키우는 ‘애나그램’…승계 난제 풀까

28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애나그램은 지난해 12월 서 회장의 장남 서 대표와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 북미본부장(수석부회장)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신생 법인이다. 사업 목적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경영·교육·창업 컨설팅업, 부동산 관련 매매 사업 등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신생 가족법인이 설립 직후 유상증자를 통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금 100만 원으로 출발한 애나그램은 올해 3월 4100만 원 규모을 추가 납입해 자본금 총액을 4200만 원으로 늘렸으며, 발행주식 총수 역시 1만 주에서 42만 주로 확대했다. 이어 지난 5월 말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3억 원 규모의 2차 유증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신주 300만 주 전량을 서 대표가 단독으로 인수하면서 당초 형제가 절반씩 나눠 가졌던 지분 구조는 서 대표 93.92%, 서 수석부회장 6.08%로 변경됐다. 형제 공동 법인이라는 뼈대는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지배력은 장남에게 집중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반년 만에 자본금을 3억 원대로 키우며 지분 재편까지 마친 애나그램이 향후 상속·증여세를 우회하기 위한 승계의 핵심 창구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 대표가 애나그램을 통해 컨설팅 사업을 하거나, 법인 명의로 부동산 투자를 해 시세 차익을 거두면 낮은 법인세율(10~20%대)을 적용받는다. 개인의 세금 누수를 최소화하며 법인 내부에 유보금(현금)을 축적할 수 있다. 이렇게 애나그램 내부에 쌓인 현금은 향후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을 사들이는 실탄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애나그램의 기업가치를 키운 뒤 셀트리온홀딩스와 합병(주식 교환)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경우 조 단위의 현금 상속세를 낼 필요 없이 애나그램 주식을 지주사 신주로 맞교환함으로써 지주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서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애나그램에 대해 “셀트리온 지분이나 자금이 들어간 회사가 아니며 승계 목적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진석 대표, 0%대 지분율…상속세 5조 원대

애나그램에 시선이 쏠리는 근본적인 배경에는 셀트리온의 지배구조와 조세 부담이 자리한다. 셀트리온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가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13%를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핵심 사업회사인 셀트리온(23.56%)과 셀트리온제약(54.8%) 등을 보유하며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반면 후계 구도의 전면에 나선 서 대표가 직접 보유한 셀트리온 주식은 3254주로, 지분율 0.001% 수준에 불과하다.

차남 서 수석부회장은 지분이 전혀 없다. 두 형제는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역시 보유하고 있지 않다. 서 회장의 지분 승계 없이는 독자적인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다.

관건은 상속가액이 커질수록 불어나는 세금의 규모다.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셀트리온 지분(23.56%)의 가치는 2025년 사업보고서상 자본총계(9조9252억 원) 기준으로 약 2조3384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상속·증여세의 기준이 되는 시가를 적용하면 덩치는 확 커진다. 지난 22일 셀트리온의 시가총액(36조9684억 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지분가치가 8조7098억 원으로 뛴다. 이에 따라 서 대표에게 부과될 증여세는 5조225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주식의 경우 증여재산 평가금액의 20%를 할증하고, 산출된 과세표준이 30억 원을 넘으면 50%의 최고세율이 적용된다는 기준에 따라서다.

예를 들어 서 회장이 100억 원어치의 지분을 물려줄 경우, 20% 할증이 붙어 세금 기준액(과세표준)은 120억 원으로 뛴다. 여기에 최고세율 50%를 적용하면 60억 원이 산출되며, 누진공제액(4억6000만 원)을 제외한 55억4000만 원이 최종 세금이 된다. 원래 주식 가치(100억 원) 대비 실제 내야 하는 세금(실효세율)이 55.4%에 달하는 셈이다.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셀트리온제약(54.8%) 등 다른 계열사 지분가치까지 합산하면 실제 서 대표가 부담해야 할 세금 규모는 최소 6조 원에서 8조 원 안팎까지 불어날 수 있다. 이에 막대한 세금을 낼 재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단순 주식 상속을 강행하면 세금 납부를 위한 지분 매각으로 이어져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자사주 소각 잇따라…‘통합 셀트리온’은 기약 없어

이처럼 단순 지분 승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셀트리온이 단행하고 있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정책을 간접적인 승계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약 8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약 9000억 원어치를 소각한 데 이어, 지난 4월 다시 1조8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자사주 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지만, 총발행주식수가 감소하면 기존 대주주는 보유 주식 수 변동 없이도 지분율이 자동으로 상승하게 된다. 결국 자사주 소각이 반복될수록 서 회장(셀트리온홀딩스)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진다.

자사주 소각과 함께 ‘통합 셀트리온’ 구상도 승계 계획의 일환일 수 있다. 셀트리온홀딩스 지분만으로 그룹 전체를 일원화해 통제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 단순화를 꾀했다는 분석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023년 12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1단계 합병 이후, 2024년 8월 셀트리온제약까지 흡수하는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려 했다. 하지만 이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양 사의 기업가치 격차가 반발을 불러왔다. 합병 추진 당시(2024년 8월) 합병가액의 기준이 되는 주가는 셀트리온이 19만4600원, 셀트리온제약이 7만7100원선이었다. 그러나 매출 규모는 셀트리온(8747억 원)이 셀트리온제약(1172억 원)보다 7배나 많았다.

이처럼 규모 차이가 벌어진 상태에서 주가 기준으로 합병비율이 산정될 경우, 셀트리온제약 주주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결국 셀트리온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합병 직후 나타난 실적 변동과 바이오 섹터의 수급 악화가 맞물려 현재 주가는 뚜렷한 저평가 국면에 놓여 있다”고 봤다.

결국 경영 전면에 선 서 대표가 사업 성과를 통해 주주들의 의구심을 잠재우고 승계의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홍 연구원은 “올해 5조2000억 원대 매출과 1조7000억 원의 영업이익 달성이 기대되는 만큼,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확고한 성장 궤도를 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불신을 불식시키고 복잡한 지배구조 딜레마를 돌파할 유일한 정공법은 결국 실적이다. 짐펜트라의 글로벌시장 안착, 후속 바이오시밀러 라인업의 수익성 확대 그리고 신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가시적인 수주 성과 등 압도적인 펀더멘털 개선을 숫자로 증명해 내는 것만이 셀트리온 차기 리더십의 안착을 결정지을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애나그램 관련 사안은 셀트리온과 무관하다”면서 “승계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양현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yhw@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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