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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ʼ 속도내는 HMM, 노조는 “총파업” [이사회톺아보기]

신혜주 기자

hjs0509@

기사입력 : 2026-03-23 05:00

사외이사 ‘산은·부산’ 출신 개편
빠른 의사결정 위해 규모 줄여
우리사주 “사외이사 선임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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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ʼ 속도내는 HMM, 노조는 “총파업” [이사회톺아보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대표이사 최원혁)이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이사회 인적 쇄신에 나선다. 이번 사외이사 개편 핵심 키워드는 ‘효율성’과 ‘부산’이다. 특히 이사회 규모를 줄이면서까지 인적 구성을 변경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HMM 본사 부산 이전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기 만료 3인 전원 사임 후 이사회 슬림화 단행

HMM은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현재 HMM 이사회는 사외이사 4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이번 주총에서 3인 체제로 축소될 예정이다.

기존 사외이사 4명 중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인원은 총 3명이다. 오는 2027년 3월까지 임기가 남은 서근우 전 동국대 경영학과 석좌교수를 제외하고 우수한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 이젬마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정용석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이 떠날 예정이다.

보통 기존 사외이사 수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이사 연임 가능성도 열려 있으나, 이번에는 3명 모두가 사임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사회 규모 축소에 대해 HMM 측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시장 시각은 다르다. HMM 본사 부산 이전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 구성을 재편하는 것은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는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과제를 추진 중이다. HMM 최대주주는 정부로, 한국산업은행(35.4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08%)가 보유한 지분만 70%가 넘는다.

최근 박상진닫기박상진기사 모아보기 산업은행 회장은 “HMM 부산 이전이 가장 선결 과제”라며 “해양진흥공사와 해양수산부가 3~4월 중 주주총회를 개최해 부산 이전을 완료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과 주총 승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현행 HMM 정관 제1장 제3조에는 회사 본점을 서울특별시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정관 변경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외이사 규모가 축소되면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경영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쉽다”며 “신속한 집행은 장점일 수 있으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경영진을 견제하고 간섭할 소위 ‘시어머니’ 기능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HMM 정관 제5장 제29조에 따르면 이사는 3인 이상 9인 이하로 구성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사외이사는 3인 이상이되, 이사 총수 과반수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HMM 사내이사는 2명이기 때문에, 사외이사를 3명으로 줄이더라도 정관 변경 없이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

‘KDB 출신’ 안양수와 ‘부산 학계’ 박희진

새롭게 합류하는 사외이사 후보 면면을 살펴보면 HMM 향후 행보가 더욱 뚜렷하게 읽힌다. 이번에 내정된 신규 사외이사는 안양수 전 KDB생명 사장과 박희진 부산대 경영대학 부교수다.

1957년생인 안양수 전 KDB생명 사장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 정용석 이사 후임으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원활한 소통을 이끌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전북대 경영학과와 영국 레딩대(The University of Reading ISIB)를 졸업한 안 후보자는 1980년 산업은행에 입사해 경영지원단장과 기업구조조정실장, 투자금융본부 부행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3년 KDB생명 수석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사장을 역임했다. 퇴임 후 법무법인 세종에서 2021년까지 고문으로 활동했으며, 2021~2024년까지는 풍력발전 전문기업 유니슨에서 상임감사를 지냈다.

HMM은 안 후보 추천 이유에 대해 “법무법인 고문 및 기업 감사 경험을 통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1978년생인 박 후보는 2002년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에서 응용통계 석사를, 오리건대(University of Oregon)에서 재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첫 실무 경험을 삼성그룹에서 쌓았다. 박 후보는 2002년부터 삼성카드 영등포론센터 주임으로 근무했으며,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삼성SDS 사업지원실에서 사원으로 일했다. 2015년 근로복지공단 근로복지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2019년 부산대 경영대학 경영학부 부교수로 부임했다. 부산대 금융대학원 부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재무학회, 한국금융학회, 한국파생상품학회 등 국내 주요 금융 관련 학회 이사 및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자산운용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용평가 등급조정위원회 위원, 부산교통공사 인사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 후보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고용노동부 및 금융감독원과 협업하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과 운영 정책 연구를 수행했다. 퇴직연금 지급보장기구 도입 방안 연구와 실물자산 대체투자 R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성화 방안 연구 과제도 진행했다.

특히 박 후보는 2023년 지도 학생과 함께 ‘자사주 활동이 주가급락위험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국내 상장 기업의 자사주 정책이 주가 안정성에 미치는 기제를 학술적으로 규명한 바 있다. 이는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핵심 과제인 자사주 제도 개선 기조와 맞닿아 있다.

HMM 이사회는 박 후보에 대해 “학계와 산업 현장에서 폭넓은 경험을 축적했으며, 재무·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다양한 기관 자문과 학회 활동을 수행해 왔다”고 전했다.

주주모임 반발·노조 ‘총파업’ 예고

이사회 차원 속도전에도 불구하고 내부 구성원 반발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HMM 육상노종조합(지부장 정성철)은 최근 점심 집회를 통해 본사 부산 이전에 따른 경영 효율성에 대해 당위성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정성철 지부장은 “회사가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타당성 검토 결과에서도 이전 시 효율성이 30~40%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해운협회 설문 조사에서도 거의 모든 해운사가 이전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에는 HMM 사내 주주와 우리사주조합 등으로 구성된 경영 감시 주주 모임이 성명을 통해 이번 정기주총에 상정된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해당 인선이 기업 독립성을 침해하고 주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산은 출신 후보의 이사회 진입을 대주주 행정적 편의를 위한 ‘거버넌스의 후퇴’로 규정하며, 이사회 기본 원칙인 상호 견제 기능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부산 지역 기반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본사 이전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글로벌 해운 업황 불확실성에 대응할 실무적 전문성이 결여된 보은성 인사를 즉각 철회할 것도 촉구했다.

노조는 HMM 정기주총이 열리는 오는 26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다음달 2일에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조합원 총회와 총파업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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