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030년까지 18종 이상 HEV 라인업을 구축하고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 555만대 달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한 현지 투자도 적극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18일(목, 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더 셰드(The Shed)’에서 글로벌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전략과 재무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목표로 2019년 도입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했다. 그 장소로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핵심 도시이자 글로벌 경제, 금융,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으로 정했다. 이는 다양한 부담에도 미국 공략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사장)는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량 확대 및 생산 거점 확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현지화된 운영체계, 그룹사 시너지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그룹 톱 3라는 위치에 올랐다”며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으나 이전의 경험처럼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 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해외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이번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북미 특화 중장기 전략을 대거 공개했다.
북미 시장은 올해 상반기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 판 207만대 중 30%(약 61만대)가 판매된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특히 제네시스 및 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인기가 높아 매출 기준 비중은 38%에 육박한다.
먼저 현대차는 HEV 신차, 현지전략 EV 등 친환경 라인업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내년부터 하이브리드, 전기차, EREV,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 기반의 신차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로 했다.
먼저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 반사이익이 집중되고 있는 하이브리드를 2030년까지 엔트리부터 중형, 대형, 럭셔리를 포괄해 18개 이상으로 확대하며 시장 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현재보다 2배 이상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성장성이 높은 제네시스도 현대차그룹 첫 후륜(RWD) 기반이자 브랜드 최초 럭셔리 하이브리드 차량을 내년 출시한다. 추후 합리적 가격을 갖춘 엔트리 하이브리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 출시된 팰리세이드부터 도입을 시작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확대 적용해 보다 향상된 주행 성능과 연료효율성을 제공한다. 또 하이브리드 고전압 배터리를 활용해 엔진 시동 없이도 전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테이(Stay) 모드와 V2L(Vehicle To Load) 기능 등 다채로운 전동화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한 현지 생산 채계도 확대한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중 현지에서 생산되는 차량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으로, 이를 위해 미국 내 두 생산기지인 앨라배마 공장과 HMGMA의 가동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지 공급망 대응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혼류 생산이 가능한 HMGMA 간 생산능력을 현재의 30만대에서 2028년까지 50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무뇨스 사장은 “현재 미국에 판매되는 차량 중 현지 생산은 약 40% 수준으로 이를 약 80%까지 끌어 올릴 것”이라며 “미국 판매 차량은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고 이것이 글로벌 시장 성공을 위한 장기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여전히 글로벌 생산의 핵심 기지이고 앞으로 북미 외 지역 수요를 담당하는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픽업트럭, 상용차 등 북미 시장을 공략할 다양한 도전도 계속해 이어 간다. 현대차는 2021년 출시한 북미 전용 준중형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성공을 이을 중형(Midsize) 픽업트럭을 2030년 이전까지 현지 시장에 선보이기로 했다.
또한 현대차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과 트레일러 법인 현대트랜스리드(Hyundai Translead)의 우수한 트레일러 상품, 이르면 2028년 미국 현지 생산이 시작되는 전기 상용 밴 등을 앞세워 북미 상용차 시장 공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대차는 미국 굴지의 기업과도 협업을 적극 수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자율주행기업 웨이모(Waymo)와 지난해 10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이래 안전하고 편리한 자율주행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 중이다.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HMGMA에서 현지 생산되는 아이오닉 5에 적용해 도로 위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며, 올해 연말 미국 실도로 주행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CEO) 사장이 '2025 현대차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총 18종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구축한다. / 사진=현대차
이미지 확대보기현대차는 제네럴 모터스(GM)와 2028년 출시를 목표로 5개 차종에 대한 공동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 대응을 위한 중형 픽업, 소형 SUV, 소형 승용, 소형 픽업 4종과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으로, 향후 해당 차량들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80만대 이상의 생산 및 판매가 기대된다.
현대차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을 통해 자동차 판매도 진행 중이다. 미국 내 현대 딜러 41%가 아마존 오토스(Amazon Autos)에 자리잡아 차량을 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딜러 참여도 기대된다. 기존 현대차 웹사이트에 방문하지 않았던 소비자도 아마존 오토스에서 현대차 차량을 살펴봤으며, 아마존 오토스에서 차량을 구입한 일부 고객은 이전에는 현대차를 경험해본 적이 없었던 신규 소비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미국 투자도 적극 추진한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 금액은 기존 11조 6,000억원(88억 달러) 수준에서 향후 15조 3,000억원(116억 달러)으로 3조 7,000억원(28억 달러) 늘어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미국 투자 확대 계획의 일환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 및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 등을 위해 올해부터 4년 간 미국에 26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앞서 지난 3월 발표했던 210억 달러 대비 50억 달러 증가한 규모다.
한편, 현대차는 연결 부문 영업이익률 목표를 ▲2025년 6~7% ▲2027년 7~8% ▲2030년 8~9%로 설정했다. 하이브리드 및 제네시스 중심 판매 믹스 개선, 지속적인 현지 생산 및 소싱 최적화 등 현지화 전략, 하이브리드 및 EV, SDV 원가 경쟁력 강화 등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성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무뇨스 사장은 “이번 가이던스는 미국의 현행 25% 관세를 전제로 낙관적인 기대보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을 현행 25%에서 15%로 낮출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무역 협상 후속 합의에 빨리 도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