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삼성증권을 비롯해 키움, 메리츠, 신한투자, 하나 등 5개 대형 증권사에 대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심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하면서, 증권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여의도 증권가 정경. 사진=한국금융신문DB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심사는 지난 8월 28일 금융위원회 안건소위에서 기존에 중단된 일부 증권사의 심사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일부 사법 리스크를 이유로 메리츠증권과 삼성증권의 심사 보류를 요청했다. 하지만, 금융위는 전 증권사를 대상으로 심사를 지속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로써 업계는 본격적인 본심사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
●발행어음, 증권사 수익성의 핵심 수단
발행어음 사업은 증권사가 고객에게 고정금리 상품을 판매하고, 그 자금을 자기 운용에 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자금 조달과 수익성 확대에 있어서 핵심적 수단으로 평가된다. 현재까지 이 사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소수에 불과하다. 새로운 사업자 등장 여부에 따라 업계 경쟁 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이번 심사는 단순 인허가 절차를 넘어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 정책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며, “신규 인가 여부는 자본시장 활성화의 방향성을 가늠할 주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2강-1중-2약’ 구도 속 치열한 수싸움
현재 업계는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을 ‘2강’, 키움증권을 ‘중간권’,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을 ‘2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변수가 적지 않다.
삼성증권은 강력한 자본력과 WM(자산관리)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부 검사 지적 사항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메리츠증권 역시 이화전기 BW(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인가 심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키움증권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건희 집사 게이트’ 연루 의혹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내부통제 체계 강화와 과거 이슈에 대한 해소 노력을 강조하며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 "연내 발표 가능성…업계 판도 바뀔 것"
업계에선 이번 본심사 결과가 이르면 올해 4분기 중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결과에 따라 증권사 간 자금조달 구조와 레버리지 운용 여력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투자자는 물론 경쟁 증권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금리형 상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발행어음 인가는 증권사의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있어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며, “인가 여부는 향후 5~10년간 업계 판도를 결정지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정하고 철저한 심사”를 원칙으로 하며, 내부통제, 소비자 보호, 건전성 유지 등 복합적 요소를 기준 삼아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본심사 과정에서 각 증권사들이 리스크 해소와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자본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발행어음 인가 심사. 그 결과에 따라 증권업계의 지형도가 새롭게 그려질 전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