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물가보다 못한 수익률…퇴직연금 대안 ‘기금형’ 부상 [‘일하는 연금’이 필요하다 (1)]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3-31 00:00

퇴직연금 20년, 원리금 쏠림 계약형 한계
‘선진국’ 호주, 기금화 규모의 경제 주목

물가보다 못한 수익률…퇴직연금 대안 ‘기금형’ 부상 [‘일하는 연금’이 필요하다 (1)]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정선은 기자] 3층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은 초고령사회에 필수조건이다.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일하는 연금'의 안착이 중요하다. 연금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제도적 개선점 등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연금 선진국으로 꼽히는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은 퇴직연금 제도 중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호주건전성감독청(APRA) 통계에 따르면, 슈퍼애뉴에이션의 연간 수익률은 2023년 기준 9.6%를 기록했다. 장기 연금 투자를 반영한 10년 평균 수익률도 무려 7.2%에 달한다.

반면, 제도 도입 20주년이 된 국내 퇴직연금의 경우,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이 겨우 2.07%(2023년 기준)에 그쳤다. 이는 물가상승률(3.6%)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수치다.

호주 슈퍼애뉴에이션의 특징 중 하나는 운용 거버너스 형태가 기금형 구조라는 점이다. 이는 대부분이 계약형 구조인 한국의 퇴직연금과 대비된다.

기금 간 무한경쟁이 호주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 제고를 이끌었다는 평이 나온다. 최근 한국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유효성을 두고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퇴직연금 수익률 높여야” 기금형 재점화 배경

30일 정부 당국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2025년 3월 학계 및 업권 별 이해관계를 반영한 연구기관 내 전문가를 중심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 추진 자문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구조개선 작업의 일환이다.

첫 회의에서는 ▲사업장 규모 별 적합한 기금형 형태 및 추진단계 설정 ▲수탁법인의 형태·요건과 영리법인 허용 여부 ▲기금의 인·허가 및 관리·감독 등의 쟁점 관련 논의가 있었다.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 제도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푸른씨앗)를 제외하면, 대부분 계약형이다. 계약형은 개별 가입자가 민간 금융기관인 퇴직연금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스스로 투자 의사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연금 성격상 안정형인 예/적금 위주의 원리금보장 상품에 대한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고, 결국 ‘쥐꼬리’ 수익률로 이어지는 한계점을 드러냈다.

반면, 호주, 미국 등 연금 선진국을 보면, 기금형 퇴직연금이 보편화 돼 있다. 기금형 방식은 노·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탁법인이 관리 및 책임을 맡고, 내부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서 연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기금형 구조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입자 수익률을 높이는 데 보다 유리한 방식으로 간주된다.

고용노동부 측은 "올해 6월까지 다양한 쟁점 관련, 밀도 있는 논의를 펼칠 예정인데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퇴직연금 사업자, 노사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토의와 의견수렴을 거쳐서 법안 발의에도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논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퇴직연금 제도는 지난 2005년, 도입의 시급성과 초기 비용 등을 고려해 일단 노사정 합의를 통해 계약형 구조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기금형 도입 관련 논의가 나왔고, 2018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개정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과거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을 면밀히 살펴보고 보완해 나갈 것이다”며 “우리나라에 적합한 기금형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국, ‘연금 백만장자’ 가뭄

퇴직연금 제도 정비 관련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낮은 수익률이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42개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보험, 증권)와 계약형 중심인 국내 퇴직연금(DB+DC+IRP)의 적립금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427조1916억원이다. 그동안 퇴직연금 시장은 400조원 규모를 이룰 만큼, 분명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원리금보장형 상품 ‘쏠림’ 현상이 지나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장기 수익률로 평가할 수 있는 5년 수익률(2024년 4분기 기준)을 살펴보면, 원리금보장 DB(확정급여)형의 경우 수익률 1위가 3.15%에 그쳤다. 아무래도 리스크를 낮춘 상품 중심이다 보니 수익률도 낮았다. 투자형인 원리금비보장 DC(확정기여)형, IRP의 경우, 5년 기간수익률 1위가 각각 8.12%, 5.79%로, DB형에 비해 크게 높았다.

수익률 제고를 목표로 도입한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역시, 위험등급이 낮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인 ‘초저위험’ 등급이 90%에 달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말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적립금(DC+IRP)은 40조670억원인데, 이 중 초저위험 상품 적립금만 35조3386억원이나 됐다. 가장 많이 가입된 디폴트옵션 초저위험 상품의 2024년 4분기 기준 1년 운용 수익률은 겨우 3.3%에 그쳤다.

해외사례와 비교하면, 수익률 격차가 더욱 뚜렷해진다. 호주건전성감독청(APRA), 연금펀드 수익률 평가업체 슈퍼레이팅스에 따르면, 기금형 구조로 운영되는 호주 슈퍼애뉴에이션의 2000~2024년 평균 수익률은 6.7% 수준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등에서 일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기도 했지만, 두 자릿수를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연도가 다수였다.

미국의 DC형 퇴직연금인 '401(k)'도 수익률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01(k) 수익률은 2001~2020년 연평균 8.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401(k)는 주식형 펀드와, 디폴트옵션을 바탕으로 생애주기에 따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인 TDF(타깃데이트펀드) 비중이 크다.

연금 선진국에서는 이른바 '연금 백만장자'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들어 빅테크주 중심의 미국 증시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숫자는 더욱 늘어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2024년 6월말 기준 401(k) 플랜 가입자 중 100만 달러 이상 연금 자산을 보유한 가입자 수는 49만7000여 명에 달했다.

적극적 참여와 경쟁 ‘필수 조건’

기금형 연금 도입 필요성에 더욱 힘이 실린다.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은 2024년 연간 기준 15.00%(금액가중수익률)로, 1988년 기금 설치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금 설치 이후 수익률은 연평균 6.82%다.

국내 유일의 기금형 퇴직연금인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도 2024년 기준 누적 수익률이 14.67%, 연간 수익률은 6.52%를 기록했다.

현행 민간 금융기관 중심의 계약형 구조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실상 기금형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진출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적연금 구조개혁과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리포트(2025년 3월)에서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여러 정책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를 제도화하기에 현행 계약형 지배구조는 다분히 비효율적이고 제약적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선택형 디폴트옵션’이라는 왜곡된 구조로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고 지목했다.

남 연구위원은 "정책 수단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 환경 조성이 기금형 지배구조 도입의 의의다"며 "기금형 퇴직연금이 성공적인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선 호주 슈퍼애뉴에이션과 같이 민간 금융기관의 참여를 통해서 적극적인 경쟁구도를 형성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유형의 퇴직연금기금 설립이 허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증권 다른 기사

1 종투사 기반 모험자본 공급 모델, 사실상 작동 한계…증권업 딜 소싱 구조 붕괴 압력 증권가에서 ‘모험자본 공급 실험’의 무게 중심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축으로 한 규제 기반 공급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정보 플랫폼 중심으로 새로운 자본 매칭 구조가 현실화되면서다.핵심은 “자본을 얼마나 공급하느냐”에서 “자본이 어디로 흐르게 설계하느냐”로의 전환이다.“종투사 중심 공급 모델, 구조적 피로 누적”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정책 당국이 추진해온 모험자본 공급 구조는 종투사 중심이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에 혁신기업 투자 역할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벤처·스타트업으로 자금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하지만 시장 내부에선 이 모델 2 "미래에셋, 분기 연속 '1조클럽' 가시권"…2분기 대형 증권사 실적 전망 우호적 미래에셋증권이 첫 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조원대의 순이익을 내는 호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스페이스X 상장 효과에 미래에셋 '우뚝'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 컨센서스는 1조4002억원, 순이익 예상치는 1조1107억원으로 전망됐다.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0%, 174%씩 급증한 수치다.지난 1분기에 업계 첫 분기 순익 1조원대를 돌파하고, 2개 분기 연속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분기에 이어 우주 기업 스페이스 X(SPACE X) 투자목적자산 평가이익 효과 요인이 클 것으로 예상되며, 2분기는 상장(6월 12일 현지시각 나스닥 상장예정) 차익이 대규모 3 각자대표 전환하는 NH투자증권, 차기 CEO 숏리스트 압축…현 대표 제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NH투자증권의 차기 대표이사 숏리스트(최종 후보군)가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다.윤병운 현 대표의 경우 후보군에 미포함되면서 연임이 불발됐다. 4개월 만에 차기 사령탑 초읽기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했다.NH투자증권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이 예상됐지만 해당 안건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그동안 4개월 가까이 인선이 지연돼 왔다. 대주주 논의 과정에서 지배구조 체제 전환 타당성 검토가 이사회에 제안됐고, 4월 증권 임시 이사회에서 각자대표 체제로의 전환이 결정됐다. NH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농협금융지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퇴근 후 주차했는데 수익 발생? V2G의 정체
[그래픽 뉴스] “전쟁 신호를 읽는 가장 이상한 방법, 피자 주문량”
[그래픽 뉴스] 트럼프의 ‘타코 한 입’에 흔들린 시장의 비밀
[그래픽 뉴스] 청년정책 5년 계획, 무엇이 달라지나?
[카드뉴스] KT&G, ‘CDP’ 기후변화·수자원 관리 부문 우수기업 선정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