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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지털화 막는 보험산업 구조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9-02 00:00

▲ 전하경 기자

▲ 전하경 기자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이 속도라면 10년도 안걸릴 수 있죠. 모든 곳에서 CD를 안듣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2000년대 초반에서야 했을 법한 이 말은 일본 최정상 아이돌 그룹 아라시 멤버 마츠모토준이 2019년경 진행한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이 발언이 나온건 아라시가 처음 미국 진출을 준비하면서 나왔다. 한국 케이팝은 일찌감치 스트리밍 서비스와 유튜브 콘텐츠를 개시한 반면, 일본은 폐쇄적인 정책을 고수했다. CD를 사지 않으면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통로가 전혀 없었다. 아라시도 BTS가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서 미국 진출을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 측면이 크다. 일본 내에서는 최고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그룹은 CD판매로도 여전히 건재했던 만큼 스트리밍 서비스를 처음 이용했다면 저런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보험 시장도 일본에서 고수하고 있는 CD정책처럼 여전히 대면 설계사가 건재하게 있다.

생보 빅3인 삼성생명, 한화생명은 설계사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전속 설계사에 힘을 주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제판분리를 한 한화생명도 설계사 3만명까지 채우면서 실적을 끌어 올렸다. 디지털 손보사를 내세우는 롯데손보도 전속 설계사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가 주관하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행사에서도 보험사들은 전멸했다.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들은 금융위원장에 보험 서비스는 소개하지 않았다.

보험사 자체 디지털도 안되다보니 인슈어테크도 고사 상태다.

작년에는 인슈어테크 스타트업만 따로 모아뒀지만 올해는 참여 업체 수가 적어 따로 부스가 없었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에서 만난 한 핀테크 스타트업은 인슈어테크가 부진할 수 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인슈어테크 시장이 이미 많이 죽은 상황"이라며 "인슈어테크가 성장하려면 보험사에서 줘야하는 정보가 많아야하는데 보험사에서 전혀 주는게 없다보니 인슈어테크가 성장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보험업계 디지털이 지지부진한건 이해관계가 많아서라고 말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가 디지털이 안되는건 이해관계가 많아서인 것 같다"라며 "은행과 증권은 지점, 본사로 단순하지만 보험은 설계사, TM, 콜센터까지 다른 금융사보다 이해 관계가 복잡해서 디지털화가 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프로세스를 하는 순간 설계사 뿐 아니라 콜센터, 지점장까지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복잡한 이해 관계 속에서 고객만 소외되고 있다. 보험 비교 서비스만 해도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보험사 간 협의 과정에서 결국 수수료가 올랐다. 기존 서비스와 혁신성이 불투명하다보니 고객들도 외면하고 있다.

보험사 디지털화가 활성화되려면 복잡한 이해관계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전문경영인이 대부분인 보험사 CEO가 IFRS17 체제에서는 디지털화보다 매출 확대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장기보험 실적과 CEO 임기가 직결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여전히 대면에 목매고 있는건 디지털이 당장 성과가 나지 않아서다. 디지털화 프로세스를 고도화하는 비용보다 설계사 1명을 채용하는게 바로 성과가 난다. 설계사가 아니더라도 디지털화로 투입하는 비용보다 GA에 시책을 주는게 매출로 직결된다.

근본적으로 디지털화로 고객 편의가 높아지는지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은행과 증권사는 비대면 앱으로 금융 거래가 전환되면서 고객 수수료 부담이 대폭 낮아졌다. 반면 보험사는 비대면 앱으로 보험 가입을 한다해도 보험료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어렵다.

디지털화 가입 과정이 고객에게 최적 상품을 줄 수 있는지도 물음표다. 설계사를 AI가 대체하지 못하는건 보험 상품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비대면만으로 보험 상품을 제대로 파악하고 가입자가 가입하기에는 쉽지 않다.

근본적인 이해관계를 풀지 않는다면 보험업계 디지털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일본 J-POP 시장처럼 보험사도 갈라파고스가 될지도 모른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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