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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누가 호봉제를 사수하는가?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2-06 13:48 최종수정 : 2023-02-23 16:36

[데스크칼럼] 누가 호봉제를 사수하는가?
[한국금융신문 최용성 기자] 호봉제는 농업적 근면성이 요구되는 시기에 딱 맞는 임금체계다. 능력·직무가 아니라 연공에 따라 임금을 올려주는 게 호봉제다. 대단한 성과가 없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임금이 올라간다. 빈번한 야근, 고강도 노동에도 불구하고 기업에 대한 로열티가 필요한 시기에 주효했다. 그래서 과거 '평생 직장' '종신 고용'을 중시하던 일본에서 등장했고, 우리나라도 고도 성장기에 이런 임금 체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 디지털 대전환 등 근로 환경이 급변하면서 호봉제는 오히려 근로자들 발목을 잡은 족쇄가 되고 말았다. 호봉제는 고령 근로자에 대한 임금부담을 높여 인재 유치, 정년 연장을 어렵게 한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 주류 핵심 근로자로 자리 잡고 있는 MZ세대에 호봉제는 불공정하다. 과거와 달리 미래가 불투명한 MZ세대에 '평생 직장'이란 개념은 없다. 자신의 능력과 직무에 따라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미련 없이 떠나는 게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 된 지 오래다. '열정 페이'를 경멸하고 '워라밸'을 위해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정부는 진작부터 호봉제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직무급제 도입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 왔으나 현실은 정반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임금체계 현황과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현재 국내 100인 이상 사업체 55.5%가 호봉제 임금체계를 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54.9%)와 비교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사업장 호봉제가 증가한 것은 9년만이라고 한다.

인구 고령화, 디지털 대전환 등 근로 환경이 급변하면서 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인구 고령화, 디지털 대전환 등 근로 환경이 급변하면서 호봉제 임금체계를 직무급제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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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호봉제를 사수하는 계층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쌓아 놓은 '세월'만 있으면 별다른 성과 없이 급여가 올라가는 이들 말이다. 어떤 사람들일까. 통계 결과에 해답이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호봉제 활용 비율은 금융·공공부문, 대규모 사업장일수록 높았다. 100명 미만 사업장 호봉제 활용률은 13.4%에 그쳤지만 100~299명 사업장은 54.3%, 300명 이상은 60.1%, 1000명 이상은 무려 70.3%였다. 업종별로는 금융·보험업이 68.6%로 가장 높았고 전기·가스 공급업이 36.7%로 그 다음이었다. 노조 없는 사업장 호봉제 활용율은 11.2%였지만 노조 있는 사업장은 67.8%에 달했다.

말하자면 대기업에서 노조 소속으로 일하는 정규직 남성 근로자 같은 사람들이 직무급제 도입을 가로 막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이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거나 하청업체이거나 혹은 여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제몫을 못 받고 있다는 데 있다.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현재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은 56.3%에 불과하다. 거의 절반밖에 못받고 있는 셈이다. 또 여성 근로자들 임금은 남성 근로자의 69.9%에 불과하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은 72.4%에 그친다. 호봉제를 사수하는 이들의 '억대 연봉'을 실현하기 위해 하청 업체나 소비자들에게 비용이 전가되기도 한다.

교육, 연금과 함께 노동을 3대 개혁 과제로 내건 윤석열 정부가 최근 직무급제 전환을 독려하는 방안을 선보였다. 직무급제로 바꾸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호봉제를 유지하면 세액 공제에서 배제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는 방안이다. 노조 반발 등 변수가 여전하겠지만 MZ세대 젊은 근로자들 의지가 과거와 다른 만큼 기업으로선 적극 추진해볼 일이다.

최용성 기자 cy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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