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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내년 중대재해법 시행 앞두고 대책마련 고심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21-02-22 00:00

협회-학계 “건설업 특수성 고려해야” 신중론 우세
재해예측 AI·통합안전 플랫폼…대형사 준비 만전

▲ 현대건설 재해예측 AI 적용 화면. 사진 = 현대건설

▲ 현대건설 재해예측 AI 적용 화면. 사진 = 현대건설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모든 책임을 지고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중대재해법 가이드라인에는 최근 2년 연속 중대재해가 발생했던 건설업체에 올해 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해당 업체의 본사 및 전국의 모든 현장을 감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건설현장에서는 인명이 관련된 중대한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쉬워, 중대재해법 시행이 건설사들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 건설업계 “형벌 과하다”…학계 “건설업 특성 고려한 신중한 도입 필요”

지난해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16개 건설단체 명의로 작성한 입법 중단 탄원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에 제출했다.

건단련은 “안전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인데 중대재해법은 고의범에 준하는 하한형의 형벌을 부과하려 한다. 이게 과연 맞느냐”며 “법안이 시행되면 국내에서 기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은 최고경영자가 개별현장을 일일이 챙겨 사고 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내외 수십∼수백 개의 현장을 보유한 건설업체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책임을 묻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현장 안전을 위한 플랫폼 마련 등 여력이 있는 대형 건설사들은 걱정이 덜하지만, 이 같은 여력이 없는 중견·지방 건설사들의 경우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하청업체들을 모두 포함하면 수 십개 이상의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는데, 이러한 현장 하나하나의 책임소재를 다 따지자면 한도 끝도 없다”고 토로했다.

학계에서도 중대재해법 통과를 놓고 ‘다소 급하게 처리된 감이 없지 않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업권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처벌에 대한 실효성이 신중하게 논의되야 한다는 의견이 도처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손태홍·최수영 연구원은 ‘국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과 영국 「기업과실치사법」의 비교 분석’ 보고서에서 “건설산업은 분절된 생산구조에 따른 다수의 계약이 요구되고, 기후 등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는 옥외 산업이며, 높은 인력 의존도 등의 태생적 특성을 가졌다”며, “이러한 산업적 특성은 타 산업과 비교해 안전사고 발생 빈도를 높이는 영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보고서에서는 중대재해법에 대해 “이 법안은 2007년 제정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산업재난 예방과 기업의 안전 문화 인식 제고라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의무 주체, 중과실 유무, 도급 관계 의무, 손해배상 등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에 따르면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사망사고에 대한 경영진·실무자 개인의 주의 의무 위반 여부가 아니라 조직 관리 적절성 여부 등을 범죄 성립의 주요 요건으로 본다.

영국에서 기업과실치사법이 도입된 2008년 이후 2017년까지 이 법으로 처벌된 사례는 총 25건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국의 건설업 사고 사망 십만인율은 2008년 2.04에서 2017년에 1.60으로 연평균 3.3% 감소해 법 제정 전인 1998∼2007년 연평균 2.6%의 감소율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포스코건설 토탈정보공유시스템 ‘포스원’ 현장적용사진. 사진 = 포스코건설

▲ 포스코건설 토탈정보공유시스템 ‘포스원’ 현장적용사진. 사진 = 포스코건설

◇ ‘재해예측 AI’부터 통합 안전 플랫폼 마련까지, 대형 건설사들은 ‘준비 만전’

학계의 우려는 여전하지만, 건설사들은 ‘이미 닥친 일이니 어쩔 수 없다’며 현장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안전 이슈는 정부 방침과는 무관하게 건설사들이 선제적으로 잘 지켜야 할 문제”라며, “중대재해법 시행이 일종의 채찍질이 될 수는 있겠지만 현장 안전 시스템 마련은 매년 강화돼 왔기에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은 ‘재해 예측 AI’ 가동을 통해 본격적인 AI 기반 건설현장 안전관리를 시작했다.

‘재해 예측 AI’는 현대건설이 현재 시공 중인 국내 全 건설현장에 작업 당일 예상되는 재해위험 정보를 제공해 선제적 안전관리가 가능하도록 자체개발한 시스템이다.

과거 실제 발생했던 안전재해 정보 뿐 아니라, 현장 내 결빙구간에서 공사차량이 미끄러져 전도될 뻔하거나 인적 없는 곳에서 공사자재가 낙하한 사례 등 인적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준사고 정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데이터를 담고 있어, 건설현장의 잠재적 재해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다.

현대건설 현장에서는 ‘재해 예측 AI’를 활용한 결과 정성적 평가 위주의 안전점검의 수준을 넘어 보다 객관적이고 신뢰성 높은 점검이 가능해졌다. 현대건설은 이를 통해 관리 효율성을 향상하고 안전재해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효과적인 사고예방을 위해 기존에 발생하였던 재해를 유형별로 빅데이터화하여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사고 예방활동 기법 중 하나인 T.P.O(Time / Place / Occasion)분석을 활용해 안전사고 빅데이터를 시간, 장소, 상황에 따라 분석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여 안전활동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도출된 사고분석 리포트는 현장 전직원에게 매월 발송되고 있으며 현장별 특성과 여건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안전대책이 이행되고 있다.

스마트 기술 및 장비를 활용한 안전사고 예방 기술도 적용 중이다. 작업자의 부주의나 실수로 인한 사고도 방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시설 설치 기준을 강화하였다.

특히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 장비에 충돌 방지 센서 및 알람 장비와 전도 예방을 위한 수평 상태 알림 경보기를 설치하였다.

이외에도 BIM을 활용한 안전관리 계획 수립, 드론/CCTV 등을 활용한 안전관리 사각지대 해소, 모션 센서를 활용한 근로자 행동분석 등 안전 사고 예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안전 이슈가 많았던 포스코건설은 2018년에 발생한 수많은 안전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에 안전사고 근절을 위해 `안전관리 종합개선대책`을 마련하는 등 전사적 노력을 진행해 안전사고를 큰 폭으로 줄였던 바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사내인트라넷에 분산돼 있던 계약, 공사일정, 안전, 소통관리시스템을 통합해 전 공사관련 정보를 모바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토탈정보공유시스템인 ‘포스원(POSONE)’을 구축했다.

포스코건설과 협력사는 공사계약 체결부터 납기일정, 기성내역까지 계약에 관한 모든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일·주·월 단위의 공사실적과 계획 등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의 통합 안전관리 시스템인 ‘스마트 세이프티 솔루션(Smart Safety Solution)’ 역시 눈에 띈다.

‘스마트 상황판’은 현장 관리자들의 스마트폰에 탑재돼, 카메라, 드론, CCTV, 개소별 센서 등 스마트 안전기술로 모은 실시간 현장 정보를 동시에 확인하고 비상상황에는 전 현장 혹은 해당 구역 근로자에게 안전조치를 바로 지시할 수 있게해 준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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