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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이 멍들고 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기사입력 : 2017-04-09 21:40

금융부장 겸 증권부장

수협은행이 멍들고 있다.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사람을 잘 써야만 모든 일이 잘된다라는 뜻의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좋은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쓰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역량(力量)이다. 인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만사가 되기도 하고 망사(亡師)가 되기도 하다. 이처럼 CEO 인사는 민감하고 예민하다. 특히 낙하산 인사는 시대를 막론하고 호사가(好事家)들의 입방아에 곧 잘 오르내린다.

최근 차기 수협은행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연일 시끄럽다. 이원태 수협은행장 임기만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임 인선(人選)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애초 sh수협은행은 지난달 9일 새로운 은행장을 내정할 예정이었으나 인선 과정이 한 달 가까이 표류(漂流)하고 있다. 5명으로 구성된 차기 수협은행장 추천위원회는 지금까지 네 차례 걸쳐 은행장 선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내일(10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만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차기 수협은행장 선출이 난항(難航)을 겪는 것은 은행장 선출 권한(權賀)을 나눠 갖고 있는 정부와 수협중앙회 간에 알력(軋轢)과 밥그릇 싸움 때문이다. 서로 무조건 자기 사람을 앉혀야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아서다. 만약 양측이 끝까지 대립하면 차기 수협은행장 선출은 불가능하다.

잘 알다시피 수협은행은 지분(持分) 100%를 가진 수협중앙회의 자회사다. 수협중앙회는 해양수산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공직(公職) 유관 단체다. 동시에 수협은행은 1조7000여억 원의 공적 자금(公的資金)이 투입돼 있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경영통제(經營統制)를 받는다. sh수협은행은 수협중앙회와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라는 4명의 '시어머니'를 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은행장 선출(選出) 과정이 간단치 않다. 3년마다 은행장 추천위원회(推薦委員會)가 구성된다. 위원은 총 5명인데,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회 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이 각각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모회사(母會社)인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한다.

정부와 수협중앙회가 3대2로 숫자상으로만 보면 정부 입김이 더 세다. 하지만 수협은행 관련 정관은 '은행장은 추천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同意)를 받아야 선출된다.'고 돼 있다. 5명 가운데 4명 이상의 위원이 찬성(贊成)해야 은행장이 선출되는 것이다. 결국 3명의 위원을 추천하는 정부나 2명의 위원을 추천하는 수협중앙회 어느 한 쪽이 거부(拒否)하면 은행장을 뽑을 수 없는 구조다.

자칫 직무대행 체제라는 초유의 사태(事態)까지 맞이할 수 도 있다는 얘기다. 상법상으로는 후임이 확정되기 전에 전임 CEO가 임시방편(臨時方便)으로 맡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에는 이원태 은행장이 맡아야 한다. 어찌 됐건 초반부터 행정업무 공백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 수협중앙회 이사회에서까지 나서서 은행장 추천위원회의 조속한 결정을 요구하는 결의문(決意文)을 냈다. "은행장 임기만료에 따른 경영 공백이 불 보듯 뻔하고 이는 어업인들에게까지 피해가 미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차기 은행장 선임(選任)을 둘러싼 잡음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sh수협은행의 구성원들은 너무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여기에 은행의 브랜드 가치(價値) 하락과 금융소비자 신뢰(信賴) 하락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까지 그 피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은행 CEO 자리는 그 권한이 막강하다. 아울러 큰 조직의 최고경영자(最高經營者)는 겉으로는 늘 평온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危險)을 감지하고 이에 선제적(先制的)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게 CEO의 역할(役割)이고 기능(機能)이다. 현대 경영학(經營學)의 대가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 관련 저서에서 위대한 기업을 일군 지도자의 조건(條件)에 대해 반복해서 얘기하고 있다.

“외부에서 저명한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은 위대한 회사로 도약(跳躍)하는 데 오히려 부정적(否定的)이다.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명사, 대단한 개성의 도도한 지도자는 위대한 기업의 지도자가 아니었다. 조용하고 조심스럽고 겸양(謙讓)과 의지(意志)를 갖춘 인물이 좋다. 대중 앞에서 떠벌리지 않는다”고 말이다.

문제는 시대정신(時代精神)이다. 현재 sh수협은행은 어떤 CEO를, 어떤 스타일의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가가 인선의 중요한 잣대가 돼야 한다. 이제라도 신경분리 독립법인 1기 은행장 인선을 계기로 수협은행 스스로의 능력을 검증(檢證)해 내는 '강한 수협'의 모습을 기대한다. 이와 함께 정부에 대해서는 수협은행장 선출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시대변화에 맞게 바꿔주기를 촉구(促求)한다. 정부도 궁극적으로는 sh수협은행이 잘되기를 바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이 자리를 통해 기대를 해본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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