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완기사 모아보기 행장이 이끄는 우리은행이 올해 공모 은행채 발행액을 20% 넘게 줄인 가운데 변동금리채는 35배 이상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상반기에는 만기도래 물량을 중심으로 차환한 뒤 7월 이후 순조달을 늘리면서도, 고정금리 대신 CD·KOFR 연동 변동채와 1년 이하 단기채를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금리가 오른 뒤 장기 조달비용을 확정하기보다 향후 금리 하락 시 비용을 다시 낮출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다.
발행액보다 만기액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한 가운데 기업대출 확대 등에 필요한 순조달 규모를 늘리되 조달비용의 장기 고정을 피한 전략에 가깝다.
자본 부문에서는 지난해 발행한 4000억원의 후순위채(Tier2)를 바탕으로 올해 신종자본증권(AT1)이나 Tier2를 추가 발행하지 않았다. 대신 위험가중자산(RWA) 증가율을 억제하고 보통주자본(CET1)을 3조원 가까이 늘려 우리금융지주의 CET1비율 상승을 뒷받침했다.
저원가성예금이 4조원 넘게 증가했고 예대율도 낮아졌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에 따른 예금 부족을 은행채로 메운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발행 20.6%↓에도 만기 39.1%↓…순조달 47.2% 증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의 증권발행실적보고서와 투자설명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우리은행은 올해 1월 1일부터 9월 10일까지 30차례에 걸쳐 총 6조 6600억원의 공모 원화 선순위 은행채를 발행했다.지난해 같은 기간 33건·8조 3900억원과 비교하면 발행액은 1조 7300억원, 20.6% 감소했다. 발행 건수도 3건, 9.1% 줄었다.
건당 평균 발행액은 2542억원에서 2220억원으로 322억원, 12.7% 감소했다. 발행 횟수와 회차당 금액을 동시에 줄인 것이다.
할인발행을 반영한 실제 조달액은 지난해 8조 3362억원에서 올해 6조 6230억원으로 1조 7132억원, 20.6%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액면금액과 실제 조달액의 차이가 538억원, 올해는 370억원이었다.
그러나 발행액 감소를 조달 수요 위축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2020년 이후 DART 발행 공시에서 상환일과 액면금액을 역추적한 결과, 올해 9월 10일까지 확인된 우리은행의 공모 원화 선순위채 만기액은 4조 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조 5900억원보다 2조 5800억원, 39.1% 감소한 규모다.
신규 액면 발행액에서 만기 액면금액을 차감한 단순 순조달액은 지난해 1조 8000억원에서 올해 2조 6500억원으로 8500억원, 47.2% 증가했다.
발행액은 줄었지만 만기액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신규 자금으로 남는 순조달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올해 발행 축소의 직접적인 원인은 자금 수요 감소보다 차환해야 할 채권이 줄어든 데 있다.
저원가성예금 4.19조원↑…머니무브 따른 긴급 조달 아냐
머니무브로 인한 고객예금 부족으로 순조달을 확대한 것도 아니었다.우리은행의 원화 조달액은 2025년 말 352조 177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55조 9895억원으로 3조 811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원가성예금은 133조 7830억원에서 137조 9773억원으로 4조 1943억원, 3.1% 늘었다. 핵심예금도 102조 2972억원에서 103조 2019억원으로 9046억원 증가했다.
반면 정기예금은 165조 6530억원에서 165조 3551억원으로 2979억원 감소했다. CD 등을 포함한 시장성수신도 12조 7935억원에서 11조 4508억원으로 1조 3426억원, 10.5% 줄었다.
저원가성 자금이 증가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조달가격이 높은 정기예금과 시장성수신을 줄인 것이다. 전체 원화 조달액은 오히려 증가했다.
예대율도 98.23%에서 97.15%로 1.08%포인트 낮아졌다. 대출이 증가했는데도 수신 대비 운용 여력이 악화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상반기 공모 선순위채 순조달액은 2400억원에 불과했다. 은행계정 기준 사채 잔액도 24조 1279억원에서 24조 95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자본시장 활성화에 따른 예금 이탈을 은행채로 보완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안정적인 저원가성예금 기반을 확보한 가운데 정기예금·시장성수신·은행채의 조달가격과 만기를 비교해 조달원을 조정한 성격이 강하다.
상반기 순조달 1.54조→2400억원…7월 이후 2.41조원
연중 발행 시점은 상반기에서 하반기 초반으로 이동했다.올해 상반기 공모 선순위채 발행액은 3조 9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 1900억원보다 2조 2100억원, 35.7% 감소했다.
상반기 발행액 감소 역시 만기 물량 중심의 차환 전략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확인 만기액은 지난해 4조 6500억원에서 올해 3조 7400억원으로 9100억원, 19.6% 감소했다. 신규 발행액에서 만기액을 차감한 순조달액은 1조 5400억원에서 2400억원으로 84.4% 급감했다.
반대로 7월부터 9월 10일까지 발행액은 지난해 2조 2000억원에서 올해 2조 6800억원으로 4800억원, 2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만기액은 1조 9400억원에서 2700억원으로 86.1% 감소했다.
이에 따라 7월 이후 순조달액은 2600억원에서 2조 4100억원으로 9배 이상 확대됐다. 올해 전체 순조달액의 90.9%가 7월 이후에 집중된 셈이다.
하반기 순조달을 늘린 이유로는 만기 부담이 줄어든 상황에서 기업대출 확대 등에 필요한 신규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의 원화대출금은 2025년 말 300조 758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08조 5208억원으로 7조 7619억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기업대출이 6조 460억원 늘어 전체 증가액의 77.9%를 차지했다.
대기업대출은 32조 665억원에서 38조 4138억원으로 6조 3473억원, 19.8%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이 3013억원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상반기 기업대출 성장은 사실상 대기업 부문이 주도했다.
기업대출 증가가 모두 생산적 금융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만기도래 감소로 확보한 조달 여력을 활용해 기업금융 중심의 자산 성장을 지원한 흐름은 확인된다.
변동채 1000억→3.53조원…초기 조달금리 2.91%
발행구조에서 가장 큰 변화는 변동금리채다.우리은행의 변동채 발행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00억원에서 올해 3조 5300억원으로 3조 4300억원, 3430.0% 증가했다. 35.3배로 확대된 규모다.
전체 공모 선순위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2%에서 53.0%로 51.8%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고정금리채 발행액은 8조 2900억원에서 3조 1300억원으로 5조 1600억원, 62.2% 감소했다. 비중은 98.8%에서 47.0%로 낮아졌다.
변동채를 확대한 이유는 기준금리가 실제로 오르기 전 상대적으로 낮았던 CD·KOFR를 활용해 초기 조달비용을 줄이고, 높은 장기 고정금리를 미리 확정하지 않으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 변동채 발행액은 2조 500억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51.5%를 차지했다. 최초 적용금리는 2.89~2.945%, 발행액 가중평균은 약 2.91%였다.
같은 기간 10년 이상 초장기물을 제외한 고정채의 발행수익률은 3.00~3.85%, 가중평균 약 3.33%였다. 만기 차이가 있어 직접적인 비용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변동채가 고정채보다 초기 금리를 약 0.42%포인트 낮게 확보한 효과는 확인된다.
금리 올라도 변동채 55%…고정비용보다 재설정 위험 선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7월 이후에도 우리은행은 변동채 중심 구조를 유지했다.올해 7월부터 9월 10일까지 발행한 선순위채 2조 6800억원 가운데 변동채는 1조 4800억원으로 55.2%를 차지했다. 상반기 51.5%보다 3.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고정채는 1조 2000억원으로 44.8%에 그쳤다.
국민·신한·하나은행이 금리 인상 이후 고정채 비중을 높여 추가적인 비용 상승을 제한한 것과 다른 움직임이다. 우리은행은 금리가 오른 뒤에도 비용을 장기간 고정하기보다 향후 금리 경로에 따라 다시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택했다.
7월 이후 변동채의 최초 적용금리는 2.896~3.46%, 발행액 가중평균은 약 3.04%였다. 상반기보다 약 0.13%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7월 평균에는 한국은행의 첫 기준금리 인상 이전에 발행한 KOFR 연동채 9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우리은행은 7월 3일 5개월물 2000억원을 ‘KOFR+40bp’, 최초 2.950%에 발행했다. 7일에는 5개월물 4000억원을 ‘KOFR+40bp’, 3.003%에 조달했고, 9일에는 5개월물 3000억원을 ‘KOFR+39bp’, 2.896%로 발행했다.
한국은행은 7월 16일 기준금리를 2.50%에서 2.75%로 올렸고 8월 27일에는 3.00%로 추가 인상했다.
첫 인상 이후 변동채 비용은 본격적으로 높아졌다. 7월 27일 발행한 CD 연동 1년물 2900억원의 최초 금리는 3.11%였고, 8월 14일 1년물 1800억원은 3.12%였다. 9월 8일 발행한 6개월물 1100억원에는 3.46%가 적용됐다.
7월 16일 이후 발행한 변동채의 최초 적용금리는 가중평균 약 3.18%로 상반기보다 약 0.27%포인트 높았다.
CD 연동채 가산금리도 상반기 20~22bp에서 7월 27bp, 8월 29bp, 9월 40bp로 확대됐다. 기준지표 상승에 은행채 공급 부담과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프리미엄이 더해지면서 변동채의 비용 이점이 줄어든 것이다.
고정채 비용도 상승했다. 10년 이상 초장기물을 제외한 고정채 발행수익률은 상반기 가중평균 약 3.33%에서 7월 이후 약 3.68%로 0.35%포인트 높아졌다.
우리은행이 금리 인상 이후에도 변동채를 유지한 이유는 당장의 금리 상승보다 높은 고정비용을 장기간 확정하는 부담을 더 크게 상정한 결과로 분석된다. 변동금리 비용이 오르더라도 향후 금리가 다시 하락하면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선택권을 남겨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보다 비용 확정의 유예에 가깝다. 다만 금리가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면 변동채 이자비용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
1년 이하 비중 25%→83.5%…평균 만기 2.17년→1.04년
변동채 확대는 발행 만기 단축과 동시에 이뤄졌다.올해 9개월 이하 선순위채 발행액은 2조 1800억원으로 지난해 1000억원보다 2조 800억원 증가했다. 1년 안팎 채권도 2조원에서 3조 3800억원으로 1조 3800억원 늘었다.
두 구간을 합한 1년 이하 발행액은 2조 1000억원에서 5조 5600억원으로 3조 4600억원, 164.8% 증가했다.
전체 발행액에서 1년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25.0%에서 83.5%로 58.5%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2년 안팎 채권은 2조 100억원에서 5500억원으로 1조 4600억원 감소했다. 3년 안팎 채권도 3조 23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2조 9300억원 줄었다.
2~3년물 합계는 5조 2400억원에서 8500억원으로 4조 3900억원, 83.8% 감소했다. 발행 비중도 62.5%에서 12.8%로 49.7%포인트 낮아졌다.
10년 이상 초장기물도 12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58.3% 감소했다.
그 결과 초장기채를 제외한 발행액 가중평균 만기는 지난해 약 2.17년에서 올해 1.04년으로 1.13년 단축됐다.
만기를 줄인 이유 역시 장기 고정비용을 피하고 향후 차환 시점의 금리 하락 가능성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변동금리와 단기 만기를 동시에 늘려 조달비용을 재설정할 수 있는 시점을 앞당긴 것이다.
다만 금리 위험과 차환 위험이 겹쳤다는 점은 부담이다. 올해 발행한 1년 이하 채권 5조 5600억원은 대부분 올해 말부터 내년 9월 사이 다시 만기를 맞는다.
금리가 내려가면 차환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고금리가 지속되거나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이 악화하면 대규모 물량을 더 높은 비용으로 재조달해야 한다.
타행보다 비용 하락 가능성을 크게 열어둔 대신 금리 경로가 예상과 다를 때의 부담도 더 많이 떠안은 셈이다.
지난해 Tier2 4000억…올해 추가 발행 없이 CET1 3조원↑
선순위채에서 금리와 만기 위험을 적극적으로 조정했다면 자본성증권에서는 보수적인 전략을 택했다.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23일 4000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후순위채를 3.31%에 발행했다. 만기는 10년 뒤인 2035년 6월 23일이다.
해당 후순위채는 Tier2로 인정돼 총자본비율을 보완한다. 반면 CET1이나 기본자본비율을 직접 높이지는 않는다.
올해 9월 10일까지 우리은행 명의의 공모 AT1이나 Tier2 발행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Tier2를 통해 총자본 완충력을 확보한 뒤 올해는 추가적인 자본성증권 조달을 자제한 것이다.
AT1은 기본자본과 총자본, Tier2는 총자본을 보완하지만 두 증권 모두 CET1비율을 직접 높이지 못한다. 우리금융이 올해 CET1비율 개선에 경영의 우선순위를 둔 상황에서 자본성증권을 추가 발행하면 목표 지표 개선 없이 이자비용만 늘어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대신 CET1 축적과 RWA 통제를 선택했다.
우리은행의 CET1자본은 2025년 말 26조 297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9조 2680억원으로 2조 9710억원, 11.3% 증가했다.
반면 RWA 증가율은 CET1자본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다. 그 결과 CET1비율은 14.13%에서 15.38%로 1.25%포인트 상승했다. 기본자본비율도 14.89%에서 16.13%로 1.24%포인트 높아졌다.
Tier2 인정액은 3조 5810억원에서 3조 2640억원으로 3170억원, 8.9% 감소했다. 기존 후순위채의 잔존만기 축소 등에 따라 자본 인정액이 줄었는데도 추가 발행하지 않았다.
CET1 증가가 Tier2 감소를 상쇄하면서 총자본비율은 16.81%에서 17.86%로 1.05%포인트 상승했다. 추가적인 자본성증권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도 자본의 양과 질을 동시에 개선한 것이다.
선순위채는 비용 유연성·자본은 CET1…정진완표 ‘투 트랙’
우리은행의 올해 채권 전략은 선순위채와 자본성증권에서 서로 다른 위험을 선택한 결과다.공모 선순위채 발행액은 20.6% 감소했지만 만기액이 39.1% 줄면서 순조달액은 47.2% 증가했다. 전체 발행 수요가 줄었다기보다 만기 부담이 감소한 틈을 활용해 신규 조달 여력을 확대했다.
순조달 시점은 7월 이후에 집중됐다. 금리가 상승한 뒤에도 변동채 비중을 55%로 유지하고 1년 이하 비중을 83.5%까지 높였다.
장기 고정비용을 피하고 향후 금리 하락 시 조달비용을 다시 낮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반면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면 이자비용과 차환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이는 하반기 고정채 비중을 높인 다른 주요 은행보다 금리 변화에 적극적으로 노출된 전략이다. 비용 하락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ALM 차원의 금리 민감도와 2027년 차환 일정 관리가 중요해졌다.
자본에서는 반대 방향의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Tier2 4000억원을 발행해 총자본 완충력을 확보한 뒤 올해는 추가 자본성증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대신 CET1을 3조원 가까이 늘리고 RWA를 통제해 은행의 CET1비율을 15.38%로 끌어올렸다. 이는 비은행 확대에 따라 RWA가 늘어난 우리금융의 CET1비율 상승을 뒷받침했다.
결국 정진완 행장의 채권 전략은 선순위채에서는 금리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고, 자본에서는 CET1을 중심으로 손실흡수력과 자본의 질을 강화한 이중 구조다.
조달은 짧고 유연하게, 자본은 비용을 아끼면서 단단하게 가져간 것이 올해 우리은행 채권 전략의 핵심이다.
김성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voice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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