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이 그 40년의 기록을 풀어 놓는 사진전 '장날'을 오는 21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울 강남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 작가가 찍은 80여 점의 흑백 사진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대부분 1980년대 후반, 필름 카메라로 담아낸 장면들이다. 장터 사진이라고 하면 흔히 물건과 풍경을 떠올리겠지만 정 작가의 사진은 다르다. 그의 렌즈는 물건보다 사람을 먼저 찾는다. 풍경보다 시간을 먼저 포착한다.
사라지는 것들의 목격자
정 작가 사진 작업의 시작은 단순했다. 그는 "사람을 알고 싶어 장터에 갔다"고 말한다. 한적한 시골 장터를 찾았을 때, 그곳엔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었다. 농사를 짓는 사람, 좌판을 펴는 사람 등 장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말투와 표정, 흥정하는 목소리 속에서 그는 사회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봤다. 그렇게 장터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어느새 40년이 지났다.정 작가가 처음 찾았던 1980년대 후반의 장터는 지금과는 딴판이었다. 대형마트도 인터넷 쇼핑몰도 전혀 없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은 오일장이 열리기를 학수고대했다. 그 날이 되면 마을을 나섰다. 물건을 사고 파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었다. 장터는 소식을 나누고, 지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안부를 묻는 공간이었다.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시간이었다.
그 밀도가 정 작가의 흑백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 작가는 사진 속에서 기술적 완성도를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증거처럼 내밀 뿐이다. 특히 초상 사진들이 그렇다. 주름진 얼굴, 굳은 손, 좌판 앞에 앉은 노인의 눈빛. 그것은 단순한 인물 사진을 넘어선다.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의 전기나 다름없다. 컬러가 아닌 흑백이기에 그 농도 속에 삶 전체가 담겨 있는 듯하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시간
정 작가는 아직도 장터를 쉽사리 떠나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말을 빌면 "장터에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대형마트가 장터를 밀어낸지 오래다. 인터넷 쇼핑몰은 어느덧 좌판을 대신해 사람들의 일상을 점령했다. 결국 많은 장터가 문을 닫았고, 남은 곳조차 현대식으로 개량되거나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장터를 찾는다. 그곳에만 있는 무엇인가 때문이다. 정 작가는 “장터에는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것을 '관계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정영신의 이번 전시 '장날'은 사라지는 장터와 장날에 대한 애도의 전시가 아니다. 작가 스스로 말한다. “사라진 장날을 슬퍼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관계의 시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기록을 전하는 것”이라고. 그 말에는 40년의 무게가 실려 있다.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찾는 마음
장터를 나와 돌아갈 때마다 그는 같은 생각을 한다. 무언가를 두고 온 것 같다는 생각.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느낌. 그래서 다시 장터로 향한다. 두고 온 것 같은 그 '무엇'을 확인하기 위해서. 어쩌면 그것은 바쁜 일상에 매몰된 모든 이가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대량소비의 시대, 화면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에 잊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정영신의 사진 앞에 서면 그런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낯선 사람의 얼굴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이상한 경험. 오래전 어딘가에서 본 듯한 풍경. 그것이 정영신의 전시가 가진 힘이다.
전시회에 걸리는 80여 장의 사진은 단순한 장날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이다. 잃어버린 것이거나 지금 잃어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조용하고도 집요한 질문이다. 사진가 정영신은 40년 동안 이 질문을 하루도 멈추지 않았다. 정 작가는 작업노트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어쩌면 내가 찾는 것은 장터가 아니라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장날을 향해 길을 나선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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