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한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은행권을 향해 던진 말이다. 기존 은행의 예대금리 기반 수익 구조를 ‘이자놀이’로 규정하면서 은행이 대출 중심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기업·산업 투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간 은행의 이자이익이 급증하면서 ‘이자놀이’라는 지적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 부담이 늘어난 시기와 맞물리면 은행의 고수익은 도덕적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은행이 단순히 대출 중심 영업구조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은행권을 단순히 ‘이자장사꾼’ 프레임으로 낙인찍는 시각은 지나치게 단선적인 접근이다.
은행 역시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고, 이자는 차주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은행이 이자를 받는 것은 고객이 미래의 소득이나 수익을 앞당겨 사용할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한 것에 대한 대가이자, 상환 불이행이라는 실질적 위험을 감수한 데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다.
이자로 번 돈이 그대로 쌓이는 것도 아니다. 은행은 이자로 얻은 이익을 활용해 내부 건전성을 관리하고, 대출 공급 대상과 규모를 늘리기 위해 노력한다.
대출을 받는 사람이 모두 우량 신용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개인·기업 고객에 대한 대출은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일반적으로 여신 규모가 증가하면 자산 건전성 확보를 위한 은행의 대손충당금 부담도 함께 커진다.
금융당국의 자본적정성 규제도 은행이 이자를 받고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은행이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당국이 권고하는 BIS비율, 보통주자본(CET1)비율 등을 충족해야 하며 고위험 대출에 대해선 더 많은 자기자본을 적립해야 한다.
은행이 비용을 들여 자산 건전성을 관리하지 않고 자본확충으로 몸집을 키우지 않는다면 대출 가능 대상과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서민과 중소기업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은행들이 자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나선 것도 무책임한 수익 추구가 아닌 리스크와 규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즉 은행은 편하게 돈을 벌기 위해 고객에게서 이자를 뜯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기업의 자금 조달·중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이자를 받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은행이 이자로 이익을 내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썼는가’다. 이자이익의 규모가 아닌 자금의 방향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중소기업 대출은 얼마나 늘었는지, 녹색금융이나 전환금융에는 얼마나 투자했는지, 혁신금융은 어떤 방식으로 제공되고 있는지 등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이재명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에 맞춰 은행들은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지원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올해 상반기에 집행한 민생금융지원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KB국민은행은 총 3721억원, 신한은행은 3029억원, 하나은행은 3557억원, 우리은행은 282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각각 실행했다. 물론 ‘이자놀이’ 지적에서 은행권이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고객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의 대출 이자를 제시했는지 끊임없이 검토해야 하고,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통해 더 많은 고객에게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할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의 역할과 사회에 대한 기여는 무시한 채 ‘이자놀이꾼’으로 폄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상생금융’은 필요하고, ‘생산적 금융’도 좋다.
다만 은행의 가치를 인정하는 방식으로, 사회·경제적으로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자금 흐름에 대해 논의하기를 바란다.
우한나 한국금융신문 기자 han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