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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이재명‧윤석열 금융공약 발표 때마다 “불안해”

임지윤 기자

dlawldbs20@

기사입력 : 2022-01-24 22:37 최종수정 : 2022-01-24 22:46

“청년 기본 대출, 취지 공감하지만 금융 원리 반해”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 과도한 금융당국의 개입”

“LTV 확대, DSR 규제 완화와 함께 이뤄져야 효과”

은행권, 여야 대선후보에 ‘자율 경영’ 토대 입장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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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금융 정책 공약이 담긴 안내책자./사진=각 후보 블로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금융 정책 공약이 담긴 안내책자./사진=각 후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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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대통령 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여야 대선후보가 금융정책 관련 공약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주로 실수요자 위주로 금융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목적의 정책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최소한의 금융 원리도 이해하지 않은 채 발표하는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과 함께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섣부르게 시장 질서에 개입할 경우 현 부동산 시장처럼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데다가 대선 국면에서 자주 언급되는 ‘표 얻기용’ 발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재명 “청년 기본 대출 1000만원”‧윤석열 “LTV 80%까지 규제 완화”

여야 후보는 모두 ‘실수요자’에 초점을 두고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청년층 위주로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우선 이재명 후보는 지난 22일 연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병사 월급을 200만원 이상 인상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청년 정책 8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금융 정책 핵심으로 ‘청년 기본 대출’과 ‘청년 기본 저축’을 제시했다. 장기간 은행 금리 수준으로 최대 1000만원을 빌릴 수 있도록 하고, 예금금리보다 높은 1000만원 한도의 저축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청년 기본 금융’ 제도다. 청년층이 1000만원 이내 돈을 장기간(10~20년) 은행 이자 수준(약 3% 전후)으로 빌릴 수 있게 해 대부 업체의 비싼 이자에 내몰리지 않게 하자는 취지다. 만기 동안 언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개념이라 볼 수 있다.

기본 금융 정책의 재원 마련에 관해서는 “거의 예산이 들지 않는다”고 공언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1조원을 대출할 경우 200억원 정도 필요하고, 가장 심각한 경우를 상정하면 5%, 500억원 정도인데 그럴 경우 1조원 정도 기본 대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정부가 100% 보증을 지원해 부실을 떠안는 구조로 부실률을 5%까지 높게 상정하더라도 예산 500억원으로 1조원 정도 기본 대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후보 설명이다. 평소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저리로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후보의 소신이 담겼다.

윤석열닫기윤석열광고보고 기사보기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19일 ‘석열 씨의 심쿵약속’ 14번째 공약으로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를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중은행이 불합리하게 이자 부담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막기 위한 취지로, 가산금리가 적절하게 산정됐는지, 은행끼리의 담합 요인은 없는지 등을 금융당국이 나서서 점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후보는 주택 대출 규제에 관해서는 결을 같이 했다.

이재명 후보는 23일 경기 의왕의 포일어울림센터에서 부동산 공약을 발표하면서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관해서는 “지역‧면적‧가격을 고려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인정하는 등 금융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최근 LTV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완화해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윤석열 후보도 앞서 최근 한국경제학회의 정책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으로 해당 내용에 관한 답을 내놨다. 실수요자에 관해 규제를 적절히 완화하면서 특히 청년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LTV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대출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소득수준에 맞게 하향 안정화할 수 있도록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규제 핵심으로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1일 “첫 주택을 장만하거나 청년 주택 같은 경우 대출 규제를 대폭 풀 것”이라며 “LTV를 80%까지 높여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산업정책 기능의 기획재정부 이관과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의 ‘지방이전’ 문제도 여야 후보가 대체로 같은 의견을 보였다.

금융권, 여야 금융 정책 공약에 부작용 우려


금융권에서는 여야 대선후보가 내놓는 금융 정책 공약에 우려를 먼저 표했다. 정책 실효성에 비해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기본 대출 공약에 관해서는 금융 원리에 반한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처음 언급된 것과 달리 100% 정부 보증사업으로 공약이 설계되기는 했지만, 이 후보 측이 기본 대출을 20~30대 청년부터 적용해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터라 향후 늘어날 보증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권이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신용을 토대로 대출을 내주고, 수익을 얻는데 이재명 후보가 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대출을 내주자는 식의 발언은 가장 기본적인 금융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며 “상환 능력이 없는 금융소비자가 결국 돈을 갚지 못하게 되면 그 감당은 은행과 국민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햇살론이나 새희망홀씨 같이 서민금융 지원 제도를 각 은행이 시행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정부 정책에 따라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 서민금융 분야에 지속해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며 “사회공헌 기금으로 환원도 이어가는 중인데 최근 마진이 높아졌다 해서 은행권 자금을 빼앗듯이 각출해 청년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금융권을 정권 하수인으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은행‧보험‧카드사 등 전체 금융사는 지난해 개정된 ‘서민 금융 생활 지원에 관한 법’에 따라 매년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정책 서민금융 재원에 출연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의 청년 지원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로 실효성 있는지는 되돌아봐야 한다”며 “이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와 달리 실제로 이자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낮은 이자만큼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를 키울 수 있다”고 걱정을 표했다.

은행권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안한 ‘예대금리차 투명화’ 공약 역시 달가워하지는 않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를 올릴 경우 대출금리도 올라가는 게 상식”이라며 “특히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금리 하강기에는 차이가 축소되는 것이 수요공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를 억지로 정부가 개입해 조정하는 것은 시장 질서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지금도 예대 금리는 각 은행이 공시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두 후보의 실수요자 주택 대출 규제 완화 방침에는 금융사들도 기본 방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취급에 어려움이 있는 탓이다. 다만, LTV 규제 완화만으로는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어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 규제 완화 등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또한 통화긴축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 내림세가 우려되는 시기에 LTV를 높게 적용하면 담보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세밀한 정책이 동반돼야 함도 강조했다. 소득과 자산현황 등을 고려해 상향 적용이 꼭 필요한 사례를 가려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LTV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당장 은행들은 올해 대출 전략을 새로 짜야 할 수 있다”며 “규제를 급격하게 풀면 최근 안정세에 접어든 가계대출이 다시 폭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정은보닫기정은보광고보고 기사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단계는 가계부채 관리가 우선으로 이뤄지는 거시경제적 여건이라 LTV 상향에 관해 검토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 대선후보들에 쌓아놓은 제언 전달


은행연합회(회장 김광수닫기김광수광고보고 기사보기)는 최근 여야 대선 주자 캠프에 ‘금융산업 혁신과 국민 자산증식 기회 확대를 위한 제언’이라는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제언에는 ▲데이터 기반 미래형 금융 실현 방안 ▲고령화에 따른 중‧장년층 자산관리(WM) 수요 증대 및 MZ세대(20~30대) 투자 열풍에 부응하는 자산증식 기회 창출 ▲지방 금융 활성화 ▲혁신과 자율‧책임에 기반한 경영 환경 조성 등이 담겼다.

은행권은 “은행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없애 달라”며 “데이터 금융 활성화와 소비자 권리 확대를 위해 은행의 비금융 서비스 규제를 풀고, 인터넷전문은행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 방식으로는 자본시장법상 수탁 가능한 재산을 허용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 방식의 ‘열거주의’에서 법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대부분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포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임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은행에도 허용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지방은행의 생존에 관한 해결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행권은 “지역 기반 금융회사는 해당 지역 주민과 산업체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존폐 위기에 있다”며 “특별법을 제정해 지방은행에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과 지역 이전 공공기관 거래 은행 등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자율적인 경영 환경 조성’에 강한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대한 은행권의 오랜 불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은행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각종 금융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정책사업에 ‘동원’되는 사례가 잦다”며 “은행은 서비스 수수료를 원가에 근거해 현실화할 수도 없고, 배당도 간섭받아 주주환원 정책도 펼치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원장 정은보)에 내는 감독 분담금이 일종의 수수료임에도 정작 당국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서비스’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도지사 권한대행 오병권) 주관으로 오는 27일 예정된 ‘청년 기본 금융 지원 예비 설명회’를 앞두고 은행연합회는 경기도로부터 은행권 참석 독려 협조 공문을 전달받은 상태다.

하지만 은행들은 여당 대선 후보 공약을 특정해 논의하는 자리라 눈치를 보는 중이다. 아직 참석 여부를 놓고 내부 회의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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