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증권사들의 수익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전체 순이익 비중을 조사한 결과 상위 5개 증권사 순이익이 전체의 36.6%를 차지할 정도로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의 수익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체 57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총 2조82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 상위 5개사의 당기순이익 합은 1조330억원으로 전체의 36.6%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수익성 양극화 현상은 최근 정부가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을 발표함에 따라 더욱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시장친화적·경쟁촉진적 영업환경 조성을 통해 혁신성장 지원 및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실행하기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방안에는 신규 증권사의 종합증권사 설립 허용, 1그룹 1증권사 정책 폐지, 새 업무를 신청할 때 받아야 했던 복잡한 인허가 중심 진입장벽을 등록제 위주로 바꾸는 내용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처럼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신설·분사·인수가 자유롭게 허용할 경우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격차는 더욱더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4월 중소·벤처기업 금융 업무에 특화된 금융투자회사를 육성하고자 도입한 ‘중소기업특화 증권회사’ 제도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중소형 증권사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지아 연구원은 “그간 진행된 대형 증권사 육성 중심의 금융정책이 증권사 간 경쟁 촉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원은 “증권사의 신설·분사·인수가 자유롭게 허용될 경우,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지겠으나, 촉진된 증권사 간 경쟁으로 인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 확대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국내 증권업은 지난 10년간 IB 및 자기매매 부분의 수익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며 “소매금융에 기반을 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초대형 IB 중심의 쏠림 현상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의견 또한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증권사가 모험자본 공급, IB 업무 등을 더욱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규모가 대형화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자본을 키우다 보면 결국 5~6개 정도의 초대형 IB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은행 업종에서도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은행은 대형 은행 중심의 수익 쏠림 현상이 더욱더 심하다”라며 “은행 또한 자본금을 키우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인 만큼, 이와 비슷한 특성을 보이는 증권업 또한 대형화를 중심으로 한 재편이 불가피한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트렌드는 해외에서도 관찰되고 있다”며 “미국, 일본 등도 소수의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수익이 재편되는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소수의 증권사에 수익이 지나치게 쏠릴 시, 해당 증권사가 위기상황을 겪을 경우 대한민국 증권업 전반에 크나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과거 미국의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것처럼 한국의 대형 증권사가 무너질 경우 국내 시장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며 “그럴 경우 국내 증권업계 전반에 매우 큰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환경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은 점차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각자의 차별화·특화 전략을 개발하지 않으면 미래의 생존을 보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