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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브렉시트 구원 할 만큼 한 테리사 메이

장안나 기자

godblessan@

기사입력 : 2019-07-01 00:00

▲사진: 장안나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안나 기자]
“하원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을 지지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했지만 끝내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후임 총리가 이같은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나라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 판단, 사퇴를 결정했다. 브렉시트를 완수하려면 의회 합의가 필요하다. 모두 타협할 자세가 돼있어야 한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지난달 말 사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이같이 토로하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2016년 데이비드 캐머런 전(前) 총리가 브렉시트 가결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제76대 영국 총리로 취임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마가렛 대처 이후 영국의 두 번째 여성 총리로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브렉시트 혼선에 책임을 지고 무대 뒤로 물러나게 됐다.

영국 남부 이스본에서 성공회 목사 외동딸로 태어난 그는 옥스퍼드대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어 민간기업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12년간 일하는 동안 런던 한 기초의원을 지냈고, 1997년 런던 서부의 버크셔의 한 선거구에서 당선돼 중앙정계에 입문했다.

2002년에는 보수당의 첫 여성 의장에 지명됐고, 2010년 캐머런 내각에서 내무부 장관에 임명돼 6년간 재임했다.

지난 2016년 6월 예상치 못한 국민투표 결과로 캐머런 전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히자 그 후임으로 취임했다. 정작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는 EU 잔류를 지지했으나 취임 후 국민 뜻을 존중하겠다며 3년간 EU와의 협상을 진두지휘해왔다.

지난해 11월 천신만고 끝에 EU와 합의에 도달했으나 메이 총리 합의안은 영국 국내 정치권 반발에 직면했다.

“브렉시트가 실패하면 후폭풍이 크다”는 그의 읍소에도 합의안은 하원 승인투표에서 세 차례나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당초 3월 29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됐던 영국 탈퇴일은 EU와의 협상을 통해 10월 31일로 연기됐다.

정국 혼란이 지속되자 보수당 내부에서 메이 총리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결국 지난달 24일 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드 브렉시트냐, 소프트냐’를 두고 여러 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국 속에 국민도 정치인도 모두 지친 상황. 그 와중에 몇 차례의 퇴진 위기를 겪으면서도 가능한 한 강경·온건파를 모두 만족시킬 브렉시트를 이끌어내려 분투해온 그였다. 이제는 “1900년 이후 재임한 영국 총리 중 6번째 단명 총리”라는 비아냥, “리더십 부재로 3년 가까이를 허송세월했다”는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하지만 난장판 브렉시트 정국 속에서는 누가 총리에 오르더라도 국민 욕받이가 될 수 밖에 없었을 터. 메이 총리는 이를 알면서도‘독이 든 성배’같은 총리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원래 EU 잔류파였다가 브렉시트 구원투수를 맡게 됐지만 “브렉시트는 브렉시트”라며 국민이 원하는 브렉시트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메이 총리가 제시한 브렉시트 안이 그나마 영국을 덜 망가뜨리는 내용”이라며 그를 옹호하는 국민도 적지 않았다.

그의 뒤를 이을 차기 총리 후보군 중 EU와 합의 없이 갈라서는 ‘노딜’ 브렉시트를 마다하지 않는 강경파가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바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과정에서 탈퇴파를 이끌던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다.

거침없는 언행과 보수적 성향 때문에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는 그는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선두를 달리며 최종 결선까지 진출했다.

존슨 전 장관은 오는 10월 31일 무슨 일이 있어도 EU를 탈퇴해야 한다며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 그가 총리가 되면 EU와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아 경제적 충격이 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EU는 누가 영국 차기 총리가 되든 브렉시트 재협상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양측이 제 입장만 고수한다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딜 공포가 고조되면서 최근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처지다. 메이 총리가 물러난 후 브렉시트 정국이 얼마나 나아질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장안나 기자 godbless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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