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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실손보험 개혁’ 대화마저 거부한 의료계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기사입력 : 2019-05-13 00:00

▲사진: 장호성 기자

▲사진: 장호성 기자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실손의료보험은 지난해 전체 국민의 77%가 가입했을 정도로 보편화된 ‘제 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한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보험금이 소액일 경우 청구에 필요한 구비서류 준비 등 금전적·시간적 비용이 발생해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험금 수령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비중도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를 시작으로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거나 자동화해 국민의 편의를 늘리자는 주장은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도록 의료계의 반발을 비롯한 수많은 이해관계 충돌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걸음마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역시 생명·손해보험협회는 물론 여야를 막론한 국회의원들, 시민단체 등부터 보험사에 이르기까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둘러싼 수많은 공청회와 간담회, 기자회견 등이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 이들 현장에서는 한 가지 이상한 공통점이 발견됐다.

바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의 가장 중요한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의료계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지난달 국회 정론관에서 열렸던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 촉구’ 기자회견에서도, 이달 초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었던 토론회에서도 의료계 대표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기자가 복수의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의료계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와 관해 의료계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의사협회 등 의료계와의 인터뷰를 타진했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가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차례 협상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며, “협상안이 완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여러 업계의 의견을 듣고 중재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테이블 자체가 마련되지 않고 있어 답답함이 크다”고 털어놨다.

올해 3월 말, 대한의사협회는 일부 일간지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회사가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기 위한 ‘꼼수’라는 내용의 신문 광고를 냈다.

해당 광고에서 의사협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개인정보 유출과 개인의 의료선택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는 ‘보험사 이권사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지난해부터 의료계가 일관되게 견지해오던 것과 같다. 작년만 해도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및 보험업계와의 협상 테이블에 모습만은 드러내왔다.

당시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이미 건강보험 청구 대행도 의료계가 부담하고 있는 마당에 실손보험 청구 대행까지 의료계가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의료기관은 의료를 하는 곳이지 행정을 하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의료계가 보험업계 및 정부와의 협상 여지 자체를 아예 닫아버린 이유는 이 같은 입장차가 평행선처럼 의미 없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의료계는 정부의 협의안에 ‘진정성이 없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이어왔다. 올해는 그러한 불신이 극에 달해 아예 대화의 장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장애물로 언급되는 비급여 진료비나 개인정보 유출, 전산 시스템 마련 비용 등의 문제점들은 확실히 하루 이틀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의료 소비자들을 위한답시고 민간 사업자에 해당하는 의료계에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는 부분에도 동의한다. 정부의 업계 눈치보기만 급급했던 지지부진한 협상안도 분명한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료계가 대화 자체를 거절한 채 눈 감고 귀를 닫은 채 자기 목소리만 내려는 것은 도저히 곱게 봐줄 수 없는 부분이다. 문제가 있다면 협상 테이블에 나와 정정당당하게 협의를 거치면 된다.

정부·보험업계·시민단체 등 대부분이 자신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입장이 불리해졌다고 해서 협의에 불참한 채 여론전만 시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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