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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총수不死’ 깨어진 주총 시그널

서효문 기자

shm@

기사입력 : 2019-04-08 00:00

▲사진: 서효문 기자

[한국금융신문 서효문 기자]
지난달 말 국내 재계 역사상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주주들의 손으로 그룹 총수들이 핵심 계열사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된 것. 해당 사태 당사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 지난달 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됐다.

이날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찬성 64.1%, 반대 35.9%를 얻어 통과되지 못했다. 65%에 육박하는 찬성표를 얻었지만, 정관에 따라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됐다.

그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감사의견 ‘한정’ 사태로 촉발된 아시아나항공 재무건전성 위기가 결정적이었다.

문제는 두 총수의 사퇴로 인한 해당 기업의 부정적 요소는 없었다는 점이다. 대한·아시아나항공은 두 총수가 사내이사에서 용퇴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주가가 상승했다.

이는 두 총수는 해당 기업에게 있어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과장되게 말하자면 그룹 총수가 해당 기업에 대해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의 경영사를 보면 사회·경영적인 측면에서 두 총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도움이 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우선 조양호 회장은 지난 2014년 말 발생한 ‘땅콩회황’을 시작으로 신문 경제면보다 사회면에 더 많이 등장했다. 땅콩회황이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은 한진그룹 오너가를 완전히 몰락시키는 계기가 됐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서 조 전 전무뿐만 아니라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재차 거론되면서 매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그룹 경영에서도 조 회장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일단 한진해운 사태가 있다. 2016년 발생한 한진해운 사태는 조 회장에게는 치명적인 경영상 실패다.

당시 해운업계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위기를 겪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은 파산이 불가피하지만, 한진해운은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한진해운 수장이었던 조양호 회장은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사재 300억원 출연과 경영권 포기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이런 양 수장의 행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대상선은 살아남았고 한진해운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박삼구 회장도 이에 대해서는 큰 할 말이 없다.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가 지난 2015년 박 회장이 추진했던 ‘그룹 재건’의 후유증인 측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박 회장은 금호고속 인수자금 6000여억원을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계열사들이 지원했다.

이런 여파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매출 규모가 지난 3년간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7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 중이다.

결국 그룹 재건은 지난 2017년 11월 금호타이어 인수 포기로 인해 미완으로 끝났다. 그렇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과다 부채를 떠안은 상황이다.

그뿐만 아니라 ‘기내식 대란’이라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2018년 7월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공급 업체를 교체하면서 적지 않은 여객기가 기내식을 공급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당시 탑승객들이 출발 지연 등 불편을 겪었다.

일부 언론보도에서는 당시 박 회장이 탑승했던 여객기에서는 기내식이 충분히 탑재됐다며 재벌 총수로서의 도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주총을 통해 주주들인 더 이상 기업 경영과 이미지에 해를 주는 총수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과거 ‘총수가 없으면 그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라는 프레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번 주총을 통해 재계 총수들이 더 투명하고 성실한 경영을 펼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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