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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팔면 팔수록 손실’ 딜레마 어쩌나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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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4-23 00:00

매출 40% 증가 속 적자 1000억 늘어
아마존식 물류투자 확대로 4년째 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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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팔면 팔수록 손실’ 딜레마 어쩌나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이커머스기업 쿠팡이 지난해 적자 규모를 대폭 키우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반면 매출은 전년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로켓배송 등 혁신적인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불러 모으는데는 성공했지만 대규모 투자 여파로 손실이 불가피한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쿠팡을 살리기 위해선 우리가 물건 구매를 멈춰야 한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나온다. 반면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는 자신감에 변함이 없다.

오히려 올해 로켓배송 인프라를 넓히고 상품 규모를 키운다는 계획을 밝혀 적자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사상 최대 영업손실 기록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13% 증가한 6388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2014년 1215억원에서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52억원으로 지난해까지 총 1조8725억원에 달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에 쿠팡은 결국 자본잠식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의 자본총계는 -2610억원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받은 직후 2015년 4244억원까지 늘었던 자본을 모두 소진했다.

반면 외형은 획기적으로 성장했다. 2014년 3484억원에 불과했던 쿠팡의 매출은 2015년 1조원으로 급격히 증가한 뒤 지난해 2조원을 넘겼다. 당초 업계에서 예상했던 매출 3조원에는 못미쳤지만 소비자들은 계속 쿠팡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쿠팡 측은 자본잠식 전환에도 불구 현금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계 감사가 종료된 뒤 미국 법인인 쿠팡LLC로부터 5100억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확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 잔액은 3030억원에서 8130억원으로 늘었다는 게 쿠팡의 설명이다.

쿠팡은 올해도 투자금을 활용해 로켓배송 키우기에 나선다. 쿠팡은 현재 전국 54개의 물류 네트워크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로켓배송이 가능한 상품 규모는 이달 기준 4000억원이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으로 주문 된 상품 중 99.7%가 하루 만에 배송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로켓배송이 가능한 상품 수를 끊임없이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로켓배송’에 울고 웃는 쿠팡

쿠팡의 명과 암은 모두 2014년 론칭한 로켓배송으로부터 비롯된다. 로켓배송은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나 늦어도 다음날까지 배송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여기에 쿠팡은 배송 인력사원인 ‘쿠팡맨’을 채용해 전문 택배회사에 맡기지 않고 자체 물류 시스템을 운영한다.

‘감동 서비스’를 내세운 쿠팡맨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쿠팡의 매출이 1조원대로 급증한 이유도 쿠팡맨 서비스를 찾는 고객들이 유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후 위메프와 티몬도 각각 원더배송과 슈퍼예약배송 등을 론칭하며 당일배송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쿠팡맨은 쿠팡의 위기도 함께 불러왔다. 매출이 늘면 늘수록 적자 또한 증가했다. 많은 이커머스기업이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 유독 쿠팡의 손실이 큰 이유는 규모와 쿠팡맨 처우 때문이다.

쿠팡은 생활부터 식품·뷰티·문구·도서·애완용품까지 이커머스기업 중 최대 규모의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위메프의 당일배송 품목은 식품·생활·패션 등으로 한정됐으며, 티몬은 생필품 전문몰 슈퍼마트 품목에 그친다. 배송도 롯데택배 또는 CJ대한통운 등 전문 택배사를 활용한다.

쿠팡이 밝힌 쿠팡맨의 연봉은 주 5일 근무 기준 약 3750만원이다. 배송 건수에 따라 임금이 계산돼 많은 업무량에 시달리는 일반 택배회사 배송 직원들보다 처우가 좋은 셈이다.

일반 이커머스기업이 직매입 상품 무료배송시 기본 2500원의 택배비를 부담할 때 쿠팡은 이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다. 입사후 6개월 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쿠팡맨 처우 개선도 쿠팡이 부담해야 하는 것 중 하나다.

쿠팡도 계속되는 적자에 부담을 느껴 2016년 말 로켓배송 기준을 기존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상향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손실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 ‘아마존식 성장’ 성공할까

쿠팡의 ‘계획된 적자’는 아마존식 성장을 의미한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이 처음 흑자로 돌아선 시점은 창업 8년 만인 2002년이다. 투자가 한창이던 2013년 한 해에만 아마존이 물류센터 건설과 직접배송에 투자한 금액이 2조원대에 달한다.

당시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바라던대로 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연회비 약 99달러(약 10만5000원)로 주문 1~2일만에 미국 전역 어디든 배송을 해주는 아마존 프라임의 회원수는 9000만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커머스업계에서는 쿠팡과 아마존의 성장 전략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면적이 넓어 당일배송 혹은 빠른배송 서비스가 특장점인 미국과 달리 한국은 배송 서비스 특화 장벽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내 소비자들이 서비스보다는 가격 변동에 민감하거나 충성도가 낮은 고객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우려로 꼽힌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외적으로만 보면 쿠팡이 아마존의 성장 방식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만약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미국에서 펼쳤던 서비스를 그대로 진행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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