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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하면 다르다” 글로벌 공조 ‘톱 티어ʼ도전장 [D램 넘어 삼성전자 ③ HVAC]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기사입력 : 2026-04-27 00:00

글로벌 강자 ‘플랙트’ 인수
가전 넘어 B2B 영토 확장
60조 AI데이터센터 정조준

“삼성이 하면 다르다” 글로벌 공조 ‘톱 티어ʼ도전장 [D램 넘어 삼성전자 ③ HVAC]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삼성전자가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HVAC(난방·환기·냉방) 시장 확대에 나섰다.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관련 사업팀을 부사장급 핵심 조직으로 격상시켰고, 유럽 공조 강자 플랙트그룹 인수를 기점으로 가정용 시장을 넘어 데이터센터로 영토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급성장 중인 열관리 솔루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정체된 가전 매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DX(디바이스경험)부문 DA(생활가전)사업부 내 에어솔루션 사업팀을 대폭 강화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에어솔루션 사업팀은 임성택·강상용·최항석 부사장, 백혜성·신문선·이태용 상무 등 임원 6명으로 구성됐다.

에어솔루션 사업팀이 삼성전자 핵심 사업팀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 전체 부사장 이상 임원은 360여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전 상무급 임원만 2명뿐이었던 하위 조직이 불과 1년 만에 부사장급 3명을 포함한 6인 임원 체제로 격상된 것은 괄목할 만한 변화다. 가전 시장 정체를 돌파할 미래 먹거리로 에어솔루션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에어솔루션 사업팀장에는 1970년생인 임성택 부사장이 낙점됐다. 지난 2024년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기계·전기·전자 융복합 기술을 바탕으로 부품 개발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에어컨·공기청정기 등 제품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에어솔루션 사업팀장을 맡고 있던 최항석 부사장은 2026년 정기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 부사장은 2023년 LG전자에서 영입된 인사로, 글로벌 HVAC 영업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베테랑이다. 삼성전자가 경쟁사 임원을 영입할 정도로 공조 사업 확대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현재 에어솔루션 사업부는 가정용 일반 에어컨과 건물에 설치하는 시스템 에어컨 등 개별 공조(덕트리스)를 주력으로 한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매출을 별도 공시하지 않고 있으나, 스마트폰·TV·모니터를 제외한 나머지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매출 규모는 연간 30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임에도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에 불과하다. 특히 해당 품목 매출은 최근 3년간 정체기를 겪었고, 지난해 대미 관세 여파로 수익성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공조 사업 확대를 위해 주목하는 시장은 중앙공조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공조 솔루션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톱 공조’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되며 막대한 열을 뿜어내는 데이터센터에는 효율적 열관리 시스템이 필수 선결 조건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중앙공조 시장은 2030년까지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은 연평균 18%로 411억 달러까지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 기준 약 370억 달러 수준인 글로벌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과 맞먹는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 인수를 마무리했다.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으로부터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6000억 원)에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약 9조3000억 원에 하만을 인수한 이후 8년 만에 가장 큰 규모 M&A로 평가된다.

플랙트는 1900년대 설립돼 100년이 넘는 업력을 가진 상업·산업용 공조 분야 강자다.

최근에는 오픈AI가 주도하는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 공조 사업이 기업 간 거래(B2B)로 확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철기 삼성전자 DA사업부장 부사장은 “플랙트의 중앙공조 기술을 활용해 고성장이 기대되는 데이터센터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자 한다”며 “시스템에어컨과 중앙공조를 연계한 혼합 공조 시너지도 내겠다”고 말했다.

플랙트는 유럽 전역뿐만 아니라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등 신흥국에 생산 또는 판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내 설비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삼성그룹 편입과 함께 플랙트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데이비드 도니는 지난 1월 삼성전자와의 인터뷰에서 “미래 공장의 표준 모델 역할을 하는 공장을 2026년에 신규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력 후보지로는 광주 첨단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3공장 부지가 꼽힌다. 지난달에는 광주시와 실무 협의 단계까지 마쳤지만 삼성 측에서 투자협약 체결을 미뤄달라고 요청해 잠정 연기된 상태다. 구체적 연기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투자 규모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전자는 기존 공조 사업 고도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24년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텍사스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 현지 유통망과 제품 라인업을 확장했다.

개별 공조 제품에 기기간 연결이 가능한 ‘스마트싱스’와 ‘스마트싱스 에너지’를 적용한 서비스 고도화도 핵심 포인트다. 원격 유지보수는 에너지 수요 증가와 전력 효율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선보인 상업용 에어컨 ‘DVM S2+’는 온디바이스 AI가 실시간으로 환경을 학습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이 같은 고효율 AI 제품군을 앞세워 글로벌 공조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겠다는 전략이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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