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신청
  • My스크랩
  • 지면신문
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60년 문래동 협업단지 통이전 추진…“쫓겨나면 다른 일 알아봐야죠” [르포]

조범형 기자

chobh06@

기사입력 : 2026-01-19 05:00 최종수정 : 2026-01-20 14:51

영등포구 문래기계금속기구 이전 본격화
숙련공 노하우와 역사적 가치도 따져봐야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 문래기계금속지구는 과거 대학과 연구소에서 시제품을 주문하면 몇시간 안에 완성본을 받아볼 수 있는 유명한 기계금속 관련 협업단지다. 사진 =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 문래기계금속지구는 과거 대학과 연구소에서 시제품을 주문하면 몇시간 안에 완성본을 받아볼 수 있는 유명한 기계금속 관련 협업단지다. 사진 =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는 60년째 장인급 숙련공들이 모여 기계를 돌리고 있는 '문래기계금속지구'가 근근히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서울시내 버스가 멈추고 날씨마저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날씨에 직접 찾아간 문래동 철공단지는 날씨 만큼이나 스산한 기운이 맴돌았다.

1960년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이곳은 0.0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명인급 숙련공들이 모여 대한민국 산업의 '뿌리' 노릇을 해온 곳이다.

하지만 최근 문래기계금속지구에는 기계 소리 대신 한숨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 영등포구청이 추진하는 '철공단지 경기도 외곽 통이전' 계획 때문이다.

최근 영등포구청는 문래동에 밀집한 1000여 개의 철공소를 경기도 외곽으로 통째로 이전하는 방안을 본격화하고 있다. 문래동 기계금속단지 상인들은 지속적인 임차인 상승과 산업 생태계 붕괴, 노후화된 인프라 문제 해결을 위해 영등포구청에 통이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일부 공장주와 직원들의 반응은 절망에 가깝다. 40년 넘게 이곳에서 선반을 돌려온 한 공장주인는 "이전은 곧 죽으라는 소리"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여기서 5분만 걸어가면 주물집이 있고, 바로 옆집에 가면 열처리를 해준다. 이 유기적인 협업 생태계가 문래동의 핵심인데, 경기도 구석으로 뿔뿔이 흩어져서 어떻게 일을 하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래동 철공단지는 단순한 공장 밀집 지역이 아니다. 실제로 도면 하나만 있으면 단 몇 시간 만에 시제품이 완성되는 '원스톱 클러스터'다.

▲ 인근 건물에서 바라본 문래기계금속지구 전경. 사진 =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 인근 건물에서 바라본 문래기계금속지구 전경. 사진 = 한국금융신문 조범형 기자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지난해 한 매체의 칼럼을 통해 통이전의 조건을 충족하는 곳은 공항 인근이라고 지목했다. 고도제한에 묶여 고층을 올릴 수 없고 항공기 소음으로 인해 생활시설이 들어서지 못하니 차라리 공장을 돌리기엔 적절한 입지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영등포구는 소공인협회와 이전 추진을 위한 간담회를 22회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이전 후보지에 함께 동행해 방문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기도 외곽 지역은 기존 근로자의 거주지와 출퇴근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평균 연령이 높은 숙련공들에게 장거리 출퇴근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문래기계금속지구 부지의 역사적 가치와 숙련 기술 등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있다.

특히 통이전하게될 지자체들은 보통 첨단산업이나 테마파크 등은 선호하지만 기계금속과 같은 산업 이전에는 대체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문래동 기계금속집적지가 협업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수도권 인근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소공인협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이전 적합부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4년 3월 기본계획을 수립한 영등포구는 현재 문래동 기계금속집적지의 신속한 이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특별법 재개정안을 정부기관에 요청하고 유관기관과 협약을 통해 이전 가능한 모델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장에서 만난 한 공장 직원은 "20년 동안 열심히 일하던 터전인데 경기도 외곽으로 쫓겨난다면 다른 일을 알아봐야죠"라며 하소연했다. 한 공장주는 "임대료도 50% 올랐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경기도로 밀려나면 그만 둔다더라"며 현장 목소리를 전달했다. 한 공장 사장의 말은 문래동이 처한 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숙련공들의 이탈은 곧 대한민국 뿌리 산업의 단절을 의미한다. 장인들이 손을 놓는 순간, 그들이 60년간 쌓아온 정밀 가공 노하우도 함께 사라진다.

무엇보다 우리는 예전 청계천·을지로에서 금속·공구 제조와 유통을 하던 업체들이 송파구 문정동의 가든파이브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 학습했다. 작은 공장들을 하나씩 떼어내 옮기는 것보단 한꺼번에 옮기는 게 합리적이긴 하지만 실제 성공한 케이스도 없고 문래동 공장들의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

조범형 한국금융신문 기자 chobh06@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그래픽 뉴스] “AI가 소프트웨어를 무너뜨린다? 사스포칼립스의 진실”
[그래픽 뉴스] “돈로주의 & 먼로주의: 미국 외교정책이 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
[그래픽 뉴스] 워킹맘이 바꾼 금융생활
[그래픽 뉴스] 매파·비둘기부터 올빼미·오리까지, 통화정책 성향 읽는 법
[그래픽 뉴스] 하이퍼 인플레이션, 왜 월급이 종잇조각이 될까?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