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태호 태광산업 대표
태광산업은 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변경(사업목적 추가), 사내이사 신규 선임(이부의 사업총괄) 등 상정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 목적에 화장품 제조·매매업을 추가함으로써 애경산업 인수 추진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앞서 태광산업은 태광그룹 산하 운영사인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애경산업 지분 63%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4000억~5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태광산업은 이외에도 호텔업, 전력 분야 에너지 신사업 등에도 진출할 방침이다.
태광산업이 신규 사업으로 확장하는 배경은 기존 석유화학 산업 부진에 있다. 회사는 2022년부터 3년간 영업적자를 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현재 범용제품 중심 사업 구조 아래에서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이에 태광산업은 지난 7월 1조5000억원 규모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자금 조달 방식이 논란이 됐다. 신사업 발표 직전에 보유한 자사주 전량(24.4%)을 담보로 교환사채(EB) 3185억원어치를 발행하기로 하자,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반발한 것이다. 회사 자금으로 매입한 자사주는 모든 주주의 가치 제고를 위해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수가 줄어들어 기존 주주 지분가치가 즉각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교환사채를 발행해 추후 채권자가 교환권을 행사하게 되면 기존 주주 지분가치는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신사업 확장 자금 조달 방식이었던 자사주 담보 교환사채(EB) 발행을 둘러싼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과의 갈등은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태광산업 측의 EB 발행 강행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유태호 태광산업 대표이사는 임시 주총에 앞서 주주서한을 통해 "법원은 회사의 자금 조달 결정이 경영 판단의 영역에 속한다고 봤다"며 "회사와 주주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고민해 결정하겠다"고 밝히며 신사업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다만, 증시부양을 기조로 하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관련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재판부가 일반 주주 입장에서 주주 가치 침해를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경영 판단 존중만을 강조했다"고 지적하며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