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렌탈 매수인 어피니티가 신청한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법정 기한이 지난 지금까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공정거래위원회는 신청일 기중 30일 이내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추가 조사 필요 여부에 따라 최대 90일을 더해 120일 이내 최종 결론을 내린다.
어피니티와 롯데그룹은 지난 3월 11일 롯데렌탈 매각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일반적으로 본계약 체결 직후 당일이나 다음날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한다. 예정대로라면 최대 120일이 지난 이달 8~9일 기업결합심사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 보정기간을 고려해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상당히 깊은 고심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종 승인을 결정 지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최근 롯데렌탈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은 불안감을 낳고 있다.
어피니티는 롯데그룹에서 분리된 롯데렌탈 지분 56.2%를 약 1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어피니티는 SK렌터카도 약 8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국내 렌트카 사업자 1, 2위를 모두 품에 안았다.
하지만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 자금 중 일부(약 2100억원)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아닌 특정 제3자(투자자 및 기업)에게 회사가 새로 발행한 주식을 배정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발행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기존 주주 지분가치가 희석되고, 의결권이 약해질 수 있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인수 가격을 1주당 7만7115원에 책정했다. 계약 시점 롯데렌탈 거래가에 비해 2.65배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하지만 롯데렌탈 이사회는 유상증자 과정에서 시가 수준인 2만9180원에서 20% 신주를 발행하기로 의결했다.
롯데그룹은 구주를 비싸게 매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어피니티는 구주 대비 저렴하게 신주를 대량 인수하면서 투자 단가를 낮추고 지분 확대까지 가능하다. 어피니티는 호텔롯데로부터 롯데렌탈 지분 56.2%를 인수한 후 유상증자로 63.5%까지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포함하면 약 67.7%까지 확대된다.
이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인 '출석 주식수의 2/3 이상'을 충족한다. 상법상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주식을 현금으로 강제 매수하는 제도)도 가능해진다.
어피니티는 앞서 ‘락앤락’ 인수 당시에도 같은 전략을 취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어피니티는 락앤락 경영 실패 후 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을 특별결의로 통과시켰다. 주주들은 강제로 청산가치 75%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지분을 넘겼고, 결국 락앤락은 2024년 12월 상장 폐지됐다.
이 때문에 롯데렌탈 소액 주주들과 기관투자자들도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렌탈의 지분 약 4%를 보유한 소액주주인 VIP운용은 주주서한을 통해 “불과 수개월 전 어피니티가 동일한 방식으로 락앤락 소액주주들을 강제 축출한 전례가 있는 만큼, 롯데렌탈 소액주주들에게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어피니티와 롯데렌탈은 유상증자와 경영권은 별개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과 중고차 등 미래 신사업 강화에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유상증자가 최근 시행된 상법 개정안 핵심인 '주주에 대한 이사 충실의무' 적용 대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롯데렌탈 소액주주들은 대통령 탄원서에 대한 전자서명을 진행하며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책 강화 ▲공정한 자본시장 확립을 위한 정부 의지 표명 등을 요청했다.
롯데렌탈은 “주주가치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회사의 본질적인 영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건전성 확보로 기업가치를 올려 주주 충실의무를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