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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변칙이 필요한 보험 규제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기사입력 : 2025-06-23 05:00

퍼마일로 대형사 아성 도전한 캐롯손보 좌절
대형사 일괄적 적용 중소형사 생존 위협 반복

▲ 전하경 기자

▲ 전하경 기자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스포츠 경기 규칙은 완전무결하게 공정함을 추구한다. 공평과 도덕, 존중과 우호, 동업자 정신, 승리와 패배의 수용이라는 '스포츠 정신'은 이러한 경기 규칙이 전제가 되어야 이뤄질 수 있다.

스포츠 경기는 가끔은 원칙이 아닌 변칙을 쓰기도 한다. 흥행을 위해 또는 수익성을 위해 KBO는 2024년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과 '피치클록'을 도입하기도 했다.

새로운 규칙을 도입하자 이변이 일어났다. 실력자라고 여겨지던 선수가 삐끗하고 못하던 선수가 유망주로 급부상하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규칙 자체에 대항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새로운 규칙이 어떤 선수에게는 기회가, 어떤 선수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게되는 계기가된다. 이러한 변화가 야구 관중들에게는 신선함을, 때로는 새로운 선수를 면모를 볼 수 있는 신선함을 준다.

스포츠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보험업계 규칙은 원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어렵다. 금융시장이 무너지면 안되기에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원칙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혁신'을 저해하고 있는건 생각해봐야 할 사안이다.

탄 만큼 내는 후불제 '퍼마일 자동차 보험'을 내세운 캐롯손보가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캐롯손보는 자동차보험 시장 85%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에 도전장을 냈다. 골리앗인 손보 빅4 앞에서 다윗 캐롯손보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탄 만큼 내는 합리적인 보험료에 사람들은 캐롯에 관심을 가졌다. 점유율과 원수보험료도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적자였지만 혁신성을 인정받아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캐롯 노력에도 결국 디지털 보험사로서 캐롯은 자본 규제에 백기를 들었다. 영업 개시 5년 미만에는 보험위험액(요구자본) 산출이 기본위험계수를 적용하지만 5년을 경과하면 직전 3년 평균 합산비율을 적용하게 되서다. 캐롯도 5년일 지나자 보험 위험액이 급증했다. 2024년 말 156.24%였던 캐롯손보 킥스비율은 올해 1분기 68.57%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

캐롯손보 폐업으로 다른 디지털 보험사까지 위기설이 돌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도 갑자기 교보생명 합병설과 돌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도 킥스 비율이 떨어지자 모회사 증자 여부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EZ손해보험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했지만 킥스 비율 하락으로 위기를 겪었다. 모회사 신한금융지주 증자로 현재는 회복됐지만 기존 보험사들과 경쟁하려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19일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디지털 보험시장' 세미나에서도 디지털 보험사 관계자들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성환 신한EZ손해보험 단장은 패널토론에서 "신한EZ손해보험은 첫 해에 방향성을 설정하고 두번째 해에는 시스템을 구축, 그 다음 해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킥스 비율로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저희 디지털보험사 뿐 아니라 작은 회사들도 고려해서 규제가 좀 더 개선이된다면 혁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를 맡은 김영석 교보라이프플래닛 대표도 "디지털 보험사가 흥해야 인슈어테크를 할 수 있다"라며 "상품광고 규제에서 설계사 수수료 아껴 소비자에게 합리적이고 저렴한 보험료를 제공하는게 디지털 보험사인데 광고 규제에서 보험료, 보장 문구를 쓸 수 없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은 보험사 혁신 의지가 크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액단기보험사가 그 예다. 소액단기보험사는 펫보험 처럼 전문 보험을 파는 회사로 금융당국에서도 소액단기보험사 인가를 내주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에는 자본 허들이 높아 신청자가 없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유연성을발휘해 허들을 낮췄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현실과느 동떨어졌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펫보험 전문사가 몇 곳이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사 수준으로 요구하는 부분이 많다고 한다"라며 "콜센터 같은 경우도 대형사 수준으로 갖추라고 해서 버겁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캐롯손보는 자본 규제도 규제지만 대형사 높은 허들을 넘지 못해 좌초됐다고 입을 모은다. 대형사들이 요율을 인상하지 않아 기존 가입자들이 모두 기존에 갱신을 했다고 한다. 자본주의 경쟁 체제에서 약자는 도태된다는 논리로 보기에는 캐롯손보와 대형사 간 격차가 너무 크다.

대형사에 대항할 수 있는 운동장을 점검해야 할 때다. 디지털 보험사가 아니더라도 킥스비율도 최근에 130%로 줄었지만 부채 할인율 제도로 타격은 중소형사가 고스란히 받고 있다. 130%로 하향됐어도 중소형사들은 여전시 유지하기가 버겁다. 보험사 규모에 따른 차등 규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금융당국이 의지를 가진 보험개혁회의가 진짜 '개혁'이 목적이라면 원칙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심화시키는건 아닌지 살펴볼 때다. 원칙만이 아닌, 때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칙'도 필요하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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