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 = 한국투자증권
거래대금 감소, 수수료 경쟁 심화로 위탁매매 중심의 증권업 수익 구조가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과 운용 수익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며 '브로커리지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자기자본 10조원 시대를 연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IB의 자격을 발판 삼아, 향후 IMA(종합투자계좌) 제도 도입시 업계 1호 사업자 지위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 3월말 기준 별도 자기자본 9조9650억원을 기록하면서 10조원 고지에 다가섰다. 지난해 말 9조3181억원에서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을 확충해 온 결과다. 별도 기준으로는 국내 증권사 최초 10조원 돌파이며, 증권업계의 상징적인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자본 확충의 배경에는 발행어음 운용 확대 전략이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17조6000억원에 달하는 발행어음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자기자본의 두 배 한도 내에서 허용된 최대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이번 자본 확충으로 발행 한도가 약 20조원으로 확대되면서 운용 여력이 커졌다. 대체투자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고수익 자산 운용도 가능해졌다. 국내 초대형 IB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발행 어음 전략을 펼치고 있는 배경이다.
이같은 자본력은 실적에도 반영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2025년 1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5296억원, 당기순이익 459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9%, 34%씩 증가한 수치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 연결 순이익은 44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1.6% 늘었다. 채권 운용과 발행어음 수익이 실적을 견인했다. 자산관리(WM) 부문 금융상품 잔고는 72조2600억원에 달했다. 금융상품 판매 확대와 글로벌 고객 유입으로 WM 사업의 외형 성장도 이뤄냈다.
전통 브로커리지 부문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증권은 수익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IB 부문 수익은 전년 대비 14.4% 늘어났으며, 구조화금융, 인수금융 등 복합딜에 대한 경쟁력이 두드러졌다. 수익증권 판매 증가로 수수료 수익도 7.6% 늘었다.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탈피해 종합금융투자회사로 위상을 다지고 있다는 평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제 '포스트 브로커리지' 전략의 일환으로 IMA 진출을 노리고 있다. IMA는 고액자산가 대상의 종합계좌다. 자금 조달 한도가 없고 기업대출 및 채권투자 등 다양한 운용이 가능한 제도다. 현재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증권사만 인가 요건을 갖추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해당 기준을 여유 있게 충족시켰다. 특히 발행어음 한도 소진이 임박한 상황에서, IMA는 새로운 자금 조달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다만, IMA 사업은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가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발행어음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에게 조달된 수시입출금 상품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시장 충격시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시장 유동성이 위축될 경우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로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투자증권이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며 새로운 제도 진입을 추진할 수 있느냐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의 자기자본과 자산 운용 경험,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향한 전략적 비전을 앞세워 '브로커리지 이후'의 대표주자로 부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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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