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15일 노보노디스크 비만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에 상륙했다.
위고비는 2021년 6월 미국에 첫 출시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 기반 비만 치료제다.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들이 처방 받는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입소문을 탔다. 올해 상반기 기준, 위고비의 글로벌 매출은 210억3600만 크로네(약 4조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위고비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현재 동네 병·의원 위주로 처방 중인 위고비는 출시와 동시에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해외 직구 등 불법 유통망까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위고비 재고 부족으로 ‘꿩 대신 닭’을 찾는 사례도 늘었다. 노보노디스크가 앞서 지난 2018년 출시한 삭센다 수요도 덩덜아 높아진 것. 삭센다 역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삭센다가 비대면진료로 처방된 횟수는 지난 1월 384건에서 지난 9월 3347건으로 8배 이상 늘었다. 뿐만 아니라 위고비 대항마로 불리는 일라이릴리의 GIP/GLP-1 이중 작용제 ‘마운자로’ 국내 출시도 초읽기다. 내년 상반기 도입을 앞둔 마운자로는 위고비의 물량 부족을 해결해 줄 거란 기대를 받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열풍으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점차 하락세를 걸을 거란 전망이 나와서다. 지난해 국내 주요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알보젠코리아와 종근당이 공동 판매하는 ‘큐시미아’가 전년보다 2.8%p(포인트) 오른 19.9%를 차지했고, 삭센다의 점유율은 4%p 증가한 37.5%이었다. 수입품만 약 60%에 육박한 셈이다.
반면 국내 제약사들의 비만약은 고전하는 신세다. 대웅제약 ‘디에타민’은 지난해 매출이 70억 원으로, 전년보다 11.5% 감소했다. 휴온의 ‘휴터민’도 동 기간 10.7% 줄어 매출이 43억 원에 그쳤다. 전체 시장으로 보면 2019년 68.2%에 달했던 국내 비만치료제 점유율은 지난해 42.5%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내년엔 30%대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이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기존 GLP-1 부작용을 해결하는 신약을 속속 공개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린다.
가장 최근 발표된 건 한미약품의 ‘HM17321’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6일 미국 비만협회에서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면서 근육은 증기시키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을 공개했다. 기존 GLP-1는 15~20%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최대 40% 수준의 근육을 손실시키는 단점이 있었다.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되고 있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르면 2026년 하반기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측은 “HM17321는 단독과 병용 요법에서 GLP-1보다 양·질적으로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면서 “이는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대웅테라퓨틱스과 손잡고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마이크로니들 패치 ‘DWRX5003’ 임상1상을 앞두고 있다. DWRX5003는 주 1회 피부에 부착하면 마이크로니들이 미세혈관을 통해 약물을 전달한다. 피하 주사제인 위고비와 삭센다의 투여 부담을 해소한다.
동국제약도 약효가 2~3달 이상 지속되는 비만치료제를 2029년 개발 완료한단 목표를 갖고 있다. 위고비의 경우 주 1회, 삭센다는 매일 주사해야 한다.
이밖에 대원제약도 라파스와 함께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1상을 승인받고 공동 개발 중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고비 등 기존 비만치료제들은 주 1회 자가 투여해야 하는 점이나 근육 손실 등 단점이 있다”며 “국내 몇몇 제약사들은 이를 뛰어넘을 기술력을 갖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지만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