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연도별 신용등급 추이./출처=한국기업평가
이미지 확대보기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A+, 부정적)은 지난 7월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그 결과가 67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이후 추가 청약을 통해 물량을 소화해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여전히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롯데건설은 3년만에 모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 없이 공모채 시장에 도전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수요예측 전부터 롯데건설 회사채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주를 이뤘다.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되면서 우호적 투심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위기론의 시작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다. 2021년 142% 수준이었던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2022년 265%로 급격히 상승했으며 건설사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기간 동안 자본은 2조40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늘어난 반면, 부채는 3조4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두배 넘게 증가했다.
롯데건설 유동부채 및 비유동부채 추이(단위:억 원)/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이미지 확대보기이후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홈쇼핑 등 주요 계열사들을 통해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증자 혹은 차입 형태로 긴급수혈했다. 당시 신동빈닫기신동빈광고보고 기사보기 롯데그룹 회장까지 사재 출연(11억원)에 나서면서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 적극적이었다.
문제는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곳간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롯데건설에 대한 1대주주(롯데케미칼)와 2대주주(호텔롯데) 지원이 그룹 전체 크레딧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된 셈이다.
롯데건설이 그룹 내 사업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그룹 지분구조와 신용도 측면에서 보면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의 행동이 더욱 납득된다.
롯데그룹 지분구조./출처=한국기업평가
이미지 확대보기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 신용등급은 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웰푸드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중에서도 매출액, 자산 등을 고려하면 롯데케미칼 신용도 방향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 산하에 있는 호텔롯데 영향도 받는다. 롯데케미칼의 현금흐름 약화와 재무불안이 롯데지주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호텔롯데가 이를 완충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지분 11.1%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지주와 함께 롯데쇼핑(8.9%), 롯데건설(43.3%), 롯데글로벌로지스(10.9%)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건설 합산 지분은 87.3%다. 롯데건설에 문제가 생기면 그룹 통합 신용도가 흔들리는 구조다.
롯데캐피탈 역시 PF 익스포저 비중과 리스크 수준이 여타 금융사와 비교할 때 낮다. 그러나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사업장 비중이 높다. 롯데건설에 추가 부실 발생 시 롯데캐피탈이 영향을 받게 되고 결국 롯데캐피탈 최대주주인 호텔롯데(32.6% 보유)에 타격을 입힌다.
호텔롯데 신용도 리스크가 불거지면 롯데렌탈과 롯데오토리스 또한 조달 비용 증가 등 영향을 받게 된다. 현재 롯데그룹 금융사들은 높은 조달 비용 탓에 실적 저하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추가 문제가 발생하면 실적 저하는 불가피하다.
그룹 전체로 보면 음식료 부문은 성장은 제한적이지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화학은 중국기업들의 공세와 경기 둔화 우려, 유통은 경쟁심화 등으로 당장 현금흐름의 가파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롯데그룹이 자생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전반적으로 현금흐름이 약화되고 있다”며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 비용 감소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룹 전반 신용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도 문제지만 주력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만큼 강력한 지배구조 개편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