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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전통주 들어는 봤니? 국순당 '막걸리·백세주' 체험기

손원태 기자

tellme@

기사입력 : 2024-08-26 09:00 최종수정 : 2024-08-26 09:08

국순당, 국내 최대규모 전통주 양조장 갖춰
생쌀발효법 특허기술 도입…영양소 보존해
캔 막걸리 '바이오탁', 미국·일본·유럽 수출
"전통주 복원 사업에 지역 농가와 상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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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순당 횡성 양조장 제조 공정. /사진=손원태기자

국순당 횡성 양조장 제조 공정. /사진=손원태기자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바다 건너 먼 타지에서 우리 술을 그리워하는 교민들을 달래주던 전통주가 한류 열풍을 타고 해외 현지인들의 입맛도 사로잡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전통주도 유럽의 와인이나 일본의 사케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리라 자부합니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에 있는 국순당 양조장에서 박선영 생산본부장을 만났다. 지난 22년간 전통주 한 우물만 팠던 그의 눈빛에서는 K전통주가 K소주에 이어 우리 술을 알리는 최전선에 설 것이라는 확신이 보였다.

국순당 횡성 양조장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전통주 생산시설이다. 국순당은 1970년 설립한 ‘한국 미생물 공업 연구소’를 전신으로 한다. 당시 술을 빚는 발효제인 누룩을 생산하는 회사였다. 이후 1992년 전통주인 백세주를 선보이면서 사명을 ‘국순당’으로 변경했다. 강원도 횡성 양조장은 2004년 6월 준공된 곳으로, 탁주와 약주 등 70여 종의 우리 술이 생산된다.

국순당은 사명에도 우리 술에 대한 자부심을 담았다. 고려시대 술을 의인화한 임춘의 소설인 ‘국순전(麴醇傳)’에서 땄다. 좋은 누룩(麴)과 좋은 술(醇)을 만드는 집(堂)이라는 뜻이다. 횡성 양조장은 주천강이 흐르는 해발 500m 고지대에 있다. 이곳에서 나오는 우리 술만 하더라도 백세주, 생막걸리, 유산균 막걸리, 우국생, 이화주, 청감주 등 다양하다. 이 술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일본,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전 세계 50여 개 국가로 수출된다.

본격적으로 공장을 둘러보니 배관부터 눈길을 끈다. 빨간색 배관은 스팀, 초록색 배관은 일반용수, 노란색 배관은 술이 흐른다. 배관을 통해 술 공정에 필요한 용액이 흐르다 보니 이물질 혼입을 불식시킨다. 국순당은 또 공정에서 ‘생쌀발효법’을 도입했다. 생쌀발효법은 고려 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제법으로 국순당이 자체 복원한 특허기술이다. 분쇄한 생쌀과 상온의 물을 그대로 사용해 술이 완성될 때까지 열을 가하지 않는다.

국순당 횡성 양조장 제조 공정. /사진=손원태기자

국순당 횡성 양조장 제조 공정. /사진=손원태기자



생쌀발효법은 열을 가하지 않은 만큼 영양소 파괴를 억제해준다. 발효되면서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도 다량 함유된다. 일반적인 제법인 고두밥을 짓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아 에너지 절감효과가 80%가량 이른다.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최소화해 친환경적 공법으로 손꼽힌다. 이에 국순당 횡성 양조장은 환경부 지정하는 ‘녹색 기업’에 6회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순당은 막걸리 부산물을 제빵용 원료로 공급하거나 3단계에 걸친 오·폐수 처리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발효실에서는 이러한 생쌀발효법 공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건물 3층 높이의 거대한 탱크가 줄을 지어 있는데, 각각의 탱크에는 백세주나 막걸리가 숙성되고 있다. 탱크당 용량은 4만 리터(L)다. 탱크당 백세주 12만5000병, 막걸리 13만 병에 달하는 규모다. 발효실에는 이러한 발효 탱크가 34기가 있다. 이렇게 제조된 술은 살균 과정을 거쳐 병으로 주입된다. 병 역시 내부 세척 후 안전하게 밀봉된다.

국순당 횡성 양조장 제조 공정. 발효탱크 내부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국순당 횡성 양조장 제조 공정. 발효탱크 내부 모습. /사진=손원태기자



횡성 양조장은 부지 면적이 14만 4367㎡(약 4만3671평)으로, 총 3개의 생산라인이 가동한다. 메인라인은 백세주와 막걸리이며, 멀티라인은 막걸리와 약주(예담), 탄산라인은 페트병이나 캔 형태의 막걸리가 제조된다. 하루 생산량만 백세주 86만4000병, 막걸리 30만2400병 정도다. 전체 생산량의 약 20%는 수출용 제품이다. 국순당은 앞서 지난 1987년부터 미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막걸리를 수출했다. 이후 1993년 국내 최초 캔 막걸리인 ‘바이오탁’을 선보였다.

국순당은 막걸리 특성상 발효주로 유통기한이 짧다는 점에 착안했다. 통상 국내에서 생산해 호주까지 45일, 유럽까지는 90일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중동 분쟁으로 수에즈 운하가 막히자 수출 과정은 더욱 험난해졌다. 국순당은 이러한 막걸리 특수성을 고려해 특허기술인 ‘막걸리 발효제어기술’을 개발했다. 생막걸리 내 살아있는 효모의 활성을 조절하고, 외부 공기 유입을 차단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로 막걸리 유산균 발효를 억제해 유통기한을 최대 1년까지 획기적으로 늘렸다.

이 같은 제조기술로 국순당은 2011년 수출 500만 달러에서 2021년 1000만 달러로, 배 이상 성장했다. 2022년에는 1200만 달러를 돌파했으며, 오는 2026년 20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 전통주 업계 최초로 ‘500만 불’, ‘7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K전통주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다. 국순당은 또 2008년부터 ‘우리 술 복원사업’을 전개해 옛 문헌을 참고한 전통주 개발에 앞장섰다. 문헌으로 남겨진 전통주만 약 600여 개에 달하는데, 국순당은 현재까지 총 25개의 전통주를 복원했다.

국순당 횡성 양조장 제조 공정. /사진=손원태기자

국순당 횡성 양조장 제조 공정. /사진=손원태기자



여기에 지역 농가와의 상생에도 적극적이다. 백세주의 경우 2009년 우리나라 최초로 개발된 양조 전용 쌀 ‘설갱미’를 농가와 계약재배해 쌀 수급 안정에 기여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 경쟁력 배양과 소득 안정화에 대한 공로로 국순당에 장관상을 수여했다. 또한, 국순당은 횡성 양조장을 개방해 ‘주향로(酒香路)’를 만들었다. 전통주 역사와 문화를 알리기 위함이다. 이곳에서는 국순당 전통주 원료인 누룩과 설갱미, 오미자, 산수유, 생강, 감초, 인삼 등 총 14개의 약재가 전시됐다. 아울러 옛 신라 시대 조상들이 술을 마시면서 즐겼던 ‘목제 주령구’도 함께 진열했다. 14개 면에 여러 가지 벌칙이 적혀있다. 일종의 주사위 놀이다. 벌칙에는 ‘소리 내지 않고 춤을 추기’, ‘크게 웃으면서 술잔 비우기’, ‘아무나 노래시키기’ 등이 있어 요즘 술 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선영 국순당 횡성 양조장 생산본부장. /사진=손원태기자

박선영 국순당 횡성 양조장 생산본부장. /사진=손원태기자



박선영 국순당 횡성 양조장 생산본부장은 “막걸리처럼 다양한 미생물과 효모, 유산균을 활용해서 발효를 거쳐 먹는 술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없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이처럼 전통주는 술이라는 느낌을 주기보다는 음식에 가까운 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양조장에서 제조된 우리 술을 전 세계 어디에서도 똑같은 맛이 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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