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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 유튜브병, 틱톡병도 만들 텐가

김재훈 기자

rlqm93@fntimes.com

기사입력 : 2024-08-19 00:00

▲ 김재훈 기자

▲ 김재훈 기자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요즘 게임업계 관계자 등과 이야기를 나누면 반드시 언급되는 주제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규정한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질병코드(게임질병코드) 등록’ 국내 도입 여부다.

게임이 대표 콘텐츠 수출 품목으로 올라서고, 게임을 이용한 e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등 과거와 비교해 인식개선이 이뤄진 만큼 또 다른 부정적 낙인이 찍여지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나아가서는 ‘게임을 좋아할 뿐인데 환자 취급을 받아야 하나’는 격양된 반응도 있다.

게임질병코드는 지난 2019년 WHO 규정 이후 약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내에서 찬반 논쟁이 뜨거운 이슈다. 정부도 국내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민관협의체를 꾸리는 등 업계 이야기를 듣고 있다.

특히 통계청이 5년 주기로 UN 등에서 규정한 산업, 질병 표준을 기준으로 개정하는 ‘한국표준 질병·사인 분류 개정안(제10차)’ 초안이 내년으로 다가오면서 관련 논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의료계를 중심으로 게임질병코드 도입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다. 마약, 알코올 중독자와 같이 치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WHO가 수년간 연구를 통해 규정한 만큼 추가 연구 없이 국내에서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있다.

취미 생활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다.

일단 WHO 결정이라고 반드시 국내에 도입하란 법은 없다. 통계청도 관례적으로 WHO 결정을 도입해 왔을 뿐이다.

의료계와 WHO는 게임이용장애 진단 대상자에 대해 ‘게임 이용 통제를 어려워하거나 일상 활동보다 게임을 우선시할 경우, 가족 갈등, 성적 하락에도 게임을 하는 경우 등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정의한다.

하지만 원인을 알아야 내릴 수 있는 게 처방이다. 원인 모르는 처방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실제 국내는 물론 해외 연구 기관에서는 게임 이용이 문제행동을 유발한다는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게임 이용과 문제행동들에 대한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면서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게임을 마약, 도박, 알코올과 한 분류로 묶는 것도 어폐가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22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에 게임을 ‘문화예술’ 분야로 포함했다. 게임을 영화, 드라마, 음악 등과 한 부류로 묶은 것이다.

또 비슷한 취미 생활 부류로 만화, 운동, 독서 등이 있다. 영화 중독, 드라마 중독이라는 말을 쓰긴 하지만, 이를 질병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논의 중인 민관협의체에 대한 신뢰도도 낮다. 협의체에서 게임중독 실태를 조사하기 위한 ‘진단 도구’는 부적격하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정부는 이달부터 해당 진단 도구를 활용해 조사를 벌인 뒤 내년 질병코드 도입을 결정짓는다는 계획이지만, 집단 구성, 민감도, 변별 타당성 등에서 활용이 부적격하다는 지적이다.

협의체 논의도 충분하지 않다. 2019년 출범 이후 총 11번 회의를 했는데, 연간으로 따지면 1년에 2번 정도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적절한 합의 도출에는 물리적으로 부족함이 많다는 의견이다.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무조건 반대하자는 게 아니다. 이해관계자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신뢰성 높은 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이미 게임업계는 정부와 의료계 등 졸속 연구와 잘못된 방향키로 ‘게임셧다운제’라는 '헛웃음 나는 규제'를 경험하기도 했다. 게임셧다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기이한 규제’라는 비아냥을 듣고 결국 폐지된 실패작이다.

이런 ‘마녀사냥식’ 시행착오는 겪지 않아도 된다. 현재 명확하지 않고 설득력 없는 준비로 게임을 질병으로 몰아가려는 의료계의 모습을 보면 ‘본인들 밥그릇’ 늘리려는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임이용자는 폭력성이 높다는 편향적인 주장만으로 게임셧다운제라는 실패한 규제를 밀어붙인 약 10년 전과 비교하면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규모의 게임 시장이다. 인구수, 경제력 등을 비교하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한국이 가지는 국제적 위상은 결코 낮은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가진 위상을 일부 세력의 욕심 때문에 깎아내리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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