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만난 김주현-이복현…“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통한 기업가치 개선 필요”(종합)

[한국금융신문 전한신 기자]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 원장이 증권사 사장단을 만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한 거래소·상장사의 역할과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의 증권사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강화 등 증권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도 재차 당부했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업계·유관 기관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국민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한 증권업계의 역할과 신뢰 제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부회장,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KB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DB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모간스탠리 ▲제이피모간 등이 참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혁신기업 지원을 통해 경제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국민 자산 형성의 사다리로서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그간 ▲일반주주 이익 보호 ▲국제적 정합성 제고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 등 3가지 방향의 제도개선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정책 방향을 일관성 있게 견지함과 동시에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 형성 지원에 보다 직접적으로 초점을 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증시 수요 기반 유지·확충을 위한 세제개편 ▲소액주주 권익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지배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한 자사주 제도개선 등을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우리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해당 프로그램은 기업 스스로가 자사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소통하도록 유도하는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도록 거래소를 중심으로 면밀히 모니터링·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상장사들도 진정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혁신기업과 국민 자산 형성 지원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는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증권사들은 위탁매매, 부동산 중심의 영업 관행에서 벗어나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야 하며 정부도 증권업계와 함께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향해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강화 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PF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분석을 통해 부실 사업장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정리해 주시기 바란다”며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충당금도 충분히 적립해야 하며 일부 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면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검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불건전 영업행위와 사익 추구 행위가 발견됐다”며 “이는 금융투자업계에 만연한 성과 만능주의에 기인한 것으로 내부통제 조직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확충하고 위법행위 임직원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이러한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신분상 불이익은 물론 획득한 수익 이상의 금전 제재를 부과하는 등 강력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와 유관기관 대표들은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고 기대와 함께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는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신탁 서비스 강화, 국민이 안심하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상품 개발 등 업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추진해 나가겠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개선에 발맞춰 신규 고객에 대한 수수료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추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증권업계는 불공정거래 문제 해소를 위한 정부 방침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시장의 최전선에서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IT) 시스템 고도화, 내부통제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품 판매 관련 심의·사후관리 강화 등도 추진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우리 자본시장과 증권산업의 역할은 혁신 성장을 위한 자금을 공급하고 국민의 자산 증식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 형성 지원을 위해 증권사는 그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업계는 준법 감시와 소비자 보호 역량을 확대하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발생한 불공정거래 행위나 임직원의 사익 추구 등과 같은 불법 일탈 행위들로 인해 이 같은 노력이 다소 퇴색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사건·사고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회원사 간 내부통제 베스트-프랙티스(Best-practice)를 적극 공유해 우리 현실과 수요에 부합하는 내부통제 모델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협회와 업계는 금융위, 금감원과 긴밀히 협조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거래소는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시가총액·업종별 주요 투자지표 비교공시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제고 노력 우수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 프리미엄 지수(가칭) 개발 등을 검토 중이며 상장사들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2월 중 세미나를 통해 세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시장 신뢰는 결국 자본시장의 먹거리(유동성)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며 “시장 신뢰의 첫걸음은 불신의 싹들을 잘 솎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소는 불법 거래를 빠르게 모니터링·적발하는 노하우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시장의 최일선에서 관련 징후를 빠르게 포착하고 정확하게 포착해 유관기관의 불공정거래 규제체계 전반이 잘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잘 수행하겠다”며 “차액결제거래(CFD)와 같은 신종 불공정거래도 시장 신뢰를 크게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상반기의 라덕연 사태와 같은 일들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체계 고도화 종합 방안을 마련하고 감시 인력·조직도 대폭 확대 중으로 거래소는 앞으로도 자본시장의 첨병으로서 불공정거래의 가능성을 빠르게 포착하고 금융위, 검찰, 금감원과의 공조 체계를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서는 “거래소는 그동안 정부와 함께 배당절차 변경, 상장법인의 영문 공시 의무화 등 시장의 걸림돌을 많이 걷어냈지만, 보다 본질적인 것은 시장의 매력도 자체를 끌어올리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와 함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아낌없이 지원하고 기업의 가치와 주가 수준에 대해 투자자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상장사협의회·코스닥협회는 기업이 자본시장 발전의 객체이자 주체라는 점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양 협회는 배당절차 선진화, 전자주주총회 안착 지원, 회계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주주 친화적인 경영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한국거래소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자본시장이 역동성을 유지하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자율적인’ 규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국민이 우리 자본시장을 ‘장기적인 자산 형성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신뢰 회복을 위한 업계의 강도 높은 자정 노력”을 당부했다.

이 원장도 “금융투자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에 대한 CEO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며 “금융투자업계가 새로운 경영 질서 확립을 위해 노력해준다면 감독 당국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의 하에 지난 17일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 과제를 순차적으로 발표·추진할 계획이다.

전한신 한국금융신문 기자 poch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