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오늘 충남 천안에 위치한 MG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서 제 19대 새마을금고 중앙회장 선거를 진행한다. 낮 12시 30분부터 후보당 5분의 합동 소견 발표가 이어지고, 2시부터 투표를 시작해 100분 간 투표한 뒤 개표가 진행된다.
이번 선거는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 중인 박차훈닫기박차훈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이 사임하면서 진행되는 보궐선거다. 새마을금고는 박 전 회장의 비리 문제를 비롯해 내부 횡령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위기까지 겪었다.
이에 경영혁신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등 대대적 혁신에 나선 상황인 만큼 이를 이끌어갈 새로운 회장에 대한 기대도 남다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새마을금고의 첫 직선제 투표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1963년 창립 이후 지금까지 약 350명의 대의원이 투표하는 간선제 방식을 회장을 선출해왔다. 그러나 올해 새마을금고법 개정으로 이번 선거부터 전국 새마을금고 이사장 1291명 전원이 투표권을 갖게 됐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이번 19대 중앙회장 선거는 많은 관심 만큼이나 9명이나 되는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18대 중앙회장 선거 당시 후보가 3명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입후보자는 ▲우기만 남원 새마을금고 이사장 ▲이현희 북경주 새마을금고 이사장 ▲이순수 전 안양남부새마을금고 고문 ▲최천만 부평새마을금고 이사장 ▲송호선 MG신용정보 대표 ▲김인 전 중앙회 부회장 ▲김현수 전 중앙회 이사 ▲김경태 우리용인새마을금고 이사장 ▲용화식 송정군자새마을금고 이사장 등이다.
9명의 후보는 중앙회 출신과 비중앙회 출신으로 나뉜다. 김인·김현수·이순수·최천만 4인이 중앙회 출신, 우기만·이현희·송호선·김경태·용화식 5인이 비중앙회 출신이다. 대체로 중앙회 출신이 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비중앙회 출신 후보들은 중앙회로부터 소외감을 느껴왔던 지역 이사장들을 공략하며 표심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일부터 13일간 선거운동을 진행한 후보들은 모두 중앙회 개혁을 강조했다. 이는 박 전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비리 논란과 건전성, 유동성 우려 등 부실 우려 악재가 겹치면서 국민 신뢰도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후보들은 '중앙회 쇄신'과 '신뢰 회복'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외에도 후보들은 다양한 공약을 내세웠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번 우기만 후보는 △임원 개혁 △소통채널 확보 △중앙회 체질개선 △금고연구소 설립 등을, 2번 이현희 후보는 △예산 편성 자율성 확대 등 일선 금고 지원 △지역이사 직선제 도입 △독립기구 설치로 검사권 분리 △금고 미래 전략을 위한 연구소 설립 등을 말했다.
3번 이순수 후보는 △PF대출 금고 부실채권(NPL)을 중앙회 전액 매입 △상생 자금 예산 2배 수립으로 전 금고의 자생·자립 경영정상화 △공제 실효해지환급금 분배 △공제계약대출 금고 대출로 원상복귀 △상환준비금 금리 현실화 등 다양한 공약을 제안했다.
4번 최천만 후보는 △채권관리 자회사 신설 △MCI대부지원 활성화 상환준비금 금리 인상 △금고이사장 징계의결제도 개선 △전산 분담금 등 금고 분담 비율 축소 등을, 5번 송호선 후보는 △중앙회 인적 쇄신(작은 중앙회 지향) △감독권 독립 추진 △부실채권 조기 매각 △자기앞수표 이사장 명의 발행 △우수고객 상대 우대 서비스를 제안했다.
6번 김인 후보는 △회장 권한의 분산 이사회와 위원회의 권한 확대 △금고채권관리 자회사 설립 등을 말했으며 7번 김현수 후보는 △중앙회 금고 검사권 분리·독립 △금고 부실채권 효율적 관리 방안 강구 △퇴직급여 지급률 상향 등 금고 이사장 처우 개선 △중앙회 자회사 예산 감축 등 경영 건전화 추진하겠다고 했다.
8번 김경태 후보는 △소통 앱 '85MG'로 지역 금고 이사장의 민원 해결 △금고의 자율성을 강화 인센티브 공제수당 늘려 △전산망을 시중은행 수준으로 고도화 △신속한 통계로 위기경보시스템을 파악 등을 내세웠으며 마지막으로 9번 용화식 후보는 △중앙회 검사 독립성 확보 △능력 중심 금고 인력 육성 등을 약속했다.
금융권에선 이중 김인·김현수·송호선 후보의 당선을 높게 점치고 있다. 새마을금고 내부 관계자는 “후보 중 3명 정도만 선거 기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후보자들이 출마 때 낸 기탁금 5000만원을 말하는 것으로 15% 이상 득표하면 전액 돌려받을 수 있지만 10~15% 사이는 50%, 10% 미만은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그러나 유력 후보 3인 중 한명이었던 김현수 전 중앙회 이사는 선거를 하루 앞둔 어제 오후 건강상의 이유로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2파전 양상을 띌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 후보는 기존 중앙회 출신 인물인데다 박 전 회장이 금품 수수 등 사법 리스크로 직무 정지에 들어간 뒤부터 회장 직무대행을 맡아 새마을금고 경영 공백을 메운 영향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6년간 부회장직을 맡으며 대외 인지도를 탄탄하게 쌓은 점도 강점이란 평가도 받고 있다.
송호선 후보는 후보자 9명 유일하게 중앙회에만 몸담았던 ‘중앙회 전문가’다. MG신용정보 대표직을 수행하기 전에는 중앙회 ▲단기자금운용팀장 ▲신용사업부장 ▲감독부장 ▲관리이사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52세 최연소인 김경태 후보도 다크호스다. 김 후보는 2017년 우리용인새마을금고가 설립될 때부터 이사장을 맡았고, 올해 경영우수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 행정관, 국회의장 비서관 등의 경력도 있어 첫 직선제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세 번째 회장직에 도전하는 이순수 후보는 중앙회장 연봉 ‘1원’ 공약을 내걸어 사리사욕을 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눈길을 끌었다. 다만 현직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아닌 점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는 가운데 투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350여명의 대의원이 참여하는 대의원 간선제 때는 각 후보들과 지역 기반에 따라 대략적인 결과를 예상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직선제로 진행돼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 오늘 선거에서 당선된 신임 중앙회장은 2026년 3월까지 자산 규모 283조원, 임직원 수 3만1000명에 이르는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이끌게 된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