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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부가 나선 펫보험 이제는 기대해도 되나요?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기사입력 : 2023-09-11 00:00

[기자수첩] 정부가 나선 펫보험 이제는 기대해도 되나요?
[한국금융신문 정은경 기자] “후추(강아지)가 언제 어떤 병에 걸릴지도 모르고, 병원비도 비싼데 차라리 얘 이름으로 적금을 넣는 게 낫지, 굳이 펫보험을 들어야 될까요?”

최근 유기견 ‘후추’를 입양한 50대 A씨가 기자의 펫보험 가입 의향에 대해 던진 말이다. 그는 반려견의 치료를 위해선 수백만원이라도 투자하겠지만, 아프지 않으면 보험료를 날릴 수 있어 적금을 드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펫보험 활성화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다.

지난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수의업계가 참여한 펫보험 활성화 TF를 구성하고 여러 대책을 논의 중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연관산업 규모는 2017년 2조원 수준에서 2027년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 반려동물 산업은 지속 성장하고 있지만, 펫보험 가입률은 저조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펫보험 가입 건수는 7만1896건으로 2018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증가세는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전체 반려동물(개·고양이) 개체수(약 799만마리)를 고려하면 가입률은 0.8%로, 1%에도 못 미친다.

선진국인 스웨덴(40%), 영국(25%), 일본(12%), 프랑스(5%), 미국(2.5%)과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펫보험이 활성화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높은 보험료다. 실제로 펫보험료는 높은 편에 속한다. 대개 태아보험의 보험료가 월 5~6만원 수준인데, 펫보험은 3~5만원에서 많게는 8~9만원까지 나온다. 게다가 나이가 많거나 과거 병력이 있던 동물은 애초에 보험 가입이 어렵다.

보험사들도 보험료가 높은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모수(母數)가 적어 손해율을 전망하기 어려워 보험료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2007년 펫보험 상품을 내놓은 바 있지만,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서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은 블루오션 시장이 맞지만, 국내에서 펫보험이 활성화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다”라며 “가장 큰 걸림돌은 비싼 보험료인데, 모수가 많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보험업계에선 보험료를 낮추기 위해선 ‘진료수가 표준화’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비급여다 보니 현재 동물병원마다 진료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진료비를 일정 수준으로 맞추면 보험사들은 보험료율을 산정할 수 있어 보험료를 보다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의업계는 ‘진료수가 표준화’에 반대하고 있다.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표준수가제나 진료기록부 공개를 하지 않고, 동물병원 자율경쟁체계에도 어긋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우선 농식품부는 진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10월부터 필수·다빈도 진료 항목 100개를 시작으로 부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진료행위 표준화와 진료비 게시 항목을 확대해 진료비 투명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등으로 구성된 TF도 이달 중 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더디지만 정부도 펫보험 활성화 정책 마련에 힘을 쓰고 있다. 아직 초기시장인 만큼, 보험업계와 수의업계 누군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만족하고,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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