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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근원적 처방 없는 ‘도돌이표’ 새마을금고 대책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23-07-11 16:00

부실사태 원인 다른데도 12년 전 대응책 '재탕'
뒷북대응에 가짜뉴스까지…고객 불안 가중
‘관할 감독권 이관’ 관리 부실 막을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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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근원적 처방 없는 ‘도돌이표’ 새마을금고 대책
[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아침부터 사람들이 문을 열 때까지 줄을 선다. 문이 열리자 우후죽순(雨後竹筍) 내 돈 다 빼달라고 한다. 위험을 감지한 정부가 나선다. 위험하지 않다며 직접 예금통장을 만든다. 중도해지 예적금을 재예치하면 비과세(非課稅)도 유지해준다고 한다. 새마을금고 현주소 같은 이 광경은 지난 2011년 모습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발생한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事態)가 한고비를 넘긴 듯하다. 자금 이탈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발빠른 조처로 인출액 증가세가 꺾였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을 곱씹어보면 정부의 이 같은 대응은 두 번째다. 사태 원인이 12년 전과 다른데도 같은 대책을 내놨다. '근시안적이고 알맹이 없는 허울뿐인 대책'이란 그때 비판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당시 새마을금고의 뱅크런은 건전성과 관련한 금융당국발(發) 발언 속에 ‘특정 금융사’로 지목되며 실타래가 얽혔다.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괴담(怪談) 확산이 불을 붙이기도 했다. 이때는 지위를 가진 관료 말 한마디 정도면 충분히 다시 매듭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이번엔 다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비슷하다. 쌓여온 부실이 곪아 터졌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시장이 본격 흔들릴 때부터 새마을금고를 향한 위태로운 시선이 쏠렸다. 하반기 PF발 부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위기설이 제기됐을 때도 연체율은 고공행진 중이었다. 뒤늦게 까놓고 보니 결국 신협, 농협 등 전체 상호금융권 평균을 훌쩍 넘는 6.5%(6월 기준)를 기록했다. ‘설(說)’이 아닌 진짜 위기로 번졌다.

관할 기관인 행정안전부(行政安全部)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고, 실시간 대응을 통해 금융 시장 전체 불확실성으로까지 번지는 것은 막았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행정안전부는 이번 ‘뱅크런 사태’를 온전히 수습하지 못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과 함께 범정부대응단을 꾸려 본격 대응에 나서고 나서야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었다. 금융을 잘 모르는 행정안전부보다 ‘새마을금고 감독권만 없는 금융권 호랑이’가 여우 대신 얼굴을 내밀었고, 그게 통했다.

특히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사적인 영역이었던 ‘예치금액’을 공개해 새마을금고 신인도를 떠받쳤다. ‘새마을금고에 문제가 있어도 인근 금고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5000만원 초과 예적금 포함 원금과 이자 모두 100% 보전된다’는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힘을 싣기 위해 ‘6000만원의 리더십’을 선보였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보호되는 한도는 은행, 저축은행 등과 마찬가지로 ‘1인당 5000만원’이다. 창구에 6000만원을 내밀면서 중도해지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과 동일한 약정이율, 만기 등을 적용한 예적금 복원 프로젝트에 신호탄을 쏜 것이다.

물론 긴박한 발걸음으로 큰 손님이 올 때마다 새마을금고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위험 낙인이 찍힌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죄인의 심정으로 ‘원금 보장 각서’를 썼다고 한다.

뱅크런 확산 차단은 잘한 일이다. 그렇다고 위기가 가라앉은 건 아니다. 그런데 행정안전부는 이미 모두 끝난 것처럼 말한다.

행정안전부는 자금 이탈이 소폭 줄어든 것을 두고 시장 안정을 이뤄냈다고 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심지어 연체율 10%가 넘는 금고 30여 곳에 대한 특별 검사를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연기까지 했다. 미비된 관리체계를 개선하고 환부(患部)를 도려내야 하는 시점에 다시 반창고를 꺼내 들어 감추기 급급하다.

뒤숭숭한 말까지 끊이지 않는다. ‘새마을금고 부실지점 명단 리스트’라는 이름의 파일은 이 순간에도 SNS 통해 번지고 있다고 한다. 가짜뉴스 대책은 허위사실 유포 등을 법적으로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으름장이다. 범금융권 수준의 건전성·안전성 기준 제도 개선은 없다.

2023년 새마을금고 사태 원인은 복합적이다. 행정안전부 관리감독 부실, 조합장 선거로 이뤄지는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선거까지. 위기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없다. 행정안전부 내 담당 부서가 있었지만 10명 남짓 직원이 200개가 넘는 조합을 통제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제 전문성도 떨어진다.

여전히 새마을금고의 각종 지표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건재하다고 발표되는 숫자들은 정확하지 않다. 금융감독원을 벗어나 행정의 영역에서 조사되는 그 깜깜이 통계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처럼 의혹이 제기되고 나서야 겨우 금융소비자에게 공개된다.

“정부를 믿어 달라”고 메시지를 던지고 인정에 호소하는 건 여기까지다. 같은 카테고리로 묶인 상호금융권 내에서도 나 홀로 행정안전부 산하인 것은 자랑이 아니라 후안무치(厚顏無恥)다. 청사를 나와 직접 현장으로 간 관료의 ‘새 통장’은 전 지역의 뱅크런화(化)에서 일부 부실 발생 지역 해프닝으로 마무리하는 데 기여는 했을지 모른다.

다만, 2011년 그때처럼 여전히 대책에 대한 평가는 비판에 머무른다.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문제없다'는 큰 목소리 내기가 우선이다. 허위사실 유포하는 사람을 강력히 처벌하겠다는 엄포를 하기 위한 전제다.

2023년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12년 전과 닮은 꼴 대책을 내놓은 행정안전부, 씁쓸한 뒷맛까지 같을 것이라는 걸 미처 몰랐는지 묻고 싶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스스로의 고찰이 필요하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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