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7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복현닫기

1년 전(2022년 6월 7일) 제15대 금융감독원 수장(首長)으로 취임했을 당시 정치권은 물론 금융권에서도 걱정이 적지 않았다. 관료나 금융계, 학자 출신이 아닌 특수통(特搜通) 검사 출신이어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검사로 줄곧 경제 금융 범죄(犯罪)를 담당해왔지만 금융 디테일에 약해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총괄 감독자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도 있었다.
취임 1주년을 맞는 지금,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처음과 사뭇 달라졌다. 이복현 원장은 1년 간 ‘금융혁신 전도사’로 활약했다. 원장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금융권 및 유관기관 간담회를 78회나 소화할 정도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애로사항(隘路事項)을 수렴했다. 재임 기간에 이렇게 많은 현장을 찾고 금융권과 소통한 역대 금융감독원장은 이복현 원장이 유일하다고 한다. 금융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견해를 쏟아내며, 국내외를 넘나드는 현장(現場) 행보는 존재감(存在感)을 충분히 과시했다는 평가다.
특히 금융시장 감독자로서 혼란스러웠던 시장 질서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은 ‘비교적 잘했다’라는 성적표(成績表)를 받을 만 하다.
그는 취임 후 주가 조작 혐의(嫌疑) 대상인 에디슨EV와 에디슨모터스 '패스트트랙' 이첩, 불법 공매도 문제, 금융회사 지배구조(支配構造), 금융사고 및 내부통제, 은행 이상 외화송금, 레고랜드와 흥국생명의 회사채 사태, 자산운용사 비정상관행거래, 전세사기에 신속하고 빠른 결단력으로 시장을 빠르게 안정화시켰다. 거취를 걸겠다는 책임감으로 시장교란 세력과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필요시 금융당국의 '빅스피커' 역할도 자처하기도 한다. 지난해 은행이 사상 최대의 이익으로 '성과급(成果給) 잔치'를 벌이자, 국민과 상생 노력이 부족하다며 연일 큰 목소리를 냈다. 그는 ‘상생금융(相生金融)’, ‘상생노력’이란 키워드를 쉼 없이 표출했다. 이복현 원장이 서민·취약계층의 고통을 분담하고 사회적책임(社會的責任)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후 은행권에서는 취약계층(脆弱階層) 금융지원을 강화하며 상생금융이 확산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적극적인 행보를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금융감독원이 본분(本分)보다 ‘과유불급(過猶不及)’하고 ‘관치(官治)’ 논란을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원장이 은행의 과도한 예대마진과 성과급 잔치를 꼬집자 금융시장 질서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는 듯 한 발언으로 노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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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금융혁신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융 부문 리스크와 취약성(脆弱性)을 되짚어볼 때다.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이 뇌관으로 다가온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는 그 특성상 어느 한 곳의 위기가 다른 곳으로 빠른 속도로 전이(轉移)되기에 이를 중간에서 차단하기 위한 금감원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직(現職)에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는 쉽지만, 현직을 떠나면서 ‘잘했다’는 평가를 얻기는 어렵다. 이복현 원장이 수많은 난제(難題)를 현명하게 극복해 ‘잘했다’는 평가를 얻기를 기대한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