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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키오스크로 다 되는 세상…어르신은 힘들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기사입력 : 2022-12-26 00:00

[기자수첩] 키오스크로 다 되는 세상…어르신은 힘들다
[한국금융신문 나선혜 기자] 지난 9월 추석 연휴 기간 CGV 영등포는 온통 보라색 천지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심지어 마스크까지 보라색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BTS 팬 ‘아미’ 공식 색깔이 보라색이어서 아미 때문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들이 들고 있는 응원봉, 슬로건 등을 살펴보니 아미는 아니었다. 그들은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팬들이었다.

모두 CGV가 추석 때 단독으로 상영한 영화 ‘인생은 뷰티풀: 비타돌체’를 감상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이 영화는 가수 김호중의 이탈리아 음악 여행을 담은 클래식 공연 무비로 김호중 팬심을 자극한 작품이었다.

밝게 웃고 있는 김호중 팬들 표정과 달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바로 키오스크 때문이었다. 김호중 팬들 가운데는 연령대 높은 어르신도 꽤 많았다. 이들은 키오스크로 무언가를 주문하는 데 아무래도 서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화관에는 이들을 도와주는 직원이 따로 없었다. 영화관 측이 비용 절감을 위해 아르바이트 직원 대신 키오스크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르신 고객들은 기기 조작을 못해 당황해 하다가 줄 서서 기다리는 뒷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키오스크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을 찾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편리하고 신속한 일처리를 위해 키오스크를 설치했는데,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쩔쩔 매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는 항상 “영화관 사업은 콘텐츠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콘텐츠 흥행 여부가 영화관 실적을 좌우하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주력한다.

최근 영화관은 영화 외에 콘서트, 실시간 축구 중계 등 다른 콘텐츠 등을 상영하며 영화관 비수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김호중 영화 역시 이 같은 의도를 가지고 CGV가 단독으로 상영했다. 콘텐츠를 다양화해 영화관 오는 사람을 늘리고, 여름방학·추석에 집중된 매출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이다. 멀티플렉스가 콘텐츠를 다양화하는 이유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영화관은 콘텐츠 다양화가 더 절실했다. 여기에 비용 절감을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필요했다. 직원이 줄어든 영화관에는 기계가 들어섰다. 키오스크들이 영화관 인력을 대체했다.

이 같은 비용 절감과 콘텐츠 다양화 전략을 동시에 실시한 결과 멀티플렉스는 코로나19 악몽을 뚫고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김호중 영화를 상영한 CGV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 77억원을 내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허민회 CJ CGV 대표는 “탑건, 한산, 공조2 등 할리우드와 국내 영화 선전으로 극장가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며 “차별화한 경쟁력으로 지속적인 실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자축했다.

코로나 시국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사상 최악의 혹독한 시절을 보냈다.

그런데 엔데믹을 맞아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흑자전환 등 좋아지는 숫자와 달리 관객들에 대한 배려는 오히려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 이들을 응대하는 직원들에 대한 구조조정 얘기다.

콘텐츠 다양화와 비용 절감도 중요하지만 ‘관객과 직원에 대한 배려’도 멀티플렉스 경쟁력의 하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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