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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 한국 매운맛으로 세계인 입맛을 점령하다

홍지인 기자

helena@

기사입력 : 2022-09-05 00:00

창업주 며느리에서 기업 회생 이끌어 ‘
한국산’ 자존심으로 K푸드 열풍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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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4년생/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사업학 학사 / 2001년 삼양식품 영업본부장 전무이사 / 2002년 삼양식품 영업본부장 / 2018년 삼양식품 사장 / 2021년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 해외영업본부 본부장

△ 1964년생/ 이화여자대학교 사회사업학 학사 / 2001년 삼양식품 영업본부장 전무이사 / 2002년 삼양식품 영업본부장 / 2018년 삼양식품 사장 / 2021년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 해외영업본부 본부장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삼양식품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국내 최초 라면회사로 시작해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김 부회장의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으로 삼양식품은 물론 K-라면 위상까지 높아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올해 2분기 해외사업 흥행에 힙입어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양식품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553억원, 영업이익은 27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3%, 92% 증가한 수준이다.

2분기 실적은 해외사업이 견인했다. 2분기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1833억원으로, 또 한번 분기 최대 수출 실적을 갱신했다. 수출국과 불닭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한 것이 주효했다.

2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2022년 상반기 기록도 눈에 띈다. 삼양식품 2022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1% 늘어난 4575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1.1% 증가한 518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해외수출이 중국, 동남아 시장 중심에서 미주, 중동, 유럽 등 아시아 이외 시장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현지 맞춤형 제품, 불닭소스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불닭 패밀리 브랜드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반기 수출액이 3000억원을 돌파하며 작년 연간 수출액인 3885억원에 근접했다. 올해 3분기 작년 연간 수출액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의 수출국 및 불닭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과 함께 물류난 완화, 고환율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가 상승 부담에도 영업력 강화, 환율효과 등에 힘입어 지난 분기에 이어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호실적을 거뒀다”며 “향후에도 해외시장 확대에 집중하는 한편 수익성 확보에도 힘써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1963년 9월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을 선보인 ‘원조 라면 기업’이다.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주가 배고픔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제공할 저렴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다 일본에서 라면 제조법을 배워 시장에 내놓았다.

이후 삼양식품은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이 60%대에 달하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1980년대에 이미 매출액 5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1989년 11월 삼양식품이 공업용 소기름으로 면을 튀겼다는 이른바 ‘우지 파동’ 을 겪으며 사세가 급격히 위축됐다. 삼양식품은 8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 사이 회사는 부도위기에 몰리고 오너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위기를 겪었다. 또한 삼양식품 위기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경쟁사들이 빠르게 성장했다. 삼양식품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10%대로 하락했다.

삼양식품을 이런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볶음면이 출시되기 전인 2010년대 이전까지 삼양식품은 경쟁사인 농심·오뚜기 연매출의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불닭볶음면이 출시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출시 초기 불닭볶음면 국내 매출은 월 7~8억원 가량이었지만 중독성 강한 매운맛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석달 만에 매출이 배로 증가했다. 출시 1년 만에 월 3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의 높은 관심은 세계 곳곳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계기는 유튜브였다. 유튜브 채널 ‘영국 남자’에 불닭볶음면 먹기 도전 영상이 올라온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유튜브에 ‘Fire Noodle Challenge’를 검색하면 100만개 이상 영상이 검색될 정도로 불닭볶음면은 하나의 제품을 넘어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불닭볶음면을 탄생시킨 주역이 바로 김 부회장이다. 김 부회장은 2011년 국내에서 매운 맛이 인기를 끌고 사람들이 매운 찜닭집에 줄까지 서가며 기다리는 모습을 보자 아이디어를 얻어 지금의 불닭볶음면을 만들었다.

전중윤 삼양식품 창업자 며느리인 김 부회장은 전인장 전 회장과 1994년 결혼해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1998년 회사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자 직접 남편을 돕기 시작했다. 당시 라면 포장지를 디자인 하고 제품 이름을 짓는 것을 돕다가 2001년 삼양식품 영업본부장 전무이사를 맡으며 경영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2005년에는 회사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하면서 실무에도 적극 참여했다.

재벌 기업에서 오너가 며느리를 임원으로 올리는 경우는 있지만, 회사에서 중책을 맡는 사례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김 부회장은 회사를 이끄는 중책을 맡았고, 회사 부활에 핵심 역할을 했다.

다만 횡령 혐의로 잠시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2020년 3월 남편인 전인장 회장과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김 부회장은 판결 이후 경영공백을 우려해 법무부에 취업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횡령, 배임, 재산 국외 도피, 수재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관련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 다만 법무부 별도 취업 승인이 있을 시 예외적으로 취업할 수 있다.

법무부는 김 부회장이 회사 성장에 기여한 점 등을 인정해 취업 승인을 허가했고 같은 해 10월 회사경영에 복귀했다.

김 부회장은 복귀 이후 첫 행보로 밀양 신공장 착공식을 선택했다. 김 부회장은 착공식 기념사에서 “많은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지만 우리는 국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곳 밀양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며 “식품 수출 1위 기업으로서 전 세계에 한국 식품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복귀 후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기도 했다. 당시 김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회사업무와 회계를 감독하는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겠다”며 “이해관계 상충을 방지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며 “다시 한번 저를 믿고 함께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부회장은 당시 이메일을 통해 “사외이사를 사내이사만큼 선임할 계획”이라며 “이사회가 회사 운영에 견제와 균형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난해 사외이사를 확대 선임하며 약속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사회와 경영진간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또한 기존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1명에서 각각 4명으로 총 8명으로 이사회를 확대해 대대적인 이사회 변화를 추진했다.

김 부회장 복귀 이후 회사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우선 2020년 착공에 들어갔던 밀양공장이 지난 2월 준공됐다.

삼양식품 밀양공장은 총 2400억원이 투입된 연면적 7만 303㎡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 생산공장이다. 삼양식품은 해외 생산공장 설립을 검토하기도 했으나 품질관리, 불닭 브랜드가 지닌 K푸드 상징성, 국내 고용 창출 등을 고려해 밀양시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부산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수출 제품 생산을 전담한다.

삼양식품이 공장을 설립한 것은 원주공장 이후 30여 년만에 처음이다. 삼양식품 라면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며 수요 증가로 최대 생산 가능량을 초과해 2020년 10월 착공에 들어갔다.

삼양식품 밀양공장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으로 자동화 설비를 갖췄다. 이에 삼양식품의 연간 최대 라면 생산량은 기존 12억개에서 18억개로 50% 늘어나게 됐다. 삼양식품은 준공 이후에도 단계적으로 설비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밀양공장 준공식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현지공장을 설립하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메이드 인 코리아’의 자존심을 걸고 K푸드 위상을 높이며 세계시장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밀양공장은 단순한 일자리 창출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환경보호, 지역사회 동반성장 등 ESG경영을 적극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영업을 위해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해외영업본부장을 직접 맡기도 했는데 밀양공장 준공과 시너지를 내며 해외 사업이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 결과 불닭브랜드의 누적 판매량이 올해 여름 40억개를 넘어섰다. 2017년 누적 판매량 10억개, 2019년 20억개, 2021년 30억개를 달성한 데 이어 불과 1년만에 40억개를 돌파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입증했다. 현재 9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불닭브랜드의 세계적인 인기로 삼양식품은 2017년 수출 1억달러, 2018년 수출 2억달러, 2020년 수출 3억달러를 달성했고, 올해는 수출 4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올해 불닭볶음면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지난 4월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방탄소년단 콘서트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고, 5월에는 독일에서 열린 유럽 최대의 K팝 페스티벌인 ‘2022 코리아 페스티벌 with K-POP.FLEX’에 참여해 해외 현지에서 적극적인 홍보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한국, 중국, 아시아 국가에서 SNS 숏폼 챌린지를 운영하기도 했다. 틱톡, 도우인, 릴스 채널을 활용한 #BornTobeSpicy 챌린지로 10만명에 가까운 소비자들이 참여했고, 총 조회수 7억뷰를 달성하며 불닭만의 숏폼 챌린지 놀이 문화를 조성했다.

그동안 삼양식품은 해외시장 확대에 발맞춰 현지 맞춤형 제품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2018년 미국 시장에서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즐겨먹는 핫소스 ‘타파티오’의 매콤한 맛과 향을 그대로 구현한 ‘타파티오’ 라면을, 2019년에는 불닭 매운맛에 콘치즈로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을 더한 ‘콘불닭볶음면’을 선보였다.

이어 지난 5월에는 미국 시장에서 ‘하바네로 라임 불닭볶음면’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간편한 조리를 선호하는 미국인 특성을 반영해 물을 버리지 않는 조리법을 개발해 적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동남아, 일본 등 아시아 시장을 타겟으로 수출 전용 불닭 신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대표적인 K푸드 4가지(떡볶이, 불고기, 짜장, 김치) 맛을 라면에 담은 ‘삼양 80G’을 출시해 판매중이다. 삼양 80G은 중량, 가격 등을 현지 시장에 맞게 책정해 한류 및 K-푸드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들을 공략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불닭브랜드는 이제 한국의 대표 매운맛 K-스파이시 브랜드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재미와 도전의 문화를 전달하는 글로벌 대표 K푸드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겨냥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독보적인 글로벌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해외 법인을 통한 현지 시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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