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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국책은행 업무 공백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기사입력 : 2022-06-20 00:00 최종수정 : 2022-06-20 14:53

▲사진: 한아란 기자

▲사진: 한아란 기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새 정부가 출범하며 국책은행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산업은행 회장으로 강석훈닫기강석훈기사 모아보기 성신여대 교수를 임명 제청했다. 강 회장은 제19대 국회의원과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역임한 경제 분야 정책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이었다가 지난 대선에선 ‘윤석열 경제 교사’로 활약했다.

강 회장이 새 수장으로 임명됐지만 본격적인 업무 추진은 미뤄지고 있다. 산은 노동조합의 본사 부산 이전을 반대로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산은 노조가 지난 8일부터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이어가면서 강 회장은 여의도 모처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하고 업무를 보고 있다. 취임식도 열지 못한 채 임기 시작부터 주요 현안 처리에 난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강조해 온 공약 사항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다. 금융권에서는 강 회장이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의 정책특별보좌관을 맡아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여해온 만큼 부산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 노조는 “산은의 지방 이전이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반대로 국가 경쟁력만 훼손할 것”이라며 이전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조윤승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가 지금이라도 회장을 통한 '산업은행 이전 압박'을 멈추라"며 "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실효성 검토를 선시행한 후 이를 근거로 한 입법기관 국회의 판단을 존중하라"고 주장했다.

산은 노조는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을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산업은행에 주요 기업 구조조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는 점이다. 산은은 현재 대우조선해양과 쌍용차 매각,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쌓여있다.

앞서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을 위해 현대중공업으로 매각하려 했지만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불발됐다. 쌍용차의 경우 인수 의사를 밝힌 에디슨모터스가 투자계약 인수 대금을 미납해 쌍용차가 지난 3월 인수·합병 계약을 해지하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이후 지난달 KG그룹이 새로운 인수 후보로 결정되며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KDB생명 매각도 풀어야 할 숙제다. 산은은 2020년 12월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와 KDB생명 지분 92.73%를 2000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했으나 지난 4월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JC파트너스가 보유한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며 대주주 자격 변경 승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의 경우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현재 EU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수출입은행은 방문규닫기방문규기사 모아보기 전 행장이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수장이 비어있는 상태다. 현재 권우석 전무이사(수석부행장)가 은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수출입은행장은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역대 수출입은행장 대부분이 기재부 출신 관료 중 차관급 인사들로 채워졌기 때문에 업계는 이번 차기 행장도 기재부 출신이 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그간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이번에도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0년 이후 수출입은행장 가운데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가 아닌 인사는 2014년 취임한 이덕훈 전 행장이 유일하다. 이덕훈 전 행장에 앞서 수은 행장에 오른 김용환닫기김용환기사 모아보기 현 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전까지는 모두 모피아 출신이었다.

하지만 이 전 행장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 몸담은 이후 수출입은행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수출입은행 노조는 이 전 행장이 ‘코드 낙하산’ 인사라며 5일간 선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업계에서는 이미 차기 수출입은행장 후보군으로 김철주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최희남 전 외교부 금융협력대사, 황건일 세계은행 상임이사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2008년 ‘임원추천위원회 운영 규정’을 도입했지만 당시 한차례만 실시했을 뿐 여전히 밀실 인사를 통해 행장 인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출입은행 안팎에선 조직 사정에 정통한 내부 출신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BK기업은행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비상임이사와 주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선 작업이 밀리는 등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당초 국무조정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됐으나 여당에서 반대 의견을 내비치자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윤 행장의 임기는 내년 1월 2일까지다.

20여년 만의 고물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으로 국내 경제의 위기 상황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짙어지는 가운데 장기적 저성장과 복합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중책을 떠안고 있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국책은행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권 교체로 인한 불필요한 혼선과 업무 공백은 최소화하고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합치길 바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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