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F&B(대표 김재옥)의 양반죽은 약 20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다. 그 아성에 CJ제일제당(대표 최은석닫기

CJ제일제당 비비고죽은 출시 3년 만에 누적 판매량 1억 봉, 누적 매출 2500억 원을 기록했다. 출시 첫 해인 12월 한 달 만에 매출 60억 원을 기록한 비비고죽은 지난 2019년 672억 원, 2020년 881억 원, 지난해 900억 원을 달성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비비고죽 연 매출 1000억 원대 대형 카테고리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상품죽 시장은 원래 동원F&B의 양반죽이 압도적이었다. 비비고죽 출시 이전까지만 해도 양반죽 시장점유율은 약 60%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2019년 비비고죽 출시 이후 양반죽 시장점유율은 40%대로 떨어졌다. 비비고죽은 30% 후반대까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양반죽을 위협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비비고죽이 41.7%를 달성하며 양반죽(41.8%)과 0.1%포인트로 점유율 격차를 줄였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는 비비고죽 시장점유율이 42.4%를 달성하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어느새 양반죽과 비비고죽 시장점유율이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사 할인 정책에 따라 달마다 1위와 2위가 바뀐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이렇게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까닭은 ‘파우치죽’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 때문이었다.
지난 2019년 CJ제일제당은 햇반 등 HMR(가정간편식) 기술력을 접목해 원물 식감을 살린 ‘파우치죽’을 만들었다.
R&D(연구·개발) 투자도 확대해 CJ제일제당만의 ‘레토로트 살균기술’을 개발했다. ‘맛이 없다’는 HMR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각 메뉴별 최적의 시간과 온도를 찾아내는데 집중했다.
이에 소비자들도 반응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비비고죽 침투율은 32.1%를 기록했다. 출시 첫 해 8.7%와 비교했을 때 약 4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상품죽 시장이 커지면서 CJ제일제당이 업계 1위 동원F&B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동원F&B 파우치죽 형태와 디자인이 자사 브랜드 비비고와 유사하다며 지난 2019년 특허청에 의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1월엔 동원F&B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의 소‘를 법원에 제출했다. 부정경쟁행위란 정당한 대가 지급 없이 타인의 상표, 상호 등을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소송은 양사 합의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10월 일단락됐다.
올해 동원F&B와 CJ제일제당 모두 프리미엄 제품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 측은 “지난 3년간 파우치죽으로 상품죽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전환를 이끌었다”며 “올해부터는 최근 성장세가 높은 프리미엄급 메뉴 확대와 혁신적 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원F&B 관계자도 “양반죽을 보다 고급화하고 자사 장점인 재료를 한꺼번에 끓여서 만드는 부분을 소비자들에게 좀 더 어필할 것”이라며 “국내 죽 시장에서 ‘양반’ 브랜드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